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이 2만4000달러라는데... 난 왜 이럴까

비정규직에 아르바이트까지 뛰는 현실... 우리 살림살이 나아질까요

등록 2013.11.27 10:38수정 2013.11.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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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4000달러로 전망됐다."


최근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한 뉴스입니다. 이걸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놀라도 이만저만 놀란 게 아닙니다. 1달러에 1000원만 잡아도 2400만 원입니다. 5년 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을 다닐 땐 그보다 좀 더 많이 벌긴 했습니다. 보통 400시간이 넘는 주야 막교대를 해서 번 월급이지만요. 4년 전 현대차에서 이유도 듣지 못한 채 정리해고 당한 후 제 월 수입은 곤두박질쳤습니다. 대기업 하청업체서 중소기업 하청업체로 다시 하청 속 하청(2차)으로 전전했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학교 비정규직 자리에 취직했습니다. 노가다로 여기저기 떠돌 바에야 한곳에서 일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또 학교라고 하니, 혹시 잘하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주려나 하는 기대도 품었습니다. 그렇게 3년 전부터 학교에서 일했습니다. 열심히 일했습니다. 처음 들어갈 땐 그냥 학교에서 일한다는 자체가 좋았습니다. 교직원들과 일하게 되다니... 꿈만 같기도 했었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주었지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대충 도장 찍었습니다.

학교에서 일하게 돼 좋아했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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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국민소득 2만 4천달러? 저는 일용직으로 출근 일수만 받아요. 제발 발표대로 년봉 2400만 원 만 되어도 좋겠네요. ⓒ 변창기


"변 주무관님... 일 잘해 오셨는데 도와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다음달부터 교육청에서 우리 학교로 정규직을 발령내 버렸어요."

학교 행정실서 부르더니 일 잘하고 있는 저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불행의 여신이 저에게만 달라 붙어서 횡포를 부리는 듯했습니다. 갑자기 해고 통보를 하면 어떡하냐고 하소연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근무 1년을 며칠 앞두고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정말 신나게 일했는데 느닷없이 계약해지를 당하니 참 어안이 벙벙 했었습니다. 교육청이 인사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 학교에 있는 분들에게 잘 보이려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별 소용이 없더군요.


참 희한한 채용 제도였습니다. 분명히 처음 들어갈 땐 학교장과 교감, 행정실장이 면접을 보고 채용 여부를 결정지었습니다. 채용할 권한은 학교장이 가지고 있으면서 고용을 지속시킬 권한은 없다? 저는 그제야 제가 어떤 고용단계에 있는지 살펴보게 됐습니다. 학교에서 작성한 근로계약서를 보고야 제가 대체인력으로 임시고용되었다는 사실과 고용형태가 일용직이고 일당이 5만 3000여원 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계약서에도 분명히 적혀 있었습니다.

'근로기간 중이라도 교육청에서 정규직 발령내면 근로계약을 해지할수 있다.'

잘못한 것도 없이 1년도 되기 전에 계약해지 당한 것을 이해할 수가 없어 알아보니 단지 "퇴직금 안 주려고" 계약해지 절차를 밟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억울했으나 높은 벽의 현실을 순순히 받아 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에겐 항의할 만한 힘이 없었습니다. 그 후 어느 교육의원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3개월 후 지금 다니는 학교로 보내 주었습니다. 물론 지속된 고용 형태가 아니가 그 학교에서도 면접을 보았고, 신규입사자로 처리되어 서류를 똑같이 제출했습니다.

지금 다니는 학교서도 근로계약서는 똑같았습니다. 대체인력이었고 일용직이었습니다. 일당도 5만 3000여원 똑같았습니다. 1년 되기 전 계약해지된 경력까지 합치면 3년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같은 일당을 받습니다. 우리집 가정경제는 세월이 흐를수록 추락하고 있습니다. 자녀는 커가고 학년이 높아지고 있어 갈수록 생계비는 늘어만 갑니다. 물가도 자꾸 오르는데 제 인건비는 3년째 단 한푼도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어려운 가정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저는 다시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동네 마트에서 일하기로 했습니다. 시급 4500원. 13년 노동부 고시 최저시급이 4860원인데 360원 모자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마트 점장에게 최저시급 위반이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 저를 사용하지 않을 테니까요. 금요일·토요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근무합니다. 1년 전 작은 24시 마트에 알바를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시작하는 24시 마트는 지난 번 마트보다 크고 넓으며, 마트 안에서 통닭도 튀겨 팔고 빵도 만들어 팝니다. 규모도 크지만 할 일도 많았습니다.

시급 4500원 받는데, 모자라는 돈까지 채워 넣어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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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자 기본 업무 외에도 할 일이 많았습니다. ⓒ 변창기

밤에 출근하면 인수인계하고 손님을 받습니다. 점장은 근무자가 보는 앞에 근무사항을 적어 놓고 지키라고 합니다. 손님 없을 때마다 소진된 물품을 수시로 채워 넣으라 합니다. 새벽이 되면 새로운 물품이 박스로 오면 그것을 일일이 정리해 놓아야 합니다. 새벽엔 청소와 점포정리를 해야 합니다. 쓰레기통을 비우고 비닐, 깡통, 플라스틱을 별도로 모아 재활용으로 버려야 합니다. 날이 새면 담배도 채워 넣어야 합니다.

점장은 실수하지 말라며 사전에 가서 배우라고 했습니다. 아침에 학교 출근해 퇴근하고 저녁 먹고 오후 7시까지 마트에 와 1시간 동안 일을 배우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2일 금요일 밤 10시 출근해 다른 알바와 함께 일을 배웠습니다. 젊은 남자였는데 그는 일처리를 잘했습니다. 저는 마트 계산대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던데, 그는 전문가 수준이었습니다. 손님이 담배 이름을 아주 작게 말해서 저는 잘 알아듣지 못했을 때도 그는 손님이 원하는 담배를 꺼내줬습니다.

그는 저에게 근무방식에 대해 잘 알려 주었지만, 계산대 컴퓨터를 다루는 건 어려웠습니다. 아침이 오자 그는 퇴근 준비를 하면서 밤새 판매한 돈을 계산해 보았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1300원이 부족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인수인계할 때 돈이 부족하면 근무자가 물어야 해요. 오늘은 제가 일했으니 제가 물을게요."

그날 일당은 그 사람에게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저는 밤새 배우기만 했기에 한 푼도 안 준다고 했습니다. 그 마트는 혼자 일할 때만 일당을 쳐준다고 했습니다. 그는 10개월 동안 이곳에서 알바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에게 그동안 인수인계할 때 부족해서 내놓은 돈이 얼마냐고 물어보니 6만 원 정도 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돈을 훔친 것도 아니고 손님이 많이 올 땐 밀려서 빨리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일하는데 왜 근무자가 돈을 물어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규정이 그런가 봅니다.

토요일 밤엔 저혼자 일했습니다. 계산대 컴퓨터를 잘못 작동 시켰는지 갑자기 작동이 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었습니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엔 한 젊은 남자가 술에 취해 들어오더니 마트 안에 있는 출금기가 자신의 은행 카드를 집어 삼켰다며 항의를 했습니다. 저는 "오늘 처음 일해서 잘 몰라 그러니 죄송하지만 연락처 남겨 두고 가시면 내일 찾아 드리겠다"고 말했지만 손님은 자기를 무시한다면서 언성을 높이고 욕도 했습니다. 다른 손님이 계속 기다리는데 일을 못하게 방해해서 경찰에 신고를 해버렸습니다.

잠시 후, 경찰차가 왔습니다. 저는 순찰차를 타고온 순경에게 부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나이든 순경이 술취한 손님에게 지갑 좀 보자 했습니다. 지갑을 뒤지니 지갑 안에서 기기가 집아 삼켰다던 그 카드가 나왔습니다. 손님은 기기에 카드를 넣지도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그 손님은 순경이 설득을 하자 그제야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술취한 손님을 겪고 나니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그날 저는 밤새 긴장하며 일을 했습니다. 아침에 일하러 온 분과 인수인계를 하는데 550원이 부족하다고 컴퓨터가 말하고 있었습니다. 첫날이라 봐주었지만 다음부터 계산이 틀리면 부족한 금액을 물어 넣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컴퓨터는 거짓말 안 해요. 계산하면서 손님에게 돈을 더 주었을 경우에 이렇게 마이너스 금액이 떠요. 인수인계시에 0이 나와야 해요."

10시간 동안 점장이 해야 할 일을 모두 처리해 주는데 시급 4500원. 게다가 인수인계시 마이너스 금액이 뜨면 그게 얼마든 고스란히 근무자가 물어주어야 하는 마트 알바. 참 이상한 거 같습니다. 젊은 알바 노동자가 10여 개월 동안 6만 원 정도 물어 넣었다는 말을 듣고 머슴살이도 참 희한한 머슴살이가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생계비를 더 벌어야 하므로 오는 금요일, 토요일 마트로 출근을 해야 합니다. 일당으로 4만 5000원 정도 되지만 인수인계시 부족분 금액을 물어 내는 건 각오해야겠죠.

'내 주머니는 그대론데 국민소득은 사상최대?'라는 어느 언론사의 뉴스 제목이 생각납니다. 금융계 발표대로 제 소득도 제발 2400만 원 정도만 되어도 좋겠습니다. 그 정도만 되어도 야간 알바 하다가 술취한 손님의 횡포를 겪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마트 알바 #울산 #국민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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