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이 꼴인데...박근혜는 죄가 없다고?

[게릴라칼럼] 총체적 대선부정...국가기관의 거악, 그냥 둘 건가

등록 2013.10.27 19:10수정 2013.10.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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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나라가 이 꼴인데 무슨 연애..."

SBS 배성재 아나운서가 자신의 열애설을 부인하며 트워터에 남긴 글이 알려지면서 '나라가 이 꼴인데' 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나라가 이 꼴인데 장사는 무슨 장사?'라며 심각한 서민 경제의 위기를 토로하는 지인이 있는가 하면, '나라가 이 꼴인데 무슨 단풍 구경?'이냐며 산행 권유를 뿌리치는 친구도 있다. 또 '나라가 이 꼴인데 술이라도 먹어야지'라며 술 먹을 이유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도 있다.

'나라가 이 꼴'이라는 짧은 표현은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터져 나온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국정감사를 통해 국정원뿐만 아니라 국방부마저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총체적인 부정 앞에서도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발뺌과 종북몰이에 혈안이 되어 있다. 나라가 이 꼴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라가 이 꼴인데'라는 말을 들을 때면 착잡하다. 나라가 이 꼴이라서 연애도 못하고, 나라가 이 꼴이라서 장사도 안 되고, 나라가 이 꼴이라서 술이라도 먹어야 한다지만, 정작 '이 꼴'인 나라를 무력감과 절망감으로 방치하고 있는 것 또한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유행어가 된 "나라가 이 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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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文 대통령 안뽑은 국민 현명했다"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4일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대선 불공정' 성명에 대해 "이런 분을 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은 우리 국민이 참으로 현명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맹비난했다. 최 원내대표는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무엇을 책임지란 말이냐. 외압도 아직 감찰 단계에 불과하고 결과가 안나왔다"며 "자신이 모든 것을 단정하는 것은 마치 자기가 대통령 위에 군림하겠다는 태도임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 남소연


23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다, 대선 불공정과 민주주의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기다렸다는 듯 "대선불복의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며 집중포화에 나섰다. 그러나 문재인 의원이 발표한 성명서 어디에도 대선불복이라고 볼만한 내용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 달라는 것이 성명서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대선불복 프레임으로 선택을 강요하는 것, 새누리당의 위기의식의 발로임이 분명하다.

직접 선거에 의한 결과는 존중되어야 한다. 이것은 대의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운영 원리이다. "대선불복이냐 아니냐"를 물으려면 적어도 지난 대선이 공정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공정하지 않았다. 그 행위가 당락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본질이 아니다. 국가기관이 동원돼 부정선거가 진행됐고, 그 수혜자가 박근혜 대통령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공정하지 못한 선거를 두고 선거 결과를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건, 성공한 쿠테타를 인정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흔들기는 더 이상 용납되서는 안된다"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말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정권의 정통성은 국민의 합의된 민주주의 원칙 속에서 세워지는 것이지 국정원과 국방부의 불법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의 원칙이 훼손됐다면 대통령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회가 바로 민주주의 국가다. 정권의 정통성이 부정 선거로 중심부부터 녹아내리는 '멜트다운' 상태임에도 검찰의 수사를 축소·은폐 하려는 집권 여당. 이는 정권의 정통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대통령을 떳떳하지 못한 통수권자로 만드는 어리석은 행보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전 정권의 일이고 현 정권과 무관한 일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몰랐을 수도 있고 국정원과 국방부와 관계 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진행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성역 없이 조사해서, 책임을 물으면 된다. 국정원 수사팀장인 윤석열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시키고, 수사를 축소· 은폐하려는 시도는 분명히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범죄다. 불법 선거 만큼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수사 축소·은폐다. 채동욱 검찰총장을 내쫓고, 윤석열 팀장을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에서 배제 시킨 상황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오히려 국민들은 묻고 싶다. 박근혜 정부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밝혀진 국정원과 국방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로서, 집권여당으로서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성의있는 대답을 내놓아야 하는 게 정부와 여당의 최소한의 도리다.

이제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은 점점 박근혜 정부의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일이라고 발뺌할 명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런 정황은 여론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24일 <JTBC>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 불복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 맞다'는 의견은 36.2%에 그쳤다 .반면 '현 정부의 책임 있는 대처를 요구하는 것으로 대선 불복이 아니다'라는 의견은 51.5%로 절반을 넘었다. 오히려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56.5%로 나타났다. 국민들 상당수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수사와 정부와 집권여당의 행보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백척간두에 선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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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도 모자라 국방부도 선거개입"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정치공작·대선개입 시국회의 주최 제16차 범국민촛불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국정원에 이어 밝혀지고 있는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선거개입을 규탄했다. ⓒ 권우성


그러나 한편에서는 '나라가 이 꼴인데'하는 울분과 패배감이 팽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도 안 돼,' '나서는 사람만 손해'라는 이명박 정권에서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아직까지 치유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집권 여당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을 바로잡을 의지도, 능력도 없다. 야당인 민주당에게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인 국민이 직접 나서지 않는다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야권과 진보진영은 '나라가 이 꼴인데'라는 국민들의 푸념만 그냥 듣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민들의 분노를 조직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사실 이건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헌법파괴 세력과 헌법수호 세력의 싸움이다. 양심세력이 국가기관의 거악에 맞서지 않는다면 아 나라의 민주주의는 회생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날마다 입을 다물지 못할 새로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이 터져 나오는 지금, "나라가 이 꼴인데"만 되뇌이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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