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증인 안 세우려 황우여·최경환 쫓아왔다"

[국감스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록 2013.10.24 16:37수정 2013.10.2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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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JTBC의 <뉴스 9>에 출연해 '2012 S 그룹 노사전략'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 ⓒ 권우성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환경노동위원회(아래 환노위) 소회의실로 쫓아와 (이건희 회장) 증인 채택을 반대했다. 다른 상임위를 파행으로 갈 것이라고 협박했다. 표결도 아니고 안건 제출만 했는데도 봉쇄했다. 새누리당이 이 회장 지킴이로 나선 것이다. 삼성 앞에 더 작아진 국회의 현실을 보면서 개탄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말이다. 심 의원이 제출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증인 채택을 무마하기 위해 정부 여당의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삼성의 바람막이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심 의원이 이건희 회장을 국회에 세우려는 이유는 '삼성 노조파괴 전략 문건' 때문이다. 그는 지난 14일 JTBC의 <뉴스 9>에 출연해 '2012 S 그룹 노사전략'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민주노조 고사화', '채증', '직원 사찰' 등 삼성 무노조 전략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관련기사 : 삼성그룹 노조파괴 문건 첫 공개... 이마트 복사판). 시민단체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삼성을 검찰에 고소했고,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의 변화 위해, 다른 분들의 결단 있지 않겠냐"

지난 23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만난 심 의원은 "이번 문건 공개는 삼성의 은폐 경영이 끝났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철저한 내부 단속을 자랑하는 삼성에 빈틈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이 통제, 은폐 경영으로 악명이 높지만 이번 공개로 철저한 통제 리더십이 계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시대가 바뀌었다, 삼성의 변화를 위한 다른 분들의 (문건 공개 등) 결단이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심 의원은 문건을 보고 암담했단다. 이 문건이 세계적인 기업, 삼성의 경영전략이라는 점에서다. 그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헌법적 기본권이 무시돼도 좋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삼성이라는 조직은 돈 버는 '머신'이고 직원들은 돈 버는 '머신'의 부품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변화를 위해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셀프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이건희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면 삼성에게 보약이 될 것"이라며 "삼성이 경제 민주화에 동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을 향해 "삼성에 대한 견제와 국민적 감시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며 "국민이 삼성의 가장 강력한 비판자가 돼 달라, 그래야 삼성이 국민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추가적인 문건 공개와 같은 폭로는 없을 것이며 문건 제보자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왜 <JTBC>를 택해 문건을 공개했는지 궁금하다. 
"17대 국회의원 중에서 삼성의 성벽을 허물기 위해 가장 많이 애를 쓴 사람이 저다. 그때는 삼성이 정치, 경제, 문화, 교육, 행정 등 모든 분야를 장악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 의식이 분명 있었다. 4년을 쉬고 19대 국회의원으로 다시 들어와 보니, 삼성의 성벽은 더 높고 견고해졌다. 누구도 삼성을 언급하는 사람이 없었다. 언론 환경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이 문제를 공개해 파급력을 가지려면 방송사여야하고 그 중에서도 삼성과 특수 관계에 있는 JTBC가 다룬다면 훨씬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봤다."

- 보도 이후 손석희 앵커와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잘 다뤄줘서 고맙다'고 하니까, 자기(손 앵커)는 팩트가 보도 원칙이라고 말했다."

- 문건 입수 경위와 관련해, 삼성의 변화를 바라는 분이라고만 말했다.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처럼 제보자를 공개할 의향은 없나?
"관리 잘 하는 삼성에서 최고 경영자들을 위한 '노조 무력화 문건'이 공개된 것만으로도 역사적인 일이다. 삼성 계열사에서 유사 문건이 나오기는 했지만 삼성 그룹 차원의 노조 전략 문건이 통째로 나오기는 처음이다.

삼성은 통제, 은폐 경영으로 악명 높다. 하지만 이번 문건 공개로 철저한 통제 리더십이 계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삼성의 변화를 위하는 다른 분들의 (문건 공개 등) 결단도 있지 않겠나."

"삼성, 돈을 위해 헌법 무시... 직원은 삼성의 '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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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를 탄압하고 봉쇄하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삼성. 이런 불법적인 행위를 경영 방침으로 삼는 삼성에 어떻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 권우성


- 문건 내용은 충격적이다. 무노조 경영을 위해 민주노조 고사화, 부당노동행위, 직원 사찰 등 삼성의 불법성을 짚어 달라.
"암담했던 것은 이 문건이 세계적인 기업, 삼성의 경영전략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권력이 헌법상의 기본권,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 어떤 고려도 없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헌법적 기본권이 무시돼도 좋다는 것을 보여줬다.

삼성이라는 조직은 돈 버는 '머신'이고 직원들은 돈 버는 '머신'의 부품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문학적 교양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조를 탄압하고 봉쇄하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삼성. 이런 불법적인 행위를 경영 방침으로 삼는 삼성에 어떻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노조 탄압을 위한 손해배상 가압류, 교섭창구 단일화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도 여실히 드러났다. 문건에 보면 삼성은 친사 노조를 활용하면 최소 9일, 최장 137일까지 교섭을 지연 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 기간을 민주 노조를 회유하고 와해하는 데에 쓴 것이다. 또 노조 파업과 같은 일로 노조에 손해배상과 가압류 할 때에는 유관기관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유관기관이 한국노총, 노동부, 검찰과 경찰이다. 법률 개정을 통해 악법을 바꿔 나가야 한다."

- 문건 내용이 시행됐느냐가 관건인데 '채증 지속', '개인 파일링 활용 중'이라며 실제 시행 했음을 의미하는 단어들이 나온다. 민변, 참여연대, 민주노총이 검찰에 고발했는데.
"당연하다. 개별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삼성 계열사 전체를 관통하는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의 특별 근로감독과 검찰의 직접 수사가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삼성왕국이 만든 은폐 문화다. 삼성이 관리하는 검찰, 경찰, 노동부가 '봐주기식' 수사로 끝내버릴 수 있다. 삼성의 무노조 신화는 삼성이 만든 '정관검경언' 공화국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삼성은 한국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더욱 엄격한 견제가 필요하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불법, 탈법을 허물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변화는 불가능하다."

-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 삼성전자서비스 수시근로감독처럼 부실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감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수사는 단지 삼성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삼성의 부당노동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되도록 방치한 고용노동부, 검찰 스스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면죄부를 주고 솜방망이 처벌로 끝낸 당국은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삼성 책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삼성에 부역하는 감독 당국의 책임도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 민주노조를 방해하기 위해 이른바 4개의 알박기 노조 4개 있다고도 했다. 그 대상이 어디이며 알박기 노조로 보는 이유는?
"자기들 스스로 'PU(Paper Union, 서류상 노조)'로 명명했다. 일명 '알박기 노조'다. 문건에 보면 'PU가 있는 4회사는 공개 시 '알박기 노조'라는 비난 여론을 감안, 신규 노조의 조기 와해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이라고 적어 놨다.

에버랜드 노조와 삼성화재 노조, 에스원 노조, 호텔신라 노조다. 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화재노조는 전체 직원 5781명 중 조합원이 7명에 불과하다. 에스원은 5181명 중 5명이 조합원이다. 호텔신라는 2127명 중 조합원이 2명밖에 되지 않고, 에버랜드는는 5787명 직원 중 4명이 조합원이다. 알박기 노조라는 증거다."

- 삼성은 처음에는 조직문화에 대한 토의를 위해서 작성한 것이라 인정했는데 일주일 만에 부인했다. 그 의도가 뭘까?
"안타깝다. 삼성이 처음에는 교육자료라고 하면서 실정법상의 문제는 피해갈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인정 때문에 홍보팀이 크게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법무팀이 법적 검토를 거치면서 범법 사실이 이건희 회장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건희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속된 말로 말을 바꾸는, 쪽팔림을 감수한 게 아닌가.

JTBC에 가서야 삼성이 인정한 걸 알았다. 평소 삼성과는 다르게 문건을 인정해서 충격을 받았다. 1주일만 정직했다.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삼성은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었다. 이런 식의 말 바꾸기는 '관리 삼성'의 균열을 보여주는 것이다. 궁색한 변명을 내놓을 게 아니라 당당하게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여야 한다. 75년간 유지해온 무노조 전략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삼성 앞에 작아진 국회, 개탄했다"

- 이건희 회장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진의 파악이 먼저라며 증인 채택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22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가 환노위 소회의실을 쫓아와 증인 채택을 반대했다. 만약에 이 문제 표결하면 다른 상임위를 파행으로 갈 것이라고 협박했다. 표결도 아니고 안건 제출만 했는데도 봉쇄했다. 새누리당이 이건희 회장 지킴이로 나선 것이다. 삼성 앞에 더 작아진 국회의 현실을 보면서 개탄했다."

- 증인 채택과 청문회 개최 추진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하려면 추가 폭로 등의 이슈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삼성이 언제까지 높은 성안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번 문건도 마찬가지지만 삼성 내부에서도 삼성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이번에는 좌절됐지만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삼성 성벽을 허물지 않으면 안 된다."

- 만약, 이건희 회장이 증인대에 선다면 어떤 질문을 하겠나?
"(웃음) 삼성은 세계 굴지의 기업이다. 삼성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75년 간의 무노조 전략을 폐기할 용의가 없냐고 묻고 싶다. 그런 역사적 결단으로 삼성이 경제민주화에 동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올해는 좌절됐지만 내년에는 꼭 세우겠다. 이건희 회장의 증인 채택은 삼성에게는 보약이 될 것이다. 셀프개혁은 어렵다. 정치권이 삼성을 도와야 한다. "

-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까지 삼성의 공(功)은 과잉 평가돼 있다. 국민들은 '삼성이 하면 뭐든지 최고, 우리 사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착각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23조원의 순이익을 얻었다. 삼성의 이익을 우리 국민들이 함께 향유하고 있느냐 이점을 잘 짚어봐야 한다. 삼성에 대한 견제와 국민적 감시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국민이 삼성의 가장 강력한 비판자가 돼달라. 그래야 삼성이 국민 기업이 될 수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삼성 노조파괴 전략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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