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 1% 윤리적인 소비자다

등록 2013.12.02 18:50수정 2013.12.0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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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는 쿱쑈의 주인공 전국쿱쑈라는 재미있는 포스터만 봐도 설렘반 기대반 ⓒ 박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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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판매중-살아 숨쉬는 마을 만들기 책을 권하는 이와 집어든 이들 모두 이렇게 활짝 웃을 수 있다. ⓒ 박윤미


1997년 1998년 하면 우리는 모두 외환위기, 경제 살리기, 금 모으기를 생각한다. 너무 힘들었으므로 싸고 양 많은 것이 우선이었던 그때. 안전한 먹거리와 깨끗한 환경보다는 당장 배를 채울 뭔가가 더 시급했던 그때. 작은 불씨 같은 분들이 있었다. 600명의 조합원들이 경인지역에서 연대를 하여 만들어내고 운동하기 시작한 아이쿱 생활협동조합이 그것이다.

대한민국은 지나친 산업화로 인해 공해가 심각해졌고 농촌의 토양은 무분별한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썩어가고 메말라가고 있었다. 그것들로 인해 물조차도 마음대로 마실 수 없었고 오염된 농수산물들로 인해 각종 질병이 우리의 몸과 마음까지도 덮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은 큰 재앙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겠구나'라는 위기 의식을 느낀 분들이 있었다.

그리하여 경제 살리기에 관심이 쏠리던 그때 우리 땅, 우리 먹거리 살리기를 고민하던 600여 명의 조합원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심지어 유기농이라는 말에 '먹고살 만한, 돈 많은 사람들 얘기'라고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각종 비웃음까지 토해내는 것을 삼키며 건강한 운동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2013년 오늘 조합원이 18만 명이 되었다. 우리나라 가구수가 1800만인데 생협 조합원 가구가 18만이라는 것은 대한민국 1%가 되었다는 것이다. 3인 가구라고 가정을 했을때 적어도 54만 이상이 ICOOP 생협의 가족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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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 나누기 마을을 살리는 것이 지구를 살리는 것이라고 설명하던 조합원 ⓒ 박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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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도 스타 포토존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는 조합원 ⓒ 박윤미


그 1%를 자축하고 3% 달성을 목표로 달려가기 위한 축제가 지난 11월 30일 대전 코엑스 아트홀에서 열렸다. 생협은 여러 권역으로 나누는데 우리가 속해 있는 구미생협은 영남권역이다. 이른 아침 포항생협에서 출발해서 대구생협 그리고 구미생협까지 거쳐 대전에 도착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버스에 오를 때 분명 처음 뵙는 분들이었지만 많이 낯설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우리는 같은 것을 먹고 마시고 바르고 같은 꿈을 꾸고 있어서 아닐까 생각했다. 환경을 생각하고 안전한 먹거리와 공정한 무역 그리고 바른 교육까지 생각하는 아이쿱 생협의 윤리적인 정신이 아마도 우리의 탄탄한 끈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대전엑스포 아트홀 입구에 들어서니 웃음소리가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주었다. 1%달성을 축하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조합원들의 웃음소리가 그 큰 아트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우리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많은 분들의 영상 축하메세지도 이어졌고 그중에서도 서울시 박원순 시장님의 메세지를 보니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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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주인공 처럼 쿱쑈의 주인공 쿱쑈의 포토존에서 칸의 배우들보다 더 멋지고 자랑스러운 아이들 ⓒ 박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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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메운 조합원들 코엑스 아트홀의 열기가 뜨거운 까닭 ⓒ 박윤미


샌드애니매이션으로 아이쿱의 어제와 오늘을 감상하고 본격적으로 '쑈'는 시작되었다. 생협 전국문화예술제라는 예선을 거쳐 당당하게 본선에 진출한 11개팀이 우리에게 선사해줄 다양한 문화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생협 직원들로 이루어진 완전밴드의 노래로 시작된 '전국쿱쑈'! 빛고을 광주권역의 '어아둥둥(어른과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 전북권역의 어린이와 어른들이 만들어낸 신명나는 사물놀이, 정신을 쏙 빼놓았던 난타, 합창, 창작뮤지컬, 평균연령 46세의 댄스파티, 기타 연주회, '택견 크레용팝' 등. 어지간한 초청 연예인은 명함도 못 내밀 만한 공연들로 함성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고리원전에 대한 창작 연극이 인상적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패러디한 <핵국열차>는 정식 공연장에서 장기 공연을 해도 되겠다 싶을 만큼 완성도가 높고 강한 메세지를 전해주었다.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문화 예술이 전국쿱쑈에는 다 있었다. 우리 안에는 다 있다라는 자부심으로 내가 아이쿱 생협의 조합원이고 활동가인 것이 자랑스러워지고 가슴까지 뜨거워지는 순간이었다. 버라이어티한 우리네 삶을 생협의 쿱쑈에 담느라 참 많은 조합원들이 고생 많았겠구나 싶었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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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쿱 샌드애니매이션 공연 아이쿱 생협의 과거와 현재 ⓒ 박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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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애니매이션 축하공연 샌드애니매이션으로 표현한 아이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 박윤미


시골에서 자랐던 경험이 있던 내게 도시의 각종 첨가물과 화학조미료 인공색소 등은 늘 찝찝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고 날로 심각해지는 유해물질들때문에 안전한 먹거리가 요구되었고 그러다가 구미에도 생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엔 먹거리로 시작해서 환경과 윤리적인 소비에 대해 고민하는 조합원이 구미에도 벌써 1800여 가구가 넘었다. 많은 조합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생협이 있어서 적어도 내가 집에서 해먹이는 '집밥'에서 만큼은 아이들에게 덜 미안할 수 있었다."
"마트에 갈때마다 고민이 됐는데 자연드림이 있어서 그나마 안심하게 된다."
"깐깐한 엄마의 마음을 대신하는 것이 생협."
"잘은 모르지만 좋은 제품, 믿고 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자부심."

그렇게 단순한 소비에서 알게된 생협이 많은 분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낸 업적임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부터 전보다 더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많아졌고 지금은 모두가 함께해야 할 가치로 자리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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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메세지 반가운 박원순 서울시 시장님의 축하메세지 ⓒ 박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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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를 차지한 전북 권역의 사물놀이 공연 쿱쑈를 들었다 놨다 요~물! 전국 순회 공연을 다녀도 되겠다 싶을 정도의 실력 ⓒ 박윤미


좋은 책을 읽고 좋은 강연회를 열고 원전 반대하여 안전한 대체 에너지에 대해 고민하고 세계의 불공정한 무역에 반대하고 불우한 이웃과 함께하려는 아이쿱 생협의 끊임없는 고민은 아마도 대한민국 1%, 3%, 10%를 차지하게 될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전 세계가 곡물전쟁에 휩싸일 때 우리나라는 미리미리 고민하고 준비해놓은 선구자들 덕분에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중국이 서서히 비상하기 시작함에 따라 불안해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깨어나고 세계 경제를 주무르기 시작하고있다. 이때 우리가 준비해야 될 것은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우리것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아닐까. 더 이상 '메이드 인 차이나',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에 좌지우지 되는 우리 나라의 농업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생각한다. 중국발 금융 위기는 있었지만 중국발 곡물위기는 우리에게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지구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땅도 바다도 하늘도 내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므로 아끼고 지키고 가꾸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생협으로 연대하는 이유이며 목적이다. 나는 오늘도 <윤소맘 송> 흥얼흥얼거리며 자연드림에 들러 지갑 속 나의 투표권을 신중하게 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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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핵국열차 설국열차를 패러디해 강한 메세지를 전해준 핵국열차 ⓒ 박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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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를 차지한 줌마렐라 댄스 공연 아이돌도 울고갈 젠틀맨부터 트롯트 빵빵까지~평균연령46세 줌마렐라들의 반란 ⓒ 박윤미


윤소맘 송
-우린 윤소맘-

나는 윤소맘 파 한 단을 사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지
내가 무얼 먹고 마시는지가 지굴 울게 했다 웃게 했다
우린 윤소맘 콩나물 한 봉지에 담긴 땀의 의미를 알지
우리 소비가 다른 이들의 삶과 이어져 있음을 우린 알기에
느릿느릿 가더라도 함께여서 즐거워
장바구니에는 향기로운 지구 한다발
우리의 소비가 건강한 생산을 결정해
우리의 소비가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네
우리의 소비가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고
우리의 소비가 우리의 삶을 살찌게 하네

랩) 우린 쇼핑을 통해 세상을 투표해
대통령 뽑듯 신중하게 선택해
우리의 쇼핑이 세상을 바꾸지
1등과 2등 없는 조화로운 세상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지 않아
그러니 이기고 지는건 중요하지 않아
3퍼센트의 윤소맘이 함께 사는 세상
형형색색 꿈이 모인 아름다운 미래
느릿느릿 가더라도 함께여서 즐거워
장바구니에는 향기로운 지구 한다발

우리의 소비가 건강한 생산을 결정해
우리의 소비가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네
우리의 소비가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고
우리의 소비가 우리의 삶을 살찌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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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는 서울권역의 방과후 옥상 아줌마들의 고민을 개그로 승화시킨 창작 뮤지컬. 순회 공연을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의 발상과 실력 ⓒ 박윤미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ICOOP 구미생협 활동가입니다
#아이쿱 #생협 #쿱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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