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식 경제모델? 경제민주화와 기본개념 비슷하죠"

경실련·대한민국국가모델연구모임 '사회적 시장경제' 심포지엄 열어

등록 2013.11.27 22:03수정 2013.11.27 22:03
0
원고료로 응원
"한국 헌법 119조 2항(경제민주화 조항)에 대해서는 저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헌법 조항은 정치인들이 생명을 불어넣어 (현실로) 옮기는 것이죠. 한국 정치인들이 좀 더 신경을 써서 옮기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귀에 통역용 이어폰을 끼고 있던 독일인 교수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기본정신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는 "대기업의 상속문제 등 재벌에 대한 개혁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실련과 국회 대한민국국가모델연구모임은 27일 독일 기민당의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보도 헤르족(Bodo Herzog) 로이틀링겐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주요 축으로 중소기업을 꼽았다. 그는 "시장경제란 경쟁에 의해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육성해서 재벌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적 시장경제로 가려면 재벌 특혜·관치금융부터 없애야"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경제 모델 중 하나다.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되 시장에서 소외되거나 탈락하는 약자를 배려하고 중소기업에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게 특징이다.

독일은 당시 이 모델을 앞세워 유럽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최근 유로존의 실업률이 12%를 넘어섰지만 독일은 그 절반 수준인 6.6%에 불과할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004년 사회적 시장경제의 강점으로 강력한 경쟁촉진 정책과 탄탄한 중소기업 네트워크를 꼽았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헤르족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가 성공한 요인에 대해 발제했다. 토론은 그가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의 경제 및 사회에 접목할 만한 지점을 모색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가 한국의 헌법 119조 1항, 2항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를 철저히 존중하면서도 국가가 나서서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기본 정신이 '경제민주화' 개념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한국이 사회적 시장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재벌 특혜와 관치금융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 모델에서 벗어나 독일처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환경이 되어야 기업 경쟁력이 살아난다는 얘기다.

이상민 한양대 교수는 독일이 가진 특유의 인프라 중 하나로 서로를 인정하는 노사 문화를 꼽았다. 그는 "독일의 사용자들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면 더 큰 이익이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반면 한국 사용자들은 공격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이번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법외단체로 베제한 것도 그런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적자본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없는 한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는 도입해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일은 실업률이 계속 상승하던 2000년대 초, 기업에 고용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편 근로시간 단축과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병행하며 실업자들의 노동시장 복귀를 도왔다. 이 교수는 "한국은 근로시간이 경직적이고 장시간 근로가 많은 반면 독일은 장·단기적인 시장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제가 발달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정책본부장은 한국이 개선해야 할 핵심적인 지점으로 금융시스템을 꼽았다.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은행으로부터 활발한 차입이 가능해야 하는데 국내 은행들은 위험도가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꺼린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한국의 중소기업 금융지원은 99%가 간접지원"이라면서 "독일 KfW(중소기업은행, Kreditanstalt fur Wiederaufbau) 처럼 은행 BIS비율을 손상시키 않으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여력을 높여주는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74kg. '밥값'하는 기자가 되기위해 오늘도 몸무게를 잽니다. 살찌지 않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말 한마디 못 하면 의원 왜 하나" 박수받는 낙선, 김해영
  2. 2 백선엽은 전쟁영웅? '쥐잡기작전'은 끔찍했다
  3. 3 일가족 알몸 고문, 그후... 문재인 정부는 다를 줄 알았다
  4. 4 병원 탈출하는 코로나 확진자들... 6월부터 시작된 슬픈 뉴노멀
  5. 5 또 무혐의... "검찰, 제 식구 감싸기로 눈 감으니 혐의가 보이겠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