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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본 엄태웅, "내 모습, 내가 봐도 멋있었다"

[인터뷰] '톱스타' 엄태웅이 느낀 '배우' 박중훈 vs '감독' 박중훈

13.10.24 09:50최종업데이트13.10.2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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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톱스타>에서 스타를 꿈꾸는 매니저 '태식' 역을 맡은 엄태웅이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희훈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희훈 기자| '내가 저렇게 잘 생겼었나...?'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톱스타>를 처음 본 배우 엄태웅은 스크린을 가득 채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고.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이었냐고 묻자 그는 쑥스러워하며 두 장면을 꼽았다. 하나는 원준(김민준 분)과 캐치볼을 하다 미나(소이현 분)를 바라보는 부분과 원준에게 응징을 당하고 와서 비참한 표정을 짓는 부분이었다. 엄태웅은 "날이 살아있어서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어떤 영화는 시나리오대로 안 찍히기도 하고, 반면 시나리오에선 기대도 안 했는데 영화에서 의외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있다. 하지만 <톱스타>는 시나리오대로, 현장에서 우리가 찍을 때 감독님과 이야기했던 장면대로 다 맞아 떨어졌다. '(박)중훈이 형이 정말 보통 분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영화인데 촬영 횟수도 그렇고 모든 게 정말 근사했으니까. '대단한 사람이다' 싶더라."

엄태웅은 <톱스타>를 두고 "시나리오대로, 현장에서 말한대로 찍혀서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 이희훈


"촬영 시작 전, '어떻게 박중훈 앞에서 연기할까' 두려웠다" 

28년 동안 배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박중훈은 <톱스타>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감독이기 이전에 선배 배우인 박중훈 앞에서 연기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터. 엄태웅 역시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소속사 관계자에게 "이걸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고. 하지만 시나리오의 힘이 그의 마음을 돌렸다. 엄태웅은 "사람들의 감정이 잘 묻어나서 좋았다"면서 "태식이라는 인물은 할 게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엄태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극 중 짙은 아이라인을 그린 그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랄 것이다. ⓒ 이희훈


결정을 내리고 나서도 부담감은 남아 있었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까지 '이걸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어떻게 박중훈 앞에서 연기할까' 싶기도 했다. 부담을 넘어 두렵기까지 했다. 그러나 딱 반나절 촬영하고 나서 쓸데없는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태웅은 "아마도 박중훈 형이 배우들의 이런 마음을 제일 잘 알았을 것"이라면서 "촬영하면서 힘든 게 하나도 없었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배우일 때도 훌륭하고 야무진 분이지만 감독일 때도 그렇다. 배우들을 친동생처럼 챙겨주셨다. 좋은 사람이고, 멋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랬기 때문에 톱 배우로 젊은 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더라. 영화를 함께 하면서 안지 5~6년 정도 된 형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알던 스타를 형님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내게는 남는 일인 것 같다. 다음에는 배우 대 배우로 만나도 재밌을 것 같다."

배우가 배우 역할을 연기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엄태웅은 "공감되는 부분은 다른 직업보다 많지만, 배우도 사람"이라면서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 이희훈


"배우를 연기하는 배우? 단지 직업에 불과하니까"

엄태웅이 소화한 태식이라는 인물은 톱스타 원준의 매니저로 시작해 단역, 조연을 거쳐 일약 톱스타가 된다. 그러나 욕망을 이기지 못해 다시 나락으로 떨어진다. 엄태웅은 "태식뿐만 아니라 원준, 미나 등 나오는 인물들이 조금씩 다 측은한 것 같다"면서 "단지 직업이 배우였을 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의 변화를 연기했다. 다만 내가 하는 일이기에 알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았던 것뿐"이라고 했다.

"몇 가지 장면에서는 공감이 많이 됐다. 사인을 처음 하는 장면이나 레드카펫에서 앞서 가는 원준을 보고 부러워했던 장면,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등이다. 어떤 기분일지 잘 알았다. 옛날 생각도 살짝살짝 나더라. '그땐 그랬었지' 싶기도 하고. 사람은 생긴 대로 살아야 하는 것 같다. 억지로 '이렇게 해야지' 하는 것보다 손해 보는 것 같더라도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배우로 살면서 엄태웅 역시 태식처럼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는 "연기도 마음에 안 들고, 보는 분들에게도 혹평받은 적이 있는데 그럴 때는 굉장히 힘들다"고 털어놨다. 정해진 일과가 있는 것도 아니요, 앞날을 알 수도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게 힘들 때도 있다고 말한 그는 "그냥 인정하는 수밖에 없더라. 그럴 때면 맞을 거 다 맞고 반성하고, 다음에 실수 안 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엄태웅은 24일 <톱스타> 개봉 이후 전국 곳곳을 누비며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그는 "<톱스타>는 측은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면서 "선입견 없이 영화를 봐 달라"고 당부했다. ⓒ 이희훈


촬영에 앞서 박중훈 감독에게 "배우 하다가 안 되니까 감독하려는 거냐"고 거침없이 돌직구를 던지기도 했던 엄태웅. 그에게 "박중훈 감독이 다음 작품에도 러브콜을 보내면 출연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나는 이번에 여러 가지 감정을 다 보여줬기 때문에 아마 (소)이현씨가 할 확률이 제일 높고, (김)민준이가 그다음, 맨 마지막이 나일 것 같다"면서 "제안을 받는다면 재밌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흥행은 잘 모르겠다. 다만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는 중훈이 형이 다음에도 감독할 때 편해지는, 조금 수월하게 감독 생활을 할 수 있는 스코어가 나왔으면 좋겠다. 같은 일을 하는 후배로서 우리가 바라보는 길을 멋있게 가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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