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보도' 최성진에 "청취·녹음·보도 모두 유죄"

항소심 재판부, 원심 깨고 징역 6월·자격정지 1년 선고유예

등록 2013.11.28 13:07수정 2013.11.2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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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비밀회동'을 보도한 최성진 <한겨레> 기자에게 1심보다 불리한 재판 결과가 나왔다. '비밀회동' 청취는 유죄, 녹음·보도는 무죄로 판결한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던 그는 28일 녹음·보도까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4부(부장판사 안승호)는 이날 최성진 기자가 2012년 12월 고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전 홍보기획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 등 MBC 간부 2명이 만나 MBC 지분 매각 등을 논의한 내용을 녹음·보도한 것까지 모두 통신비밀보호법에 어긋난다며 그에게 징역 4개월, 자격정지 1년을 선고유예한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범행 동기 등을 참작, 2년 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선고를 면하는 것을 뜻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달리 '대화의 비밀 보호'를 강조하며 최 기자가 '비밀회동'을 들은 것뿐 아니라 그 내용을 녹음·보도한 일 역시 유죄라고 판결했다. 또 MBC와 <부산일보> 지분 매각 논의는 계획일 뿐이었고, 그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던 점 등을 볼 때 "공적 사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관계가 있는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 등을 매각하면 박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고, MBC가 지분 매각 계획과 절차를 마련해 정수장학회에 보고한 것 등은 '언론 사유화'로 공적 사안에 해당한다며 보도의 공익성을 일부 인정했다.

'비밀회동' 자체를 최성진 기자가 참여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라는 점은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동일하게 판단한 대목이다. 그러나 최 기자가 스마트폰의 통화·녹음 기능을 '소극적으로 중단하지 않았다'고 본 1심 재판부와 달리 2심 재판부는 고의성이 있다고 해석, 녹음과 보도까지 유죄라는 결론을 내렸다.

"보도의 필요성이나 의미는 너무 축소 해석한 것 같다"

재판장인 안승호 부장판사는 ▲ 최성진 기자가 '비밀회동'에 앞서 최필립 이사장과 대화를 끝마친 상황임이 분명했고 ▲ 이진숙 전 본부장이 당시 '앞으로 대화할 내용은 보안이 필요하다'고 했던 만큼 MBC와 <부산일보> 지분 매각 논의는 "통시비밀보호법에 따라 누구든 청취하거나 녹음해서는 안 되는 대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에게는 청취·녹음을 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지키지 않았다"며 "녹음은 '작위(위법성 등을 알면서도 한 행위)'라는 검사의 이야기는 일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전 본부장, 이상옥 전 부장의 실명을 공개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비실명 요약보도'로 그 내용을 충분히 알릴 수 있었고, 세 사람이 공적 인물이긴 하지만 사적 영역에서 이뤄진 대화가 공개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보도의 이익과 가치가 비밀유지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며 "보도가 정당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앞으로 다른 언론보도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성진 기자는 "많은 국민과 언론인들이 관심을 갖고 응원해줬는데, 그분들이 생각하는 정의와 검사·재판부가 생각하는 정의가 다른 것 같다"며 재판 결과에 아쉬워했다.

변호를 맡은 김진영 변호사도 "재판부가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를 너무 '대화 비밀' 위주로 해석했고, 작위·부작위 부분은 법리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며 "보도의 필요성이나 의미는 너무 축소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변호인단과 논의 후 조만간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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