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대선 부정', 국민의 인내를 시험하지 마라

[게릴라칼럼] 새누리당의 터무니없는 변명과 대국민 '지능 모욕'

등록 2013.10.28 16:36수정 2013.10.29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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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낯선 땅에서 이주노동자로 살다 보니 가끔 독특한 경험을 한다. 무엇보다 흥미를 끄는 대상은 사람들이다. 특히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이 자신의 느낌을 말로 엮어내는 방식에 주목하게 된다. 예컨대 이곳 사람들은 상대가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늘어놓을 때 이렇게 말한다.

"내 지능을 모욕하지 마(Don't insult my intelligence)."

이럴 때 대개의 사람들은 상황의 심각성, 즉 상대가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즉시 사과한 후 자신의 말을 바로잡는다. 물론 어디나 예외는 있다. 하지만 씨도 안 먹히는 헛소리를 되풀이하는 것은 둘의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무모한 짓으로, 상대가 바보라고 확신할 때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내게 이명박 정부 5년은 '지능이 모욕당하는' 끔찍한 경험이었다. 무능과 부패로 경제, 교육, 복지, 남북관계를 파탄낸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지, 꼭 기막힌 말을 한 마디씩 보태 안 그래도 쓰린 속을 긁어놓곤 했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대한민국의 국격 놀랄 만큼 높아져,' '물고기처럼 생긴 로봇이 강변에 다니며...' (더 말할 수 있지만, 필자와 독자 모두의 정신건강을 위해 이쯤에서 멈추기로 하자.)

지난 5년의 '지능 모욕'

쉽지 않은 5년을 보냈고, 앞으로도 이명박 정부가 남긴 유산을 꽤 오래 몸으로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만은 위로가 되었다. 다시는 그의 말로 인해 '지능이 우롱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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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은 10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자전거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지난 10월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순순히 잊힐 수 없는 존재임을 일깨웠다. 그는 북한강가에서 자전거 타는 사진을 올리며 이렇게 썼다. "탁트인 한강을 끼고 달리니 정말 시원하고 좋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나와보세요." 그곳에서 자전거를 타겠노라 미리 알렸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갔을 텐데, 웬일인지 그는 혼자 달리고 있었다.

최근에는 과거 청와대 행정관들을 초청해서 "녹조가 생기는 것은 수질이 나아졌다는 뜻"이라고 말하며 '당당히 대응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에 그린란드에 갔었는데 거기도 녹조가 있더라"는 것이다. <한겨레>는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의 말을 인용했다.

"그린란드 총리에게 물어보니 (녹조가) '기온이 올라가서 일시적으로 생겼다'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며 그 물을 직접 떠먹더라."

녹조가 수질이 좋아졌다는 증거라면, 왜 국토부는 그 '수질이 좋아졌다는 증거'를 걷어내고 부랴부랴 약까지 뿌려댔는지 궁금하다. 녹조가 수질개선의 징표라면, 그 물이 내뿜는 악취는 '마시면 몸에 좋다'는 증거일까? 그렇다면 '4대강 개발 전도사'들이 모여, 녹조가 가장 많이 낀, 즉 '수질이 가장 좋은 물'을 (그린란드 총리가 그랬듯) "직접 떠먹으며" 자신들의 성과를 축하하는 것은 어떨까?

전 대통령의 '녹조' 발언이 불가피한 상황, 즉 본인의 지능이 자연스럽게 발현된 결과로 나온 게 아니라면, 그의 말은 국민의 지능을 심각히 모욕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식의 '대국민 모욕'이 박근혜 정부 들어 더 심해졌다는 점이다.

더 끔찍한 '지능 모욕 시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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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 청와대


지난 대선에서 특정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정부기관이 대대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가정보원, 국군 사이버사령부에 이어 국가보훈처,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까지 동원되어 야당 후보들을 공격하고 여당 후보를 추켜세우는 여론조작 행위를 벌였다는 증거가 포착된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실이 드러나자,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그로 인해 득을 본 것도 없다고 맞섰다. 과거 여당 대표에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지낸 후 여당 대선후보가 된 사람이 '지난 정부'와 관련이 없단 말인가? 대선 여론조작 사건은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현 대통령'이 선출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국가기관의 '여당후보 당선시키기 작전'이 해당 후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 왜 국민들의 세금을 물 쓰듯 써 가며 그런 쓸데없는 짓을 했는지 궁금하다. 대대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의 목적이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이었다는 말일까, 영향을 미치려고는 했으나 무능해서 실패했다는 것일까? 대통령과 여당이 아무 거리낌 없다면서도 지속적으로 수사에 압력을 행사하고 수사팀을 교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문제제기를 하는 국민과 야당을 향해 '대선불복'이냐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말을 똑바로 하자. '대선'은 국민들 스스로 대표를 뽑는 과정이지, 국가가 지명하는 절차가 아니다. 국가가 나서는 순간 그건 더 이상 '대선'이 아니라 '범죄'다.

'대선불복'은 국민의 뜻을 거부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제 이익에 맞는 후보를 민 여당과 정부기관이 받아야 할 비난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 "대선 불복의 유혹은 악마가 야당에게 내미는 손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이렇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남 말 하듯 할 수 있을까. 국가기관을 동원한 여론조작 시도야 말로 '악마가 여당에게 내민 손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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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지켜보는 김정석 서울경찰청장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서울시경 국정감사에서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준비한 자료를 보여주며 질의하자, 김정석 서울경찰청장이 모니터를 통해 이를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영훈국제중 비리 처벌이 억울할 판

현 정권의 '지능 우롱'은 갈수록 가관이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논란이 되는 댓글과 트위터는 한강에 물 한 바가지 붓는 격"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지지 않고 거들었다. "(문제가 된) 5만5000여건 트위터 글은 국내에서 4개월간 생산된 2억8800만건 가운데 0.02%에 불과해" 별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의식을 지닌 게 집권여당이라면 한국의 미래가 암담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증가하는 강력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1년 주요 형사범죄 발생 수는 거의 100만 건에 이르러, 2003년에 비해 무려 세 배나 증가한 상태다.

하지만 여당 원내대표의 계산법에 따르면 별 걱정거리가 안 될 수도 있다. 살인과 강도사건을 모두 합해도 10만 명당 10건으로, 0.01%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몽준 의원의 표현대로라면 '한강에 물 반 바가지 붓는 격'이다.

이들의 말을 들으면 '백화점식 입시비리'로 구속된 영훈국제중 관계자들까지 억울할 것 같다. 이 학교 이사장은 입학생 선발과정에서 자녀를 합격시켜주겠다면서 4명의 학부모에게 9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6년을 구형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벌 2세의 아들까지 연루된 이 입시비리 사건에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분노했다. 돈과 권력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 한국 교육계와 기득권층의 참담한 모습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마음에 달린 법, 징역 6년 구형을 부른 4명 상대의 비리는 초등학생 300만 명의 0.00013 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 않은' 게 어디 혼자뿐이랴. 민주국가의 근본을 뒤흔드는 선거 비리 혐의를 받는 여당의 태도를 보라.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계승한 이들의 뻔뻔함에 비하면, 비리 이사장은 순결하다 못해 투명해 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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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하야하라"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국정원 선거개입과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하야하라'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희훈


현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변명과 은폐는 그들이 국민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그 조직적 선거 부정 행위에 침묵할 때, 그들은 국민이 그 행위를 승인한 것으로 간주하고 해 온 일을 계속할 것이다. 국민의 정권의 들러리로 만드는 것은 기득권층이 가장 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선거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되면, 재임기간에 무슨 짓을 벌여도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어와 영어권에서 공통으로 쓰는 말이 있다. '인내를 시험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의 인내를 시험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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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와 <미디어기호학>을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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