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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배우? 내가 아닌 카메라가 두려워해야죠!"

[하연주와 함께 하는 북토크④] '반 고흐 영혼의 편지', 거장에게 느끼는 인간적 면모

13.10.12 08:38최종업데이트13.10.1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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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멘사 회원이라는 것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던 배우 하연주. 멘사는 아이큐 테스트에서 상위 2% 안에 드는 지적 능력 소유자들로 구성된 국제단체다. 156이라는 높은 아이큐로 대중의 이목을 끈 하연주는 어릴 때부터 많은 책을 섭렵한 '독서왕'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만 총 60여 권의 책을 읽었다고.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하연주와 함께 책을 중심으로 삶을 풀어 나가는 대담을 진행하려 한다. - 기자 말

"어렸을 때 꿈이 화가였어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거든요. 엄마가 어릴 때 처음 사준 책이 고흐의 도록이었어요"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어렸을 때 꿈이 화가였어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거든요. 어릴 때 엄마가 처음 사준 책이 고흐의 도록이었어요. 반 고흐의 그림을 모두 알 정도로 좋아했죠. 어린 시절에 위인전을 읽고 그의 그림을 보면서 호기심이 들었는데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보면서 그의 내면적인 고뇌를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스무 살 초반에 읽었는데 동생인 테오한테 쓴 편지 형식으로 구성돼 있죠. 예술가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제가 연기자로서도 필요한 감성,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배울 수 있었어요." (하연주,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추천)

-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이전에 추천해줬던 <두근두근 내 인생>이랑 <템테이션>에 비해서 진도가 빨리 안 나갔어요.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돼 클라이맥스가 있는 구조가 아니라 잔잔하게 흘러가는 구조였어요. 고흐의 고민이라든지 일상 등을 편지를 통해 주고받는 형식이라 몰입이 확 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전 책처럼 푹 빠져 읽지는 못 하지만 잔잔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천재 화가로만 알고 있었던 고흐가 그림을 그리며 엄청난 고민을 했고, 많은 어려움 속에서 그림을 발전시키려 했다는 게 놀라웠어요.
"고흐는 늦게 그림을 시작한 편이고 정식으로 배우지 않고 혼자서 터득을 했던 것 같아요. 거기서 오는 방황과 고뇌들이 테오와의 편지글에 많이 묻어납니다. 지금은 유명한 그림들이지만 당시에 알려지지 않은 그의 스케치들을 편지에 담아 테오에게 보내기도 했고요. 글도 있지만, 글의 맥락 속에 그림도 실려 있어서 좋았어요. 하나의 완성품을 그냥 감상하기보다 그 그림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알 수 있으니 더 신선했어요."

오마이스타와 북토크를 진행 중인 배우 하연주가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추천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반고흐 영혼의 편지> ⓒ 예담


- 데생, 스케치, 유화 등 그림에서의 고민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부모님과의 갈등, 사랑, 금전적인 문제 등 우리네 지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는 고민도 있더라고요.
"고흐가 그림을 두고 고뇌를 많이 하지만 생활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던 사람 같아요. 가족과 불화, 사촌 여동생과의 사랑, 서툴게 삶을 살아나가야 하는 모습 등등.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냥 천재, 거장으로만 알았는데 인간적인 면모에서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 이 책을 보니, 고흐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그림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매달렸던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책에 '잘 참다가도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도 절망에 빠지는 일들의 반복'이라는 말이 나와요. 거장도 그렇게 절망하고 스스로를 다시 세우고 달리는 한 인간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의 삶이 되게 우울한 면도 있지만 스케치가 잘 됐거나 좋은 모델을 찾았거나 그러면 또 달라져요. 거기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동생인 테오에게 편지를 보내죠. 이 천재 화가의 삶이 꼭 암울하지만은 않았구나 싶고, 소소한 행복으로 희망을 찾아나가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오마이스타와 북토크를 진행 중인 배우 하연주가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추천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 후기인상주의 대표 화가인 폴 고갱과의 친분도 나와요. 거장들끼리 당시에 연결돼 서로 교류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책 후반부에 보면 고갱이 등장해요. 고갱의 그림을 테오가 팔아주었고, 고갱이 고흐가 있는 곳으로 와서 지내기로 했죠. 그러다 고흐가 귀를 자른 사건이 일어났어요. 우리가 다 아는 유명한 사건이죠. 고갱과 사이가 좋았으면서도 나름 갈등을 겪고 있었나 봐요. 고흐가 그 일이 있고 나서 고갱에게 썼던 편지도 있습니다. 

고흐가 점점 발작을 일으키는 일이 잦아져 정신병원과 요양원에서 지내는데 그곳에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그림을 그려요. 고흐의 그런 예술혼은 정말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수입이 없어 생활이 안되는 상황에서 고흐는 동생에게 빚을 졌어요. 고흐는 자신의 평생을 그림에 바치는 게 동생에게 진 물질과 마음의 빚을 갚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테오에게 빚을 못 갚으면 자신의 영혼을 주겠다고도 했죠. 그가 이런 삶을 지속 했다는 게 대단해요."

"그림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매달렸던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 이정민


- 이 책에서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요?
"책에서 반 고흐가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해요. 진정한 화가가 되면 캠퍼스가 화가를 두려워한다고요.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화가들도 하얀 캔버스를 마주하고 있으면 두려움이 있는 것처럼 저도 카메라가 두려울 때가 있거든요. 그런 것을 극복해야 진정한 연기자가 되는 것 같아요. 카메라가 저를 두려워할 정도로 그런 깊이 있는 진정한 연기자가 되고 싶은 바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흐처럼 당당하게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노력할 겁니다."

- 언제 카메라가 두려워요?
"중요한 신에서 잘 하고 싶을 때 두려움이 생기는 것 같아요. 중요한 신에서 아쉬움을 남긴 적이 있으면 다음엔 똑같은 실수를 안 하고 싶어서 두려움이 생기는 거죠. '내가 그 때처럼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 하면 어떡하지'라면서요. 그걸 극복하는 길은 자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이 올 때마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그런 두려움과 고민들을 밀쳐 내야하는 것 같아요."


하연주가 추천하는 책 4탄
김연수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


하연주가 추천하는 책 4탄, 김연수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 ⓒ 이정민


"김연수 작가님이 '달리기'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내요. 작가님의 평범한 일상에서 묻어나는 솔직한 생각들과 깨달음을 공감하며 포근하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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