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위험한 원전, 한국이 아니니 괜찮다고요?

[피스&그린보트 승선기 ②] 타이완 지룽의 '롱먼 원전'은 동아시아 탈핵의 시금석

등록 2013.11.25 18:55수정 2013.11.2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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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 한눈에

  • 타이완을 포함한 중국과, 북한을 포함한 한국, 그리고 일본이라는 세 나라 국민들은 같은 바다에서 나는 생선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 new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보듯, 원전 사고는 국경을 뛰어넘는다. 그핀피스의 다음 원전 비상 투어가 ‘체르노빌, 후쿠시마, 부산, 타이완’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동아시아 탈핵연대
  • new후쿠시마든, 부산(고리)든, 산둥이든, 롱먼이든 ‘핵’을 머리에 두고선 동아시아의 평화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장면①] 체르노빌, 후쿠시마, 부산은?

Chernobyl, Fukushima, Busan?

지난 7월 15일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 레이보우 워리어호는 '체르노빌, 후쿠시마, 부산은?'이라고 쓴 펼침막을 내걸고 경고 사이렌을 울리면서 고리 원전 앞바다에서 해상 시위를 벌였다(이에 관한 유튜브 동영상 참조).

그린피스가 한국에서 처음 진행한 '원전 비상'(Nuclear Emergency) 투어의 메시지는 간명했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와 유사한 규모의 사고가 고리 원전에서 발생한다면 부산 시민을 포함해 반경 30㎞ 안에 거주하는 343만여명이 직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 아울러 그에 대한 방재대책을 마련하라는 충고였다. 그런데 만일 고리 원전에서 후쿠시마와 유사한 규모의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가 한국에만 국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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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시오 해류의 흐름 2011년 3월 11일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해 방사능 해양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립해양조사원은 쿠로시오 해류의 흐름을 근거로 한국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 국립해양조사원


일본에서 3·11 사태가 발생해 해류로 인한 방사능 오염 우려가 커지자 당시 국립해양조사원은 인공위성자료에서 생산된 북서 태평양 해류도를 분석해 일본 방사성물질이 해류를 통해 우리나라 해역으로 유입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적도 해역에서 북상해 타이완 동쪽을 지나 일본 동해안을 따라 북상해 북서 태평양으로 빠지는 쿠로시오(黒潮) 해류의 흐름이 그 근거였다.

또 동해는 북서 태평양 해역보다 해수면 높이가 더 높기 때문에 대한해협을 통해 동해로 유입된 쓰시마 해류는 쓰가루해협을 통해 빠져나가기 때문에 후쿠시마의 오염수가 쓰가루 해협을 통해 동해로 유입될 가능성은 낮다는 거였다. 바로 이런 까닭에 고리 원전에서 후쿠시마와 유사한 규모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방사성물질이 편서풍과 쓰시마 해류릍 타고 일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장면②] 중국의 협력 없이 탈핵 가능할까?


한반도 상공이 중국발 미세 먼지에 갇힌 11월 23일 서울광장에서는 '탈핵! 탈송전탑! 탈방사능! 탈핵집회'가 열렸다.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등 12개 환경·시민단체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밀양 송전탑 건설 중단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와 방사능 오염 사태를 우리는 옆에서 보았다"며 "23개나 되는 핵발전소를 가동 중인 한국의 현실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우리도 후쿠시마의 미래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수립중인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핵발전소 축소 쪽으로 바꾸라는 압력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수도권의 미세먼지는 최악이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날 수도권 지역의 시간당 미세먼지(PM10) 농도가 109∼211㎍/㎥로 나타나 국내 대기환경기준(일평균 100㎍/㎥)의 2배를 넘기도 했다고 밝혔다. 서울 불광동 대기오염측정소에서 이날 오전 10시 현재 미세먼지 농도는 165㎍/㎥였고 같은 시각 백령도 측정소에서는 211㎍/㎥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베이징과 산둥반도 부근에서 이동해 온 오염물질이 서풍을 타고 백령도를 거쳐 수도권에 유입돼 국내 오염물질과 결합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은 수도권의 스모그의 발생 원인이 높은 인구 밀도와 디젤자동차, 분진 등 때문으로 중국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공위성을 통해 한국을 지나는 기류가 중국에서부터 불어오는 것이 관측되고, 미세먼지 성분도 중국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기개발연구원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원인과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연평균 국내 미세먼지 발생량의 30~50%는 중국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도권 미세먼지로 인한 연간 조기사망자는 약 2만명, 폐질환 발생자는 약 80만명에 달하는 등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무려 12조3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주목할 만한 유의미한 통계가 있다. 올해 수도권대기환경청이 수립한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의 '인구 10만명 중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수'에 따르면, 비교 대상 11개국 중에서 중국과 한국만 증가세이다.

중국 산둥에서 후쿠시마 규모의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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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Nuke Taiwan! - 원전 없는 아시아를 위하여 타이완 반핵운동의중심 단체인 대만환경보호연맹(TEPU)의 리시룡 사무국장이 롱먼 원전 앞에서 반핵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김당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만도 이 정도인데 만일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산둥(山東)성에서 후쿠시마와 유사한 규모의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재앙이지만, 동아시아는 이미 세계에서 원전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2013년 11월 현재 일본 50기, 한국 23기, 중국 18기, 타이완 6기 등 총 97기의 원전이 '운전중'이다. 여기에 전세계에서 '건설중'인 원전의 지역별 현황을 보면, 동아시아는 39기로 전세계(72기)의 54.2%를 차지한다. 그 가운데 77%(30기)는 중국 원전이다.

여기에 '계획중'인 원전까지 더하면 중국만도 228기다. 이렇게 되면 중국 남부 저장성에서 동해안을 따라 산둥성을 거쳐 랴오닝성까지 한반도는 거대한 '핵의 고리'(Ring of Nuclear)에 포위되는 것이다. 만일 산둥의 옌타이(煙臺)나 칭다오(靑島)에서 원전 사고가 날 경우, 계절적 요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초속 10m의 편서풍이 불면 방사성물질이 24시간 내에 한반도에 도달하고 일부는 일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은 사실상 운명 공동체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타이완 신베이(新北)시 공랴오(貢寮)에 건설중인 네 번째 원전인 롱먼(龍門) 원전 또는 제4핵발전소(核四)는 동아시아의 탈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피스&그린보트의 'No Nuke Taiwan!'이라는 첫 기항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일 참가자들이 지난 10월 21일 롱먼 원전을 찾아 교류회를 연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타이완은 에너지의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발전은 총 발전설비용량의 11%에 불과하지만 기저부하의 1/4을 공급하고 있을 만큼 전력 공급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완에서 현재 운전중인 제1핵, 즉 제1원전은 636㎾짜리 2기, 제2핵은 985㎾짜리 2기, 제3핵은 951㎾짜리 2기이고, 건설중인 문제의 제4핵은 1350㎾짜리 2기이다. 가동중인 원전은 모두 계엄령 치하(1949~1987년)에서 건설된 것이다. 민주화 이후 건설이 추진된 네 번째 핵발전소(核四)만 현재 미완으로 남아 있다. 대만환경보호연맹(臺灣環境保護聯盟, TEPU)을 중심으로 한 거센 반핵운동의 영향 때문이었다.

타이완에선 1986년에 터진 체르노빌 사고와 1987년 계엄령 해제를 계기로 반핵운동이 거세게 불붙었다. 계엄 치하에서는 공랴오 해안을 포함해 모든 해안선이 군부대 관할이었다. 물론 당시 장소만 정해졌을 뿐 공사는 착공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1999년에 건설이 시작되었지만 TEPU와 지역주민들의 반핵운동과 설계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완공이 지연돼 왔다.

70% 넘는 지지와 20만명이 참여한 타이완 반핵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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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Nuke Taiwan! - 원전 없는 아시아를 위하여 피스&그린보트의 'No Nuke Taiwan! - 원전 없는 아시아를 위하여'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일 양측 참가자들이 타이완 롱먼 원전 앞에서 반핵 시위를 벌였다. ⓒ 김당


이런 반핵 흐름을 타고 2000년에 민진당(民進黨)의 천수이벤(陳水扁)이 장기집권해온 국민당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당선 뒤에는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원전에 찬성하는 국민당의 반대로 2001년부터 원전 건설이 재개되었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3·11 사태 이후 타이완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반핵운동이 일부 시민단체와 지역주민의 싸움을 넘어서 70%가 넘는 국민적 지지를 받기도 했다. 특히 2013년 5월의 원전 반대 시위에는 20여만명이 참여했다. 리시룡 TEPU 사무국장에 따르면, 이는 20여년 전 타이완에서 처음 있었던 반핵 시위와 비교하면 10배, 3·11 사태 직후와 비교해도 4배 커진 규모이다. 이에 대만 정부도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을 허용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원자력 없는 대만을 추구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새로운 원자력에너지 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반핵운동이 지지를 받는 1차적 배경은 롱먼 원전이 활단층 지대에 건설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원전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우원장 TEPU 공랴오 지부장은 "1983년 진도8의 지진으로 쓰나미가 발생해 23.8m짜리 파도가 발생했는데 룽먼 원전은 해수면으로부터 12m 높이다"고 주장했다. 쓰나미가 발생하면 후쿠시마보다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는 "1876년에 이 지역에서도 쓰나미가 발생한 기록이 있다"면서 "이런 내용이 대만전력공사의 보고서에 나오는데 공개하지 않고 숨기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들이 분개하는 또 다른 배경은 롱먼 원전이 채택한 비등수형 원자로(ABWR)와 설비가 대부분 히타치, 미쓰비시, GE 등으로 일본계 대기업 제품이기 때문이다. 리시룡 사무국장은 "공랴오 지역은 일본이 타이완을 처음 침략한 곳이다"면서 "그런 곳에 일본산 설비 원전을 건설하는 것은 곧 타이완에 대한 두 번째 침략이다"고 지적했다.

공사 중단과 재개라는 우여곡절을 겪은 롱먼 원전의 현재 공정률은 95%를 넘겼다. 그러나 공정기간이 오래 걸려 낙후된 설비로 인한 고장 우려 또한 크다. 우원장 지부장은 "롱먼 원전 건설비로 1700만 위안을 약속했는데 3300만 위안으로도 완공하지 못하고 있고, 중화민국 개국 100주년(2012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미 2년이 지났다"면서 "마잉주(馬英九) 총통(집권 국민당 주석)은 왕사기꾼"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롱먼 원전 1, 2호기의 상업운전은 각각 2016년과 2017년으로 늦춰진 상태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활단층대 핵발전소 롱먼 원전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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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반핵운동의 중심지 인화궁 대만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도교의 해상 수호신을 모시는 인화궁은 타이완 반핵운동의 산 증인과 같은 장소이다. ⓒ 김당


반핵에 대한 지지가 70%를 넘는다지만 2012년 총통 선거에서는 원전 건설을 지지하는 국민당 마잉주 주석이 승리했다. 대만 정부는 룽먼 원전 가동을 위해 경제적 효과와 안전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지난 2월 마잉주 총통은 수십 년간 이어진 국민당의 입장을 번복해 원전의 운명을 국민투표로 결정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당의 리칭화 의원과 동료 의원 32명은 국민에게 제4 원전 중단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동의안을 제출했다. 원전 찬반 국민투표는 원래 민진당이 제안한 것인데 지금은 여당이 공세를 취한 가운데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반대하는 형국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국민당 의원들은 준공이 임박한 2기의 ABWR 안전성에 대한 공식보고서가 제출될 때까지 100억 달러(약 10조7천억원) 규모의 롱먼 원전의 운명을 결정할 국민투표 법안에 대한 발의를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롱먼 원전의 공정률은 95%를 넘었지만 상업운전 가능성의 시계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활화산 지대에 건설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핵발전소로 꼽히는 롱먼 원전의 운명은 타이완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 그러나 롱먼 원전이 가동되어 만에 하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유사한 규모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방사능 오염물질은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북상하다가 주류는 일본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 북서 태평양으로 빠져 나갈 것이다. 그러나 일부는 대한해협에서 쓰시마 해류로 갈라져 동해로 올라가고, 나머지는 제주도를 거쳐 황해 또는 동중국해로 들어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타이완을 포함한 중국과, 북한을 포함한 한국, 그리고 일본이라는 세 나라 국민들은 같은 바다에서 나는 생선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보듯, 원전 사고는 국경을 뛰어넘는다. 그핀피스의 다음 원전 비상 투어가 '체르노빌, 후쿠시마, 부산, 타이완'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동아시아 탈핵연대를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후쿠시마든, 부산(고리)든, 산둥이든, 롱먼이든 '핵'을 머리에 두고선 동아시아의 평화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피스&그린보트 #타이완 #롱먼 원전 #후쿠시마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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