헨리 조지는 너무 어렵다? 이 책을 권합니다

[서평] 헨리 조지가 쓴 <사회문제의 경제학>

등록 2013.09.24 14:52수정 2013.09.24 15:01
0
원고료로 응원
22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7월 말까지 무주택 서민에게 공급된 전세자금보증액은 7조 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자가주택보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젊은층의 충격이 더 컸다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뒤따랐다. 이런 추세면 올해에만 12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남의 집에 세들어 살기 위해서 빚을 내야 하는 시대다.

개인에게 집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재산목록에서의 한 줄이 아니다. 도대체 땅이, 부동산이 뭐라고 사람을 이리 힘들게 만드나. 그래도 열심히 일하면 자력으로 안락한 보금자리 정도는 마련할 수 있어야할 것 아닌가.


a

헨리 조지가 쓴 <사회문제의 경제학> 표지. ⓒ 돌베개

이미 토지의 사유화가 인간을 노예로 전락 시킬 것이라 예견한 사람이 있다. 헨리 조지는 모든 세금을 철폐하고 토지에만 직접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토지의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내용으로, 그 시작은 '정의'였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진보와 빈곤>으로만 그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책의 전문성이 짙어 기본적인 경제학 공부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쉽게 읽기 힘들었다. 이번에 그 '개론서'격에 해당하는 <사회문제의 경제학>이 출간됐다.

기계의 사용이 증가하면 할수록, 분업이 진전되면 될수록, 분배의 양극화는 심해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질적 진보가 진행될수록 근로 대중의 처지는 더 어려워지고 더 절망적으로 변한다는 이야기다. 설사 교육을 더 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받을 고통의 분량을 증가시킬 뿐이다. 만일 노예가 계속 노예로 지내야 한다면, 그를 교육하는 것은 잔인한 짓이다.(194쪽)

오, 맙소사. 이 책이 정녕 130년 전에 쓰였단 말인가. 책이 쓰인 시기를 모르고 읽는다면 꼭 지금의 세태를 설명하고 있는 착각이 든다. 사회발전의 법칙, 정치의 부패, 독점의 발달, 실업과 과잉생산, 기술혁신, 재정 운용의 오류, 정부의 역할, 농촌문제 등 실로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시대에 뒤떨어졌단 생각이 들질 않는다.

이 책이 정녕 130년 전에 쓰였단 말인가

누구나 인정하듯 부의 분배는 공평하고 정당해야 한다. 흘린 땀만큼 보상이 주어지고 노력한 만큼 성취가 뒤따라야 한다. 우리는 불로소득이나 투기가 뒤덮은 세상을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라 부르지 않는다. 소득분배에 왜곡이 일어나고 뒤틀리고 집중된 세상은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비효율을 불러온다.


우리를 위협하는 어려움의 주요 원인은 부의 분배에서 불평등이 증가한다는 데 있다. 현대의 모든 발명은 이 현상을 심화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으며, 의회권력에 기대어 성립한 독점기업의 존재와 정치적 부패 또한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분명히 다른 데 있다. 우리가 인간과 지구의 관계-즉, 노동과 자연자원의 관계-와 관련하여 만든 사회제도가 문제다. 땅이 모든 물리적 구조물의 터전이듯이 토지제도는 모든 사회조직의 기초를 이루며 사회조직의 성격과 발달과정에 영향을 미친다.(247쪽)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사회제도가 무엇이냐. 바로 토지의 사유화다. 저자의 주장은 간단하다. 땅에 소유권이 있냐는 얘기다. 지구에 임시로 왔다가 가는 자에 불과한 인간이 어떤 권원으로 땅에 대해 배타적 소유를 주장할 수 있을까. 헨리 조지의 고민은 그랬다.

지구의 일부를 잠깐 빌려 쓰는 사람이 땅을 빌려 쓴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인 사람들에게서 토지 사용의 대가로 지대를 받는다든지, 그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있었고 그가 죽고 난 다음에도 있을 토지를 돈 받고 판다든지 하는 것보다 더 터무니없는 일이 어디 있을까?(260쪽)

그렇다고 모든 토지를 국유화하자거나, 도시 토지를 잘게 잘라 모두에게 배분하자는 극단적인 주장은 하지 않는다. 다른 세금을 철폐하고 오로지 하나, 토지세만 남겨두자는 것이헨리 조지의 주장이다. 그렇게 조세 부담이 토지가치에만 돌아가게 한 후 지대를 징수하여 공동의 이익이 되도록 쓰자는 주장이다.

이미 토지세의 유익함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연구들로 증명된 바 있다. 토지는 공급이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지주가 세금을 타인에게 전가할 수 없다. 부과되는 세금이 고스란히 토지소유자에게 귀착된다. 가장 공평하고 효율적인 세금이다. 자원배분의 왜곡이 일어나지 않는다.

원칙은 이거다. 모든 사람에게 자기 노동의 생산물을 빼앗기지 않을 권리와 토지가 주는 모든 유익함을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이 원론적인 주장에 대해서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헨리 조지는 이 지극히 타당한 원칙이 현실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고 봤다. 경영자들이 착복하는 부분을 뺀 나머지는 노동에 돌아가야 하지만, 토지 독점자들이 중간에서 이를 차지해버린다. 노동생산성이 증가함에 따라 아니 증가한다는 전망만 있어도 토지가치가 상승한다. 그만큼 토지 이용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만 하는 노동은 모든 이익을 빼앗기고 만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인류가 누리는 절대적 부는 계속해서 커져가고 있지만 그와 함께 다른 한쪽에서는 빈곤과 궁핍이 발생하고 있다. 말하자면, 가난한 자들은 부자와 상호 보완관계에 있는 셈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서로 커져간다.

고민의 시작은 '정의로운 사회'

이 모든 방안의 시작을 저자는 정의에 부합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여기서 그가 강조하는 점은, 정의는 도덕의 발달단계에서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 첫 번째 가치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주장을 반박하는 이들에게 되묻는다.

개인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존재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생기는 토지가치를 사회가 징수해서 사회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쓰자는 말보다 더 정의에 부합하는 말이 어디 있겠는가?(272쪽)

물론 헨리 조지가 토지단일세를 주장하던 시기는 지금과 많이 다르다. 당시는 미국에서 산업혁명이 막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때였다. 소득세도 아직 제대로 도입되지 않았던 기간이었고 재정규모도 매우 작았다. 토지로부터의 조세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시기였다. 또한 헨리 조지의 방안은 명목상의 토지 소유자가 누구든, 사실상 국가가 토지를 몰수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사유재산권이 이미 여러 세대에 걸쳐 시행되어온 사회에서는 건전한 상식에 반하는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토지세가 자본이나 노동 등 다른 이동 가능한 생산요소에 대한 조세보다 더 효율적이고 공평하다는 것이다. 이 오래된 통설을 현대의 재산세에 어떻게 합리적으로 반영시킬 수 있는가를 고민해보자. 책을 옮긴 전강수 교수 또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토지보유세 강화 또는 토지보유세 우선 징수' 정도로 적용하는 의견을 피력했다. 헨리 조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혜안은 이를 위해서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사회문제의 경제학>, 헨리 조지 지음, 전강수 옮김, 돌베개 펴냄, 2013.09, 1만5천원

사회문제의 경제학

헨리 조지 지음, 전강수 옮김,
돌베개, 2013


#헨리 조지 #사회문제의 경제학 #SOCIAL PROBLEM #전강수 #돌베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