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올인하고 상사와의 스킨십까지... 참을 수 없다

[직장인 일기⑤] 무리한 회식은 구성원의 불신만 초래... 뭐든 '적당히'

등록 2013.12.04 20:03수정 2013.12.05 09:2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KBS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편하게 있어'에 직장인들이 '폭풍 공감'하고 있다. 회식을 마치고 상사의 집에 간 부하직원은 빨리 귀가하고 싶지만 상사는 "편하게 있어"를 연발하며 더욱 힘들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직장을 구했지만, 상사에게 치이고 후배에게 쫓기며 늘 동분서주한다. 카드 값과 보험료, 대출금 이자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통장 잔액. 가족 앞에서도 어깨를 펴지 못하고 갈수록 왜소해진다. 이렇듯 누구나 공감할 만한 직장인이 겪는 애환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 기자주


바야흐로 회식의 계절이다. 연말이 되어가니 지난 1년간의 부단한 노력에도 우리 부서의 초라한 실적에 또 한 번 절망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 부서는 회식으로 마음을 달래기로 했다.

"오늘 회식 메뉴는 뭐로 하죠?"
"그야 물론 1차는 소삼(소주+삼겹살)에 2차는 노래방 가야지~."


우리 부서 회식은 어둠만 내리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딱 정해진 수순을 밟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1차는 가열차게 먹고 2차는 노래방 가서 배를 꺼트리고 3차에서 치맥(치킨에 맥주)으로 또 한 잔 하는 게 기본 룰이다. 열심히 일한 후 동료들과 어울려 소주 한 잔에 삼겹살을 먹는 것 또한 삶의 기쁨 아니겠는가.

회식 1차는 소삼, 2차는 노래방, 3차는 치맥?

직장 생활의 기쁜 순간이나 힘든 순간 우리와 함께 해주었던 회식…. 하지만 직장 상사와의 회식자리는 1차 술집, 2차 노래방, 3차 입가심 호프까지 가면 어느덧 자정을 훌쩍 넘기고 만다. 


"오늘 따라 심난하다"는 상사의 한 마디에 코스에서 이탈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근무시간만큼이나 레이스를 달리는 이 코스는, 기혼자나 신입에게도 결코 어떠한 열외도 없다. 여직들은 특별히 배려해 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또 그렇지 않다. 다만 애써 모른 척 할 뿐이다.

연말이 되어가니 회사는 각종 명목의 회식으로 바빠진다. 서로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터놓는 자리도 아니면서 회식이 단순히 '술을 먹기 위한' 구실이 될 때 어느새 달갑지 않은 업무의 연장이 되고 만다. 특히 여성들에게 사실상 자정을 넘어가는 자리들은 그리 달갑지 않다. 술 잘 마시기 대회를 하는 것도 아니고 자리를 빛내기 위해 고용된 '도우미'가 아니지만, 단합이라는 이유로 눈치 보면서 끝까지 남아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당신의 직장에 아직도 이런 식사 문화가 남아 있는가? 다음날 심야 택시비만 잔뜩 청구되는, 2차 3차로 이어지는 이 코스는 과음으로 인한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위험도 매우 크다. 지난달 28일 CNN은 "한국인들은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주로 소주를 마시며 계약 성사를 축하하거나 슬픔을 털어버린다"며 회식문화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a

회식자리 배치도 일반적인 회사의 회식 배치도. ⓒ 김학용


회식의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주 2회 회식에 1차는 술잔 돌리기 강요, 2차 노래방 탬버린 도우미. 1차에서는 우선 소맥으로 혼합된 술잔이 돌아오면 무조건 '원샷'이 기본. 작정하고 술 덜 마시기 신공을 부려보지만, 고수들의 술잔 강요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툭하면 파도타기에, 돌아오는 속도도 엄청난 기세다. 안주 먹을 틈도 없다.

2차는 더 가관이다. 노래방에서 여직원들이 노래라도 부르면 아주 군대가 따로 없다. 소리 지르며 따라 부르는 건 애교에 불과하다. 옆에 와서는 부비부비 춤까지 춘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다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상사와의 스킨십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회식자리에서 일찌감치 불편한 사람과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고 노력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상황이 이 정도면 회식은 더 이상 직장생활의 윤활유가 아니라 노래주점이 되는 순간이다. 몰래 말없이 귀가했다가는 어김없이 '상사를 무시하냐'는 전화까지 시달려야한다. 

119회식문화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회식이 싫어요!'

이것은 결코 사회생활 제대로 못하고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여성들의 지질한 항변이 결코 아니다. 조금이라도 나이어린 여성이 술을 따라야 한다는 고질적인 남성 중심적 회식문화 때문이다. 업무 스트레스를 풀고 친밀감을 형성하는 즐거운 회식자리에 또 다른 어두운 면이 있다고 생각하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며칠 전 한 취업사이트에 오른 구인광고. 오죽하면 구인공고에 이런 내용을 명시했을까.

a

오죽하면 구인공고에 '회식강요 안함'이라는 것을 명시했을까? ⓒ 사람인


'현장에서 관리팀 여직원을 모십니다. 업무는 관리팀의 제반업무로 직원들에 대한 총무, 후생, 노무, 경리, 회계업무 담당예정입니다. (중략) 회식강요 안함….'

부하직원이 꿈꾸는 회식문화는, 참석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거나 원샷, 파도타기 등을 강요하고 노래 자랑을 강요하는 문화가 결코 아니리라. 이럴 경우 직장생활의 원동력은커녕 가뜩이나 피곤한 심신이 회식 때문에 더 피곤하다.

회식을 하다 보면 2, 3차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소나 메뉴만 바뀌었지 어차피 술자리는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기혼자들이나 여직원들은 갖가지 핑계로 자리를 뜨거나 급기야 말없이 귀가하는 경우가 속출한다. 진정한 화합이라면 끝나는 시각도 정하는 것이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다.

직장회식은 술 말고도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굳이 술에 '올인'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직장생활의 기쁜 순간이나 힘든 순간을 함께 했던 회식…. 회식을 언제까지나 오래두고 가까이 사귀는 단합 모임으로 만들고 싶다면, 억지로 권하지 않고 억지로 마시지 않는 자유로운 자리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회사는 회사규칙에 '119 회식문화'를 명시하기도 했다. 이 규칙은 회식을 119에 실려 갈 때까지 마셔야 하는 게 아니라. '1(한)가지 술로 1(한)장소에서 9시까지 마시자'는 의미다. '119 문화'를 꼭 따르지 않더라도, 이것만큼은 명심하자. 무리한 회식은 엄연한 직장생활의 연장이 아니라 구성원의 화목도 깨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회식은 각박한 회사생활에 여유를 주는 활력소임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과유불급, 무엇이든 지나치면 미치지 못하는 것만도 못하다고 하였다. 회식자리에서 개인 간 주량 차이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더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들어가라는 동료의 따뜻한 배려에 누가 감동을 받지 않겠는가. 
#회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존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독자적인 시각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웃을수 있게 재미있게 써보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사, 저에게 맡겨주세요~^^ '10만인클럽'으로 오마이뉴스를 응원해주세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