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소 쓰러뜨려 100억대 보험금 청구

충남 경찰, 당진·예산 백억원대 '가축보험' 사기 수사

등록 2013.12.02 18:11수정 2013.12.0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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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과 당진을 비롯해 충남지역의 축협·낙협(낙농업협동조합) 직원들과 젖소·한우 사육농가들이 짜고 수 년 동안 가축재해보험(NH농협손해보험) 서류를 조작해 백억 원대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과 관련 농가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가축재해보험을 담당하는 축협·낙협 직원들과 사육농민은 멀쩡한 소를 마취제 등을 사용해 억지로 쓰러뜨린 뒤 찍은 사진과 절각소(다리가 부러진 소)·병든 소로 위장한 수의사의 허위 진단서, 도축(매매)확인서 등을 농협중앙회에 제출해 지급한도 내에서 시세에 따른 보험금을 받아 챙겼다.

소 한 마리당 수백만 원에 이르는 보험금은 함께 가담한 소사육농가들과 축협·낙협 직원들이 나눠 가졌다. 또 소의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진단서를 발급한 수의사에게도 보험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현재 당진과 예산 고덕 지역을 중심으로 수사하고 있는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가축재해보험 업무를 담당했던 당진축협 전 직원 한 명을 11월 27일 보험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어 11월 29일 현직 직원 한 명도 구속했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더 수사를 진행해봐야 자세히 알겠지만 현재 수사선상에 오른 축산농가만 2000여 농가에 이르고, 보험사기금액도 1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진과 예산 지역 축주들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약 120명 이상 조사했다. 앞으로 충남지역 전체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가축재해보험에 가입된 소의 수는 예산군 4456마리, 당진시 5516마리로, 충남 전체로 보면 소 2만8000여 마리다.

충남 경찰 "2000여 농가 수사선상 올라... 금액 100억 원대 이를 것"


소멸성 보험인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한 소사육농가들의 '본전 생각'과 '관행'이 보험사기의 규모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기에 연루된 예산 고덕의 한 젖소농가는 "국비지원을 받아도 젖소농가가 부담해야 할 가축재해보험료는 젖소 한 마리당 약 10여 만 원이다. 100~200마리를 기를 경우 소멸성 보험에 매년 1000~2000만 원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당연히 본전 생각이 나지 않겠느냐"며 "축협 직원에게 10만 원을 주고 보험금을 받아먹었느냐, 100만 원을 주고 받아먹었느냐의 차이지 거의 모든 소사육농가들이 보험사기에 연루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동안 관행이었고, 남들도 다 하니까 당연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잘못이라는 걸 인지하지도 못했다. 축산농가가 다 범법자가 될 판"이라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재해피해를 실손보상해 소득 및 경영안정을 꾀하기 위한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하는 축산농가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주려는 목적으로 매년 보험료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도 422억 원을 가축재해보험료 예산으로 책정했다.

앞으로 가축재해보험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축산농가들과 축협·낙협 직원, 수의사가 서로 입만 맞추면 손쉽게 이뤄지는 보험금 청구과정은 물론, 지급과정과 사후검사까지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

한 축협 관계자는 "질병 등으로 폐사한 경우 소를 땅에 묻은 증거 등이 남기 때문에 일정 부분 나중에라도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절각소 등은 도살해 매매하기 때문에 보험사기가 의심되더라도 사실상 사후 확인이 어렵다"며 가축재해보험제도 보완 필요성을 인정했다.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보험사기 #가축재해보험 #보험금 #축협 #낙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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