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레미콘 노동자, 달라도 이렇게 다르다니...

한 사람은 정규직인데 다른 한 사람은 특수고용직 노예신분

등록 2013.10.18 11:49수정 2013.10.18 11:49
0
원고료로 응원
a

일본 레미콘 현장. ⓒ 건설노조


여기 두 사람의 레미콘 노동자가 있다. 똑같이 건설현장에서 레미콘 믹서트럭을 운반하고 공급하는 일을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처지는 너무나 다르다.

먼저 A 노동자는 정규직이다. 그는 정규직이므로 매달 급여를 받고 4대 보험 혜택도 누린다. 주 5일 근무하며 조기출근이나 야간노동을 하게 되면 그에 대한 수당을 지급받는다.

A 노동자의 2013년 4월 월급 명세서를 살펴보자. 노동일수는 20일이며, 기본급과 대형면허 소지에 따른 수당, 주택수당, 가족수당, 식비, 조출 및 연장수당을 포함해 583만 원인데 거기서 건강보험과 후생연금(국민연금), 고용보험 및 각종 세액 136만 원을 공제한 후 446만 원을 월급으로 받았다.

반면 B 노동자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개인사업자, 즉 자영업자로 취급받는다. B 노동자의 신분을 알 수 있는 문서는 사업자등록증과 일명 노예계약서라고 불리는 운송도급계약서다.

그는 특수고용직이므로 노동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4대 보험 혜택도 없다. 건설현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온갖 산재사고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레미콘은 산재보험 적용 직군에 속해 있으나 사업주가 의도적으로 회피해 현장 노동자들의 가입률은 저조하다.

일본에선 정규직 노동자... 한국에선 '노동자도 아니다'?

a

일본 레미콘 현장. ⓒ 건설노조


일요일 공휴일 구분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고, 조출과 야간노동을 밥 먹듯 한다. '탕떼기(운행한 횟수에 따라 운반비를 지급하는 것)'로 운반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조출이나 야간노동, 대기 시간 등에 대한 수당은 없다.


레미콘사와 건설사가 시키는 대로 무엇이든 해야 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노동자가 진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노조명칭을 사용하거나,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등 노조와 관련된 모든 행위는 계약해지, 즉 해고로 이어진다.

건설노조가 건설경제연구소에 위탁해 2013년 6월 발표한 '건설기계 실태조사 및 분석' 자료에 의하면 2013년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 간 월평균 회전수가 69.5회전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실 수입을 추산하면 한 달 평균 운반비는 102만 원 정도다.

A는 일본, B는 한국의 레미콘 노동자다. 위의 내용은 건설노조의 도움을 받아 한 일본 레미콘 노동자의 월급 명세서와 한 한국 레미콘 노동자의 사업자등록증, 운송도급계약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일본도 1960년대부터 지입차주제(차량은 노동자가 소유하고 운송업체에 지입료를 내고 물류를 배당받는 하청체계)가 도입되기 시작했으나 당시 레미콘 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여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a

한국 레미콘 노동자들의 투쟁. ⓒ 건설노조


a

레미콘 노동자들은 허울좋은 '사장'이란 이름의 특수고용 굴레를 벗고 노동자로서의 삶을 요구하고 있다. ⓒ 건설노조


a

레미콘을 비롯한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 건설노조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노총 신문 <노동과세계> 특수고용노동자편 특보에도 게재됐습니다.
#레미콘 #특수고용 #노조법 #노동자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