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사민당 당수, 한국대학생들을 만나다

스웨덴 국민 복지 주제로 강연... "서로 도우며 살자, 연대하자"

등록 2013.10.30 11:39수정 2013.10.30 11:53
0
원고료로 응원
a

한국외대에서 강연중인 러벤 당수 스웨덴 사민당의 스테판 러벤 당수가 한국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있다. ⓒ 제은진

스웨덴 사회민주당(아래 사민당) 당수인 스테판 러벤(Stefan Lofven)이 한국 대학생들과 만남을 가졌다.

스테판 러벤은 2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위치한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찾아 장장 두시간에 걸친 특강 및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특히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은 예정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진행돼 마치 러벤 수상과 학생들과의 토론의 장(場)을 방불케했다.

지금은 제1야당의 위치에 있지만, 스웨덴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인 타게 에를란데르(Tage Erlander)와 올로프 팔메(Olof Palme)가 사민당 출신으로 수상을 지냈었다.

193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가난한 농업국가였던 스웨덴이 50년도 채 지나지않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가 되고, 그 후 복지국가로 자리잡는 동안 스웨덴에는 사민당이 집권하고 있었으며 바로 타게 에를란데르와 올로프 팔메를 수상으로 두고 있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불리는 오늘날의 스웨덴 복지국가를 세운 사민당의 당수여서인지, 이날의 강연도 국민 복지에 대한 얘기들이 강연의 주를 이루었다.

러벤 당수는 스웨덴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성평등과 보육수준을 이루고 있는 국가라며, 많은 여성이 노동 시장에 참여하면 일하는 여성과 국가 경제가 함께 동시에 성장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또한 스웨덴이 아동보육에 투자를 해서 높은 아동보육 시스템을 일구어 냈기에 "아이를 돌봐야하기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라는 사람이 드물어진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러벤 당수에 따르면 스웨덴 내 16~61세 사이의 여성 72%가 고용된 상태이며 직업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 수치는 유럽 내 최고의 여성 고용률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복지국가를 유지하는 핵심은 높은 세금이 아니라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어느 누군가 직장을 잃는다면 실업 상태에 오래 머물러 있지않고, 빠른 시일내에 다른 직장이나 직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복지국가를 운영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a

강연이 끝난 후 캠퍼스 교정에서 한국외대 학생들과 담소를 나누는 중인 스테판 러벤 당수와 주한 스웨덴 대사. ⓒ 제은진


실제로 스톡홀롬에 위치한 쇠데르턴 대학교 정치학과 최연혁 교수의 저작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에 따르면 스웨덴 사회는 실직자에게 1년동안 무노동 연봉을 제공, 1년 재취업교육 책임, 회사 상황이 회복될 시 재고용 보장, 창업을 원할시 창업비 지원 및 컨설팅 제공 등과 같은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한다고 한다. 게다가 스웨덴은 대학도 무상으로 지원하지 않은가. 그러니 원하면 언제든지 대학교육을 받고 인생에서 제2의 출발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보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러벤 당수가 생각하는 복지국가가 직면하는 문제는 바로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보수 우파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스웨덴에 실업자 수는 40만 명이나 되며, 스웨덴과 같이 인구가 적은 국가에서 40만 명이란 엄청난 실업률을 뜻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민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2020년까지 스웨덴이 유럽에서 가장낮은 실업률을 가진 국가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자신이 스웨덴 국민들과 하는 약속이라고 한다.

덧붙여 러벤 당수는 내년 총선에서 사민당이 집권에 성공하면, 외교정책에 힘쏟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게 바로 자신이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이며, 스웨덴은 세계 다른 나라와의 외교를 통해 얻을 것이 많은 나라이며 한국과의 교류가 더욱 깊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러벤 당수는 마지막으로 스웨덴은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복지제도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솔루션이라고 주장했다. 복지제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번창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얘기하며 무려 한 시간에 이르는 강연을 끝마쳤다.

지난 2012년 한국외대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과는 달리 러벤 당수는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 학생은 스웨덴 민주당은 반이민 정책을 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사민당 당수로써의 생각은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참고로 스웨덴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집권에 성공한 반이민 정책을 갖고있는 극우 정당이다. 이에 러벤 당수는 반이민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두려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민자들이 몰려오자 자신들의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스웨덴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러한 보수 정치인들은 이민자들을 안 받고 다른 다라로 보내버리는 게 해법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러벤 당수는 글로벌 경제 시대에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이 산업 발전을 이룩하는 동안 다른 나라 이민자들을 받아들였고,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스웨덴에 애착을 가지고 본국에서도 스웨덴의 좋은 이미지를 알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스웨덴이 다른 대륙의 국가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즉 오늘날의 세계 경제에서 혼자서만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강연 내내 'solidarity(연대)'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는데, 이 질문에 답변하면서도 다시 한번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만약 사민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하고, 화학무기 공습으로 고통받는 시리아의 국민들이 스웨덴으로 망명신청을 하면 자신은 총리로써 그들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강연에는 스칸디나비어과 학생들이 주를 이루어서 그런지, 유창한 스웨덴어로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 중 스웨덴어를 전공하는 한 학생은 한국과 스웨덴 사이에는 러시아, 중국 등과 같이 많은 국가들이 존재한다고 말문을 떼면서, 한국인들도 스웨덴에 대해 잘 모르고 스웨덴인들도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향후 5~10년간 한국과 스웨덴의 관계 전망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다고 물었다. 그러자 러벤 당수는 '오늘 이 자리에 와 계신 주한 스웨덴 대사께서 그점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계신다'고 얘기하면서, 스웨덴은 수출 지향국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스웨덴은 서로 배울 점이 많은 국가이다라고 하면서, 양국 관계가 지금보다 더 낳아질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또한 지난 5월 발생한 스웨덴 이민자 소요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러벤 당수는 그건 아주 심각한 사건이었다고 말하면서 이런 사건을 어떻게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줬다고 했다. 몇 년 동안 실직상태가 계속되면서 안 좋은 생활 환경에 놓여있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장기간의 실직 상태는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나약하게 느끼겠금 만든다는 것이다. 어디 출신이건 상관없이 스웨덴에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좋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러벤 당수 사이의 질문이 끊임없이 오고가는 틈에 강연 시간은 원래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갔다. 한국 학생들이 스웨덴어나 영어로 질문을 하면, 러벤 당수는 영어로 답변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강연장을 메우고 있던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국학생 들이었으나 약 20명에 이르는 스웨덴 교환학생들도 강연에 참석했다. 마지막 질문은 스웨덴 여학생이 유권자로써 당당하게 질문을 던졌다.

"러벤 당수님이 강연 내내 말씀하신 연대(solidarity)라는 가치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민당보다 다른 정당에 투표할 의사를 갖고있는 스웨덴 유권자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시겠나요?"

이에 러벤 당수는 "우리 모두는 평등하게 태어났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고 지속해나가고 싶다면 우리 사민당을 지지해 달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서로 도우며 살아갑니다. 바로 연대(solidarity)이죠"라고 대답하며 장장 두 시간에 걸친 강연의 막을 내렸다.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정당이자 현재 제1야당의 지도자인 그는 강연이 끝난 후에도 캠퍼스 교정에서 한국외대 학생들과 담소를 나누며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고아출신으로 수양부모 아래에서 자라나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노조원으로 활동하던 중 정계에 입문하여 사민당 당수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전통적인 노조원 출신이라 그런지 실직의 어려움과 고통이 어떠한지, 왜 모든 국민들이 원하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국가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한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스웨덴에서는 회사의 운영이 어려워 노동자와 직원들이 해고를 겪더라도, 얼마든지 다시 재기하여 재취업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게 바로 사민당의 장기 집권이 이루어낸 업적이다.

일방적인 해고통지와 재취업의 기회가 어려운 국가에서 국민들은 좌절을 느끼기 싶고 행복, 만족도는 하락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스웨덴은 실직 향후 1년 동안 해고노동자가 빈곤에 시달리지 않도록 무노동 연봉을 제공하고 1년간 재취업 교육또한 보장하고 있다. 만약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도 이같은 사회안전망이 보장되어 있었더라면 그들은 애초부터 공장 옥상에 올라가 농성을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해고통지를 받은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인간적인 폭력진압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서 재취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었다.

도저히 재기할 희망과 방법이 보이지않아, 할수 없이 마지막 수단으로 농성을 한 해고 노동자들에게 최루액을 살포하고 테이저건을 발사하여 그들의 뺨에 박히도록 한 국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러벤 당수는 실직상태와 더불어 재취업에 대한 희망이 없을때 이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국가에서는 실직자가 다시 재취업에 성공하여 일하는 사회의 일원으로써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반면에, 다른 한 국가에서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해고노동자들을 가장 비인간적이며 폭력적인 방법으로 진압했다.
#스웨덴 #사회민주당 #STEFAN LOFVEN #쌍용차사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배달하다 숨진 26살 청년, 하루 뒤에 온 충격 메일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