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 사태와 노조법의 문제점

등록 2013.10.23 11:28수정 2013.10.2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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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3일 고용노동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해직자들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전교조 규약의 개정과 조합원으로 활동하는 해직자 9명의 탈퇴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 이달 23일까지 전교조가 이러한 시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합법적인 노조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요구에 대해 전교조는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의 요구를 수용할지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를 시행했다. 총투표 결과,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의 68.59%가 고용노동부의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거부의사를 밝혔다. 반면,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의 28.09%만이 고용노동부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투표 결과에 따라, 전교조 집행부는 고용노동부가 요구한 전교조 규약 시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해, 전교조는 최종적으로 법외노조 판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전교조는 14년 만에 합법노조 지위를 박탈 당하게 된다.

지난 1989년 5월 출범한 전교조는 출범 당시 정부가 교원노조를 인정하지 않아 '불법노조'가 되면서 소속 교사 1527명이 파면 또는 해직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교원노조의 합법화를 위한 수차례의 노력 끝에 전교조는 창립 10년 만인 지난 1999년 7월 조합원 6만2654명이 가입한 노동조합으로서 노동부로부터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 받게 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을 문제 삼아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 시정명령을 내린 데 이어 지난 9월 23일에는 최후통첩을 했다. 그리고 전교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14년 만에 합법노조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하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전교조에 해직자 노조 가입 허용 조항을 수정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요구는 현행 법률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해직이 확정된 사람은 조합원으로 보지 않는다고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이 법의 시행령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노조의 규약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시정을 요구해도 노조가 시정을 하지 않으면 노조설립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들은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는 대표적 노동 악법 조항 가운데 하나로 국제노동기구(ILO)는 우리나라 고용노동부에 열 차례 이상 권고를 통해 이 조항의 수정을 요구해 왔다.

특히, 국제노동기구 산하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지난 2002년 해직 등의 이유로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우리나라 노조법 제2조 제4호에 대해 "조합원 자격요건의 결정은 노동조합이 그 재량에 따라 규약으로 정할 문제이고, 행정당국은 노동조합의 이러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어떠한 개입도 해서는 안 된다"며 규정 폐지를 권고했다. 즉, 조합원의 자격요건은 전적으로 노동조합의 재량권이며 행정당국은 이에 대해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나 행정기관이 노동조합의 운영에 대해 간섭을 하게 되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노동3권이 침해를 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를 받아들여 조합원의 자격요건은 노동조합의 권리라는 것을 인정하고, 노동조합이 재량권을 가지고 조합원의 자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사용자의 횡포와 착취로부터 노동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최진봉 기자는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전교조 #노조법 #국제노동기구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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