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인들에게 교과서 같은 책"

[서평] 20년간 찾은 노하우 <지역신문에서 희망찾기>

등록 2013.11.27 17:00수정 2013.11.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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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충남 당진 문예의 전당 대공연장에 500여 명이 몰렸다. 가수 이은미를 비롯 '사랑과 평화', 팝페라 가수 박완, 트로트 걸그룹 티엔젤 등이 열창했다. 사전에 이날 공연을 알리는 현수막이나 포스터는 없었다. 풀뿌리 주간지역인 <당진시대> 신문이 창간 20주년을 맞이해 507명의 주민주주만을 초대한 공연이었다. 주민주주들을 위한 대공연, 대가 없이 묵묵히 힘을 보태온 그들이 감격했다.

풀뿌리 주간 지역 신문의 한국 나이는 대략 20~25살 정도다. 한창 젊고 팔팔한 청춘이다. 지역신문은 1987년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산물로 창간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신문은 내외적 환경이 여전히 열악하다. 지역 신문 구성원들은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창간 20주년과 지역신문 주민주주들을 위한 공연

하지만 인구 16만의 충남 당진에서 발행되는 <당진시대>의 표정은 밝다. 구성원들은 모일 때마다 미래와 희망을 말한다. 지역사회는 <당진시대>를 신뢰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당진시대>는 주민들로부터 인지도와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실제 <당진시대>는 수년 동안 경영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매년 ABC협회가 집계하는 지역신문 유가부수에서도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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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길 <당진시대> 편집국장 ⓒ 심규상

다른 지역신문과 <당진시대>의 차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최종길 당진시대 편집국장이 그 답을 내놓았다. <지역신문에서 희망 찾기>(도서출판 맥, 260쪽)를 통해서다.

최 국장이  <당진시대>에 몸담은 시간도 20년이다. 이 책에는 최 국장이 2여 년 동안 고민과 시행착오 속에서 찾은 경영철학과 노하우가 남김 없이 담겨 있다. 지역신문업계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동시대를 함께해온 오원집 <원주투데이>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지역신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교과서 같은 책"이며 "지역신문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시민들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는 그가 자신 있게 "언론학자와 언론정책을 입안하는 공무원들이 꼭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 속에는 '국내의 지역신문 성공사례'가 내실 있게 정리돼 있다. <원주투데이>의 공익사업 사례, <청양신문>의 지역 내 경쟁신문사와 통합을 통한 위기 극복, <양산시민신문>의 인쇄출판사업 성공 모델, <태안신문>의 축제대행 기획사 운영 사례, <고양신문>의 생활정보 신문 발행 모델, 서울 한복판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구로타임즈>, 농업지역 특성을 잘 살리고 있는 <해남신문> 사례 등이 그 것이다.   


'맞춤형 취재보도·경영 사전'- "학자,공무원들이 꼭 읽어야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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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에서 희망 찾기'(도서출판 맥, 260쪽) ⓒ 맥

<당진시대>가 평범하지만 특별한 주민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지역사람이 경쟁력'임을 실증한 사례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을 이장은 당진시대 통신원, 부녀회장은 주민기자로 위촉해 현장 중심형 지역밀착보도를 해온 경험도 나누고 있다. 무엇보다 지방권력과 지역 대기업을 감시 비판한 빼곡한 보도 사례는 모든 구성원의 자랑거리다.

여기에 지역 및 바른지역언론연대와 충남지역언론연합 등 타 지역 신문과의 연대와 협력 사례, 독자 의견을 반영하는 편집자문위, 공정보도위 등 다양한 시스템은 물론 기획취재 사례 등 취재 및 경영 노하우를 모두 공개했다. 일례로 출입처 대상과 분야별 취재원은 물론 신문사의 주간일정과 광고 수입까지 날 것 그대로 실었다.

선거보도와 관련해서는 <당진시대>의 선거보도 지침과 일정표, 기획안을 담았다. 이밖에도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미국 등 해외 지역신문이 사례를 정리해 소개하고 있다. 한 마디로 지역신문인을 위한 '맞춤형 취재보도 및 경영 사전'이라 할 만하다.

김택환 교수 "이보다 더 지역신문 미래방안 제시한 책 없다"

최 국장은 "폭 넓은 광고주와 충성도 높은 독자들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독자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한 편집국의 노력과 광고부, 독자관리부의 독립적이면서도 체계적인 운영이 큰 힘이 됐다"며 "매체 환경이 변화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의 두터운 커뮤니티가 있기에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미래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는 "최 국장은 공동체 미디어, 편집 자율성, 재무 건전성이란 세 가지를 실현해가며 지역신문의 사회적 책무와 발전전략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택환 경기대 교수는 "이보다 더 지역신문의 발전방안을 제시한 책은 없다"며 "한국 저널리즘이 가야 할 비전과 프로그램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507명의 지역주민이 참여해 만든 <당진시대>의 언론이야기, 공공성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다양한 실험, 그 속에서 찾아낸 독자와 광고주로부터 사랑 받는 비법... 지역신문의 보도와 경영에 대한 교과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당진시대 #지역신문 #희망찾기 #최종길 #지역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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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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