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하나 얹었을 뿐인데, 매년 1300만원 번다

[전국기획-서울 노원구의 도전①] 탄소발자국을 지우는 햇빛발전소, 에코센터

등록 2013.10.11 08:50수정 2013.10.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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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일상생활과 지방자치단체의 관계 밀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양해진 주민의 이해와 요구를 능동적으로 실현해가는 지방자치단체의 혁신 사례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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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옥외 햇빛발전소 주차장. ⓒ 노원구청


서울 노원구청은 옥외주차장에 아주 특별한 지붕을 올리고 있다. 남쪽을 향해 15도 정도 각도가 기울어진 'T자'형 지붕이 그것. 매일 뜨고 지는 태양을 가급적 오랫동안 붙잡아둘 수 있는 구조다.

이쯤 되면 눈치를 챘을 것 같은데, 이 지붕은 햇빛발전소다. 주차장 전체를 완전히 덮는 것은 아니고, 일부분(173㎡)에만 설치한다. 덤으로 햇빛 또는 비가림막 혜택을 볼 수 있는 차량은 22대 정도다. 

주차장에 지붕만 얹어도 1300만 원 벌이

오는 11일 준공될 주차장 햇빛발전소 시설 용량은 30KW. 흔히 기자들은 이런 수치를 많이 쓰는데, 제대로 그 의미를 아는 유식한 기자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나도 모른다. 그래서 1년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을 돈으로 계산해달라고 구청 관계자에게 요청했더니, 1300만 원이란다. 하루 평균 일조 시간을 3.1시간으로 쳐서 한전에 판매할 수 있는 금액이다. 햇빛 지붕을 설치하고 가만히 있어도 매년 이 정도의 공돈이 굴러들어온다니, 그야말로 감지덕지다.

그런데 이 돈이 전부 구청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건 아니다. 구청이 산파 역할을 했지만 주인은 따로 있다. 지난 2월에 창립한 '노원 햇빛과 바람발전 협동조합'(이하 햇빛 조합)이다. 조합은 매년 구청 주차장 부지 사용료로 80여 만원을 구청에 지불해야 한다. 기타 여비를 합쳐 100여 만원을 뺀 1200만 원을 챙길 수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구청 이미지를 홍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주인은 매년 얼마를 챙길까? 햇빛 조합의 배당금을 계산하려면 조합원 수와 출자금을 알아야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달간 모은 출자금은 9500만 원이다. 조합원은 1237명. 이중 1만 원의 소액 투자 조합원이 무려 580명이다. 물론 1000만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 이도 있다. 햇빛 지붕 수명을 20년으로 가정했을 경우, 20년 후 개인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의 수익률은 130% 즉 130000원이다. 이는 은행 이자보다 약간 높은 편인데 이를 1년 단위로 나누면 해마다 650원을 배당받는 꼴이다. 20년 후엔 원금에 이자까지 합한 23000원을 받을 수 있다.

대박 날 일은 없지만 골방에 앉아서 증시 현황만 쳐다보는 이들의 욕망보다는 비교적 건전한 투자다.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미래 환경을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자식에게 용돈을 주는 심정으로 돈을 낸 사람도 많습니다. 자신의 아이 이름을 조합원으로 등록한 거죠. 비록 적은 돈이지만, 20년 뒤에 자신의 아이들은 보다 나은 지구 환경에서 살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 때문입니다." (노원구청 녹색환경과 신호재 주무관)

"협동조합 발기인대회 때 참석한 한 고등학생이 있었어요. 그 친구는 용돈을 모아서 10만원을 냈다고 발표를 했어요. 기후변화에 대해 공부를 하다가 필이 꽂혔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노원 에코센터 이진희 기획팀장)

"돈보다는 환경에 대한 상징적인 가치를 보고 투자했습니다. 매년 이사회를 열어서 결정할 문제이긴 하지만, 이익금을 지역 발전에 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령 노원교육복지재단 등에 기부하는 방안이죠. 아마도 노원구청 옥상과 구내 3~4개의 정보도서관 옥상에 2~3기 발전소를 지으면 배당금도 현실화될 수 있을 겁니다." (햇빛 조합 박창수 위원장)

태양광으로 전등 100개, PC 70대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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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햇빛발전소가 들어설 주차장. 멀리 청사 건물 6층에도 태양광 모듈을 설치한 것이 보인다. ⓒ 김병기


노원구청 주차장뿐만 아니다. 지난 8월 초에는 6층 벽면에 미니 태양광 발전기 38대를 붙였다. 가로 1m 세로 1.6m 크기다. 주차장에서 건물을 바라보니 검은 띠를 두른 것 같다. 왜 6층에만 붙였을까? 그나마 그곳이 제일 일조량이 많기 때문이다. 6층에 올라가서 손으로 한번 흔들어보니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모듈 아랫부분을 살펴보니 아파트 벽면에 설치한 에어컨 지지대와 비슷한 철제 구조물로 싸여있다.

이건 주차장에 세우는 발전기보다 작은 250W급이다. 매월 전력생산량은 912KWh. 이 수치도 감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구청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냉장고를 하루 종일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량을 생산한단다. 6층 직원들이 사용하는 100개의 전등과 70대의 PC에 소모되는 전기를 커버할 정도. 모듈에 연결된 분전함에 인버터를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 태양광이 즉석에서 사무용 전기로 변환되는 현장이다.

그래도 감이 잘 오지 않는 분들이 있다면 이런 예를 들어보자. 노원구는 내년부터 각 가정에 베란다 모듈을 보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듈을 설치할 경우, 월 9000원 정도는 앉아서 벌 수 있다. 도시 4인 가구가 한달 사용하는 전기료는 (312KWh 기준) 4만 9440원 정도다. 노원구가 보급할 모듈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은 24KW 정도로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9000원 정도가 되는 것이다. 모듈 1개 설치비가 60~70만 원인데, 더 많은 보급을 위해 이중 30만 원을 보조금으로 주겠단다.

구청 6층에서 내려와 주차장을 끼고 바로 옆에 있는 구청사 별관 옥상으로 올라갔다. 올망졸망한 화단이 조성된 옥상에도 햇빛 지붕이 얹혀있다. 월 전력생산량은 1920KWh(1개 모듈당 24KWh). 별관 건물 전등 220대가 이 지붕에서 만들어진 전기로 켜진다. 이밖에도 노원구청은 구내 사회복지시설, 공동건물 등 8곳에 총 사업비 1억여 원을 들여 태양광 발전 시설 125KW를 설치했단다. 여기까지 확인하고 나니 태양광에 대한 노원구청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선전 효과만을 노린 게 아니라 구정 철학으로 볼 수 있다.

신호재 주무관은 "15만세대의 아파트 중 10%, 일반주택 1만4000가구의 5%가 미니태양광 모듈을 설치하고 구립건물 50%에 태양광 설비를 한다면 노원구청은 '태양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태양의 도시를 꿈꾸는 노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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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에코센터의 남향 창. 자연 채광에 효과가 있다. ⓒ 김병기


'태양의 도시'를 꿈꾸는 노원구의 실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 하우스에 도전한 것이다. 7호선 중계역 5번 출구로 나와서 300m 정도 걸어가면 마들 근린공원이 나온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직사각형 모양의 2층 건물이 바로 '노원 에코센터'다. 건물 앞 공간에는 아이들이 재생에너지를 체험할 수 있는 놀이터가 있고, 채소밭도 있다.

원래 이 건물은 폐수영장의 관리동이었다. 노원구는 지난해 2월에 17억 원을 들여서 '탄소 제로하우스'로 리모델링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건물로서는 전국 최초다. 이 건물에서 쓰는 모든 에너지는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원에서 나온다. 건물 입구 좌측 벽면에 붙어있는 전광판은 시시각각 그 증거 수치를 올리고 있다. 지난 9월 12일 오후 2시 30분 현재 기자의 눈앞에 새겨있는 수치를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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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센터 전광판. 현재 태양열 생산량이 표시되어 있다. ⓒ 김병기

▲ 태양광 현재 생산량  4.6kw
▲ 전력 사용량          -2.6kw

적어도 그 시각에는 '탄소 제로 하우스'가 아니었다. 이진희 팀장은 "태양열과 지열 등을 합산하면 거의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 팀장에게 올해 들어서 총 생산량과 사용량을 보여 달라고 했다.

'2013.1~9월 현재
▲ 통합 총 생산량 : 37411.717KWh
▲ 전력 총 사용량 : 41651.92KWh'

"어? 탄소 제로 하우스가 아니잖아?"

이 팀장이 제시한 수치를 보는 순간 혼잣말로 내뱉었다. 이 팀장은 또다시 웃으면서 반격했다.

"아무래도 여름에 사용하는 전기량이 많아서 그런 것이죠. 아마 가을이 되면 곧바로 역전될 겁니다."

이 팀장과 함께 1층부터 에코센터 투어를 시작했다. 그는 일어서자마자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자세히 보니 시멘트 골조가 다 드러나 있다. 전기선이며, 수도관도 훤히 들여다보인다.  

"센터 안에서는 누구 흉을 못 봅니다."
"무슨 말이죠?"
"천장이 이렇게 다 트여있거든요. 설계자가 말하기를 각 방이 막혀있으면 내부의 열 손실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 지은 거랍니다."
"각자 막힌 공간을 따로 데우고 식히는 것보다 층별로 열을 관리해야 한다는 건가요?"
"조그만 공간으로 나눠놓으면 각 공간은 금방 데워지고 식는다는 거죠."

또 천장을 보니 그 넓은 공간을 차지한 수많은 LED 형광등 중에 4개만 불이 들어와 있다. 그런데도 실내는 어둡지 않았다.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한 번 둘러보니 남쪽은 통유리로 크게 만들었고, 다른 방향의 창문은 아주 작다. 자연채광을 최대한 활용하고, 열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북쪽을 뺀 나머지 창문에 전동블라인드를 설치했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열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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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제로하우스인 노원구 에코센터 전경. ⓒ 김병기


또 LED 형광등은 일반 형광등보다 약간 비싸지만, 더 밝고 전력 사용량이 3분의 1이다. 창문은 3중창이다. 건물 외벽에는 26cm 이상의 두께로 단열재를 붙였다. 또 내부 공기를 환기할 때에 폐열을 회수할 수 있는 5대의 폐열회수환기장치가 있다. 그야말로 티끌 같은 열이라도 붙잡아두려고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 냉난방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이 정도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나요?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의 64% 정도라고 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이런 시스템을 전국의 가정에 도입한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핵발전소 몇 개는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이 팀장을 따라 지하실로 갔다. 강의실 옆의 철문을 여니 보일러 같은 기구가 양쪽에 세워져 있다. 이 기구에서 땅 속으로 향한 두꺼운 관 3개가 지하 150m 깊이로 박혀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땅속 열의 성질을 이용해 냉난방에 활용한다. 

탄소 발자국을 지우는 또 다른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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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에코센터 이진희 팀장이 옥상에 올라가서 태양광 발전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병기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니 강의실 앞에 카페가 있다. 이곳을 찾는 엄마들의 사랑방이다. 바깥으로 나오니 빗물을 받아서 텃밭에 물을 주는 저장소가 있고 구청 별관 옥상에서 본 태양광 발전소가 세워져 있다. 옥상에서 공원 쪽으로 바라보니 또 다른 태양광 발전시설이 있었다. 두개를 합치면 연간 2만7375KWh를 생산한단다. 그 옆에 태양열 집열기가 설치돼 있는데, 에코센터 건물에서 나오는 온수는 여기서 데운다고 한다.

이날 에코센터 투어는 30여 분 만에 끝이 났다. 그런데 일개 구청에서 탄소제로 하우스 한개 짓는다고 해서, 지구온난화라는 지구촌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구청 주차장에 세워지고 있는 태양광 발전소 한개 세운다고 해서 대안에너지 시대가 새롭게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이 팀장은 말했다.

"에코센터에서는 거의 매일 기후에너지 교실 등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많을 때에는 하루에 200명도 옵니다. 유아에서부터 초중고학생과 개인 신청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환경을 배우고 갑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교육받은 사람과 방문자를 포함하면 1만472명입니다."

이곳의 교육생과 방문객은 에코센터와 노원구의 햇빛발전소가 채 지우지 못한 탄소발자국을 지우는 또 다른 발자국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기대다. 10만원의 용돈을 모아 노원 햇빛조합 조합원이 된 한 고등학생처럼 말이다.
#노원구 태양광 발전소 #에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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