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는 놔두고 또 공공요금 인상? 미쳐버리겠네

[게릴라칼럼] '이명박근혜'가 아니라면 공공요금 인상, 철회해야

등록 2013.10.29 21:22수정 2013.10.29 21:22
22
원고료로 응원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국민이 봉이냐고? 전기요금 올릴 때마다 적자 때문이라니. 수도 요금에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서민들 진짜 죽어라 죽어라 하는구나."

선술집 주인은 뉴스를 통해 공공요금 인상 소식이 나오자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드문드문 앉은 손님들도 한마디씩 거든다. "아직까지 국민이 봉인 줄 몰랐나?"라며 농담섞인 핀잔을 던지는 손님부터 "국민들 호주머니가 자기들 쌈짓돈"이라며 주인을 거드는 손님까지. 서로 다른 말이었지만, 공공요금 인상이 탐탁지 않다는 반응은 모두 비슷하다.

24일 정부는 국회에 '2013~201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상세안을 제출했다. 이 안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41개 공공기관은 부채비율 낮추기 자구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은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전기요금, 상수도요금, 가스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철도요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향후 5년간 부채비율을 줄인다는 명분하에 관련 공공요금이 크게 오를 전망이다.

비리는 놔두고 또 요금 인상?

a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중앙급전실 모습. (자료사진) ⓒ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는 공공요금을 수없이 인상했다. 공기업 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기 때문에 강도 높은 자구책과 함께 최소한의 인상을 한다며 매번 국민들에게 이해와 희생을 요구했다. 전기요금만 해도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4차례 총 19.6%가 인상됐다. 그러나 한전의 적자는 해소되지 않았고, 강도 높은 자구책도 번번이 말잔치로 끝났다. 상수도요금, 가스요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공기업 적자폭과 상관없이 임원들의 성과급 잔치는 매년 반복되었고, 납품 비리와 횡령 등 공기업 비리 사건이 끝도 없이 터져나왔다.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까지 해서 공공요금 인상 억제를 주문했던 박근혜 대통령도, 막상 집권 후에는 공공요금에 대해 어떤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공공요금 인상보다 "공기업 쇄신이 먼저"라며 이명박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새누리당 에너지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전기요금 개편안은 누진제 축소를 명분으로 저소득층 요금 인상을 부추기는 거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이 지난 10년간 100대 기업에 원가 이하로 할인해 준 특혜 전기요금이 9조 43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2008년부터 5년간 한전의 적자 규모가 9조 6000억임을 감안한다면, 5년 동안 적자폭 만큼의 돈을 10년 동안 대기업에게 값싼 전기를 공급하면서 가격 할인을 해준 셈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적자폭을 메우기 위해 또 국민들이 쓰는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니, 국민들 호주머니 털어 대기업 곳간 채워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구책만 해도 그렇다. 만성적자 상태인 한전이 지난 5년간 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만 1조 6400억 원이다. 부좌현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 비리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이 최대 2조 6000억원이 된다고 한다. 전기요금 인상 때마다 자구책 마련, 비리 근절을 앞세웠지만 정작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국민 호주머니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납품 비리로 최대 2조 6000억원이나 되는 막대한 손실을 유발한 것 뿐이다. 2조 6000억원이면 전기요금 5% 인상요인을 가져오는 금액이라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명박 정부가 만든 공기업 부채, 놀랍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가장 건실한 공기업으로 평가받던 곳 중 하나였다. 이런 공기업이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공사를 진행하면서 부채 13조 2000억원(2012.6월 기준)의 부실 공기업으로 전락했다. 새누리당 안효대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이후 7년간 금융부채만 11배가 늘어났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4333억이고, 이자비용은 5189억으로 영업이익으로는 1년 이자도 부담하지 못하는 지경이 돼 버렸다.

a

민영화 반대 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력산업 민영화를 반대하며 "원가이하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전기의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신원경


그런데도 한국수자원공사는 4년간 사장 연봉 42%. 상임이사 연봉 27%. 직원 연봉 13%가 인상됐다. 그러나 성과급에 비하면 이는 비교할 바도 못 된다. 직원들의 성과급은 지난 4년 동안 225%나 올랐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해 환경파괴에 앞장선 한국수자원공사가 사업 부실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은커녕, 인상된 연봉과 함께 4년 동안 200% 이상 인상된 성과급을 받아 챙겼다. '신의 직장'도 이런 신의 직장이 없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자구책으로 경인아라뱃길 물류단지를 분양하고 항만시설관리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민 혈세로 지은 물류단지 분양과 항만시설관리권 매각이 과연 고통어린 자구책인지 의문이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지원하기 위해 2008년부터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 뛰어들었다. 투자액만 5조 9000억에 이른다. 반면 투자회수율은 2010년 22% 지난해에는 4%에 불과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8조 7400억 원이었던 부채는 2013년 32조 원으로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매년 부채가 5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중 70%에 해당하는 8573억 원을 이자로 사용했다. 부채비율 377% 라는 성적표는 저렴한 가스비 때문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방만한 투자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우리나라 공공요금체계는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지원한다는 미명 하에 대기업에 싼 값으로 공급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요금이고, 수도요금과 도시가스요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산업용이 가정용보다 저렴하다. 대기업에 요금을 깎아주고, 방만한 운영으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때마다 공공요금 인상을 강변하는 요금 체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국민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봉'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잘못에서 비롯된 천문학적인 공공기관의 부채까지 국민들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잘못된 4대강사업, 원전비리, 자원외교에 대한 단죄 없는 공공요금 인상, 국민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이유도 받아들일 여력도 없다.

신의 직장인 공공기업.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언제나 '갑'이었다.  매년 인상된 연봉과 성과급을 챙기고 숱한 비리를 저질러 국민들에게 몇 조의 손해를 끼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그들. 이런 구조를 방치한 채 또다시 공공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것, 착취이고 범죄 은폐에 다름 아니다. "국민의 70%를 중산층으로 만들겠다"는 박근혜 정부. '이명박근혜'가 아니라면 국민을 '봉'으로 보는 공공요금 인상안,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공공요금 #전기요금
댓글2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