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들이는 해충"...놀라운 적개심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박근혜 대통령

[게릴라칼럼]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담긴 역사성

등록 2013.10.09 22:22수정 2013.10.1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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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등이 사학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해직 교사 9명을 이달 23일까지 조합원에서 제외시키지 않으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인정하겠다."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에 '최후 통첩'을 전했다. 독재정권의 노동통제 수단이었던 노조해산권 조항은 노동조합법에서 1987년 삭제됐다. 이후 지금까지 노조를 강제해산한 사례는 없다. 

왜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 설립 취소에 나섰을까? 전교조가 박 정권의 기반이자 아킬레스건인 친일, 독재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왜 이런 분석이 나오는지 박근혜 대통령과 전교조의 역사적 관계를 살펴보자.

역사적 관계

노무현 정권 때인 2005년 12월, 비리 척결과 족벌사학 규제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당시 야당 한나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박 대표는 사학법 개정에 반발하며 국회를 박차고 거리투쟁에 나섰다. 

당시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은 "전교조에 우리 아이 못 맡긴다" "사학법 날치기 원천무효" 등을 외쳤다. 박 대표는 "한 마리 해충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전국적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며 "이번 날치기법이 시행되면 노무현 정권과 전교조는 이를 수단으로 사학을 하나씩 접수할 것"이라고 전교조를 공격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원도 기여하지 않고, 1980년 스물아홉 나이에 영남대 이사장이 됐다.(아버지 박정희는 10원도 기여한 것 없이 영남대 '교주'가 됨) '박근혜 이사'는 영남대 입시부정과 측근비리 등에 책임을 지고 1988년 물러났다. 그 뒤 박근혜는 자신이 추천한 이사 등을 통해 영남대에 계속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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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는 지난 달 28일 전국 대의원대회를 열고 정부의 설립취소 협박에 에 '수용 여부'에 대한 조합원 총투표를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정했다. ⓒ 윤근혁


박근혜 대표뿐 아니라 정몽준, 나경원 의원 등 당시 한나라당에는 사학 이사(장) 출신 국회의원이 여럿 있었다. 사학의 직접 당사자인 박근혜 대표에게 사학비리 척결과 족벌운영 규제를 위한 사학법 개정은 '(붉은 세력의) 사학 탈취 음모'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학법 개정을 주장한 전교조는 그에게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해충"만큼 미운 대상이었다.

또 박 대표는 거리 유세에서 "전교조는 대한민국 역사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단체이며 반미와 친북을 주입시키는 집단이다"라며 "이런 사람들한테 교육을 맡길 수 없다"면서 전교조를 공격했다. 그는 촛불을 들고 야간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전교조에 대한 적개심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박 대통령의 전교조에 대한 적개심은 2012년 대선 방송토론회에서도 드러났다.

불타는 적개심

당시 박 후보는 "문재인 후보는 전교조와 깊은 유대관계를 가져 왔다"며 "전교조 해직교사의 변호를 맡았고,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전교조 위원장 출신 이수호 후보의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했다"고 문 후보를 전교조와 엮어 공격했다.

하지만 우습게도 박 후보가 대선 때 내건 교육 공약의 상당수는 '전교조 베끼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정책을 베껴도, 세력으로서의 전교조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고등학생의 69%가 6·25를 북침이라고 대답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실 이 여론조사는 표본도 정확하지 않은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전교조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문제의 여론조사를 근거로 "교육현장에서 교육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며 "교사의 특징이나 장점에 따라 다양하게 가르치는 것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진실을 왜곡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교조를 겨냥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학교에서 올바른 역사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이후 친일과 독재 미화 논란을 부른 교학사 역사교과서 사건이 터졌다. 전교조는 해당 교과서 검정 취소를 요구했다. 비슷한 시기에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에 법외노조 최후통첩을 전했다.

친일과 독재에 대한 전교조의 끊임없는 투쟁

아버지 박정희의 친일과 독재는 박 대통령에게 아킬레스건이다. 최근 교학사 역사교과서 사태도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많은 사실 관계 오류와 논란이 있는데도,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 교과서를 적극 옹호한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해당 교과서 집필자를 불러 특강을 열기도 했다. 김무성 의원의 부친 김용주 전 주일공사는 일제강점기 가네다 류슈로 창씨 개명을 하고, 대동아전쟁에 조선인 참여를 독려한 친일 단체 조선임전보국단 대구 상임이사를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과 실세 의원 부친이 친일 의혹을 받고 있다는 건 우연이 아닌 한국 보수세력의 현실이다. 새누리당(전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 노력했고, '이승만 띄우기'에도 나선 적이 있다.

사실 보수정권의 뿌리가 된 세력들의 친일과 독재(반민주) 전력은 학교에서 오랫동안 금기시 되어 왔다. 학교에서 누구도 '박정희는 친일파이자, 군부 독재자'라고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합법적으로 편찬된 친일인명사전을 학교 도서관에 배치하려 하자 교장이 극렬 반대하고, 보수에게 '좌편향'이라며 공격받은 금성 역사교과서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학교도 있다.

일제와 독재를 찬양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번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학내에서 가장 크게 반대하는 세력은 바로 전교조다. 한국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은 교학사 역사교과서 검정 취소를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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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 오전 교육부가 있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친일·독재 미화 뉴라이트 교과서 규탄대회 및 검정 무효화 국민네트워크 출범식'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이승만, 박정희를 미화하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교학사 한국사교과서는 역사교과서로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 권우성


전교조 법외노조화 추진... 박근혜 정권의 공권력 사유화 극단

앞서 말했듯 '노조 아님(법외노조) 통보'를 규정하는 내용은 노동조합법에서 삭제됐다. 하지만 노태우 정부 시절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으로 부활했다. 이미 현병철 체제의 국가인권위원회와 이재갑 전 노동부 차관도 위헌성을 지적한 조항이다. 국격과 국제적 표준을 중시하는 보수정권이 국제노동기구 등의 권고를 무시한 채 해고자 조합원 가입을 문제 삼는 건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6만 조합원 중 해직 교사 20명을 이유로 15년간 합법적으로 활동해온 전교조를, 위헌 논란이 있는 시행령으로 설립 취소하겠다는 게 과연 타당한 일일까?

로마시대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론>에서 "정의 없는 국가는 떼강도다"라고 했다. 정권이 공권력을 정당성 없이, 사용하는 게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꼬집는 말이다.

박근혜 정권이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나선 건,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한 대표적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아우구스티누스가 경고한 '떼강도 짓'이 될 수 있음을 박근혜 대통령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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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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