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뉴스 시대, 언론사 순위는 '선정성' 순?

[기획-네이버 대 조중동①] 네이버는 대한민국 언론을 어떻게 길들였나

등록 2013.11.12 14:24수정 2013.11.1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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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뉴스스탠드 경제·종합지 26개 가운데 선정적 사진이나 낚시성 기사를 배치하지 않은 '청정 매체'는 <한겨레>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프레시안> <내일신문> 등 6개에 불과
네이버 뉴스가 또 다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언론사 트래픽 급감과 선정성, 갑을 논란 등을 의식한 것이다. 언론사와 포털은 인터넷 뉴스 유통 주도권을 놓고 기싸움을 벌여왔다. 네이버도 뉴스캐스트, 뉴스스탠드 등을 통해 뉴스 트래픽을 언론사에 일부 넘겨주긴 했지만 균형추는 더 기울고 있다. 이 시점에서 포털이 장악한 언론 생태계 문제점을 살펴보고 언론사와 독자 모두에게 바람직한 상생 방안을 고민해본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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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스탠드 '선정적 보도' 현황 ⓒ 고정미


네이버 뉴스스탠드 8개월... 언론사 순위는 선정성 순?

네이버 뉴스스탠드도 '선정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뉴스스탠드 경제·종합지 26개 가운데 선정적 사진이나 낚시성 기사를 배치하지 않은 '청정 매체'는 <한겨레> <오마이뉴스> <데일리안> <미디어오늘> <프레시안> <내일신문> 등 6개에 불과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21일과 30일, 이달 11일 3차례에 걸쳐 뉴스스탠드 100여 개 매체 가운데 종합·경제지 26개를 모니터한 결과다. 반면 3차례 모두 선정적 편집을 한 '선정 매체'는 <조선> <동아> <중앙> <한국> <서울> <문화> <매일경제>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파이낸셜뉴스> <서울경제> 등 11개에 달했다.

'랭키닷컴' 언론사 순위로 나열해봤더니 상위권 매체일수록 상대적으로 선정성이 심했고 하위권 매체일수록 선정성이 덜했다. 웹사이트 전체 '톱100'에 들어가는 14개 매체 가운데 9개 매체가 '선정 매체'였고, '청정 매체'는 <한겨레>가 유일했다. 101~199위에 있는 7개 매체에서는 <오마이뉴스>가 유일한 '청정매체'였다. 반면 전체 200위 이하 하위 매체 5개 가운데 4개가 '청정 매체'였다.

물론 언론사마다 규모나 지명도가 달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뉴스스탠드에서 선정적 편집과 트래픽의 상관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충격 고로케' 등장 10개월, '낚시 유혹' 못 벗어난 언론들

사실 네이버가 지난 4월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바꾼 가장 큰 이유도 '선정성' 때문이었다. 네이버는 지난 2009년 1월 뉴스 트래픽을 해당 언론사에 돌려주겠다며 '아웃링크' 방식의 뉴스캐스트를 도입했다. 이후 개별 언론사 트래픽은 급증했지만 선정적 편집이란 부작용을 낳았다. 제목 하나에 방문자수 100만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언론사들은 어떻게든 독자들을 낚으려고 각종 편법(어뷰징)을 동원했다.


급기야 지난 1월 언론사들의 낚시 제목 순위를 매기는 '충격 고로케(hot.coroke.net)'까지 등장했다. 이곳에서 '충격', '경악', '멘붕', '발칵', '숨 막히는' 같은 키워드는 "부디 꼭 클릭해달라고 독자에게 간곡하게 부탁하거나 독자를 낚아보려고 언론사가 기사 제목에 덧붙이는 일종의 주문"이고, '몸매'나 '미모', '물오른'은 "언론사가 독자에게 (주로) 여성의 몸매를 함께 관음하자고 포르노 사이트가 전시하듯 대충 쓴 설명과 함께 제공하는 저퀄리티 포토 서비스"로 풀이했다. 이에 미디어다음도 '충격 고로케'에 언급된 기사를 배치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네이버는 이용자가 100여 개 언론사 편집판 가운데 직접 골라볼 수 있는 '뉴스스탠드'를 전격 도입했지만 언론사 트래픽이 반토막 나거나 많게는 90%까지 줄어든 반면 네이버 뉴스 섹션 이용량은 급증했다.

이후 8개월이 지났지만 언론사들은 아직까지 '충격' '멘붕'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지난달 충격 고로케에서 '충격상'까지 받았던 동아일보의 경우 최근 30일간 낚시 제목이 514건에 달했고 조선, 중앙, 매경, 한경 등 주요 매체도 매달 수백 건을 양산하며 상위권을 고수하고 있다.  

"네이버 모바일 뉴스 트래픽 독식... 모바일도 언론사에 돌려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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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 NHN 대표이사가 지난 4월 11일 중견 언론인 단체인 관훈클럽이 연 '관훈 초대석'에서 "뉴스스탠드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언론사의 몫"이라며 "낚시성, 선정성 제목을 달게 되면 실패한다"고 말했다. ⓒ 관훈클럽


네이버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지난 4월 11일 관훈클럽 강연에서 "뉴스스탠드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언론사의 몫"이라며 "낚시성, 선정성 제목을 달게 되면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언론정보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언론사들이 트래픽 경쟁을 하면서 선정적인 기사와 검색어 기사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관련기사: "뉴스스탠드 도입후 검색어장사 늘고 이용자는 불편").

김인성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는 11일 "네이버에서 (언론사별) 톱뉴스만 자체 편집만 해도 선정성 문제는 해소될 수 있다"면서 "기존 뉴스캐스트는 콘텐츠 창작자에게 수익 모델을 돌려주고 독자들이 좋은 기사를 골라 볼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었는데 뉴스스탠드가 도입되면서 '어뷰징(오용)' 문제는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기자들이 노력해서 만든 콘텐츠로 독자를 모으는 구도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지난 10월 29일 국회 토론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뉴스스탠드 방문자 수가 뉴스캐스트와 비교해 줄었다 해도 뉴스캐스트 트래픽의 상당 부분이 거품이었고 어느 매체 기사였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이용자가 대부분이었다"면서 "뉴스 소비 목적이 분명한 이용자들에게는 뉴스스탠드가 뉴스캐스트와 다른 차원의 만족도를 분명히 주고 있다"고 밝혔다.

김인성 교수 역시 "뉴스스탠드는 언론사 브랜드 순으로 트래픽을 분산시켜 메이저 언론에게 유리한 방식이어서 (언론이) 비판하긴 해도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모바일 뉴스 트래픽 독식에 대한 언론사 반발이 커 네이버도 모바일 트래픽을 언론사에게 넘겨주는 형태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해 대선 전후로 모바일 뉴스 사용량이 이미 유선을 넘어섰다. 인터넷리서치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 분석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네이버 모바일 뉴스 월간 순방문자수는 800만 명 정도로 1000~1400만 명 수준인 유선에 못 미쳤지만 월간 페이지뷰는 7억대로, 3억대에 그친 유선의 2배가 넘었다. 다만 뉴스스탠드가 시작된 올해 4월 이후 유선 페이지뷰도 7억대로 급증하면서 9월 현재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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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슨코리안클릭에서 집계한 네이버 뉴스 유무선 트래픽 현황. 지난 3월까지 모바일 트래픽(페이지뷰)이 유선을 2배 이상 앞섰지만 지난 4월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비슷한 트래픽을 보여주고 있다. ⓒ 김시연


현재 네이버는 100여 개 언론사와 뉴스 제휴를 맺고 뉴스면에 직접 배치한 기사는 자체 뉴스면으로 연결하는 '인링크' 방식으로, 뉴스스탠드나 사용자가 검색한 기사는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직접 연결하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에선 뉴스면과 검색 기사 모두 인링크 방식으로 자체 소화한다. 이 때문에 모바일 뉴스 소비량 급증에도 정작 언론사 모바일 트래픽은 큰 변화가 없는 양상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포털이 인터넷 뉴스 유통을 장악한 구조에서 신문사는 다 망할 수밖에 없다"면서 "네이버도 자기 희생이 필요하고 언론사와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모바일 #조중동 #뉴스스탠드 #뉴스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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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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