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1750명 정리해고 이후 '최대 위기'

생산물량 20% 감소 위기... 고용불안 또 엄습

등록 2013.12.08 16:41수정 2013.12.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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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이 옛 대우자동차 시절 1750명 정리해고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한국지엠의 모(母) 회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아래 지엠)가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한국지엠의 생산물량이 2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 경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지엠의 생산물량 감소는 고용불안을 예고한다. 한국지엠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엠은 지난 5일 "2016년부터 유럽지역 대중차 시장에서 평판 좋은 '오펠'과 '복스홀'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며 "쉐보레 브랜드는 난항을 겪고 있는 사업 구조와 유럽의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인해 서유럽이나 동유럽 시장에서 더 이상 지엠의 주력 브랜드로 존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엠이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유럽으로 수출되는 쉐보레 차량의 90%를 생산하는 한국지엠의 생산량과 매출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유럽에 쉐보레 차량 18만6000여 대를 수출했다. 지엠과 한국지엠은 "유럽에서 쉐보레 차량의 판매가 부진해 적자가 누적됐다"며 "다만 동유럽 등의 신흥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완성차 총 80만639대를 생산했다. 이중 65만4937대를 수출했다. 또한 CKD(반조립 제품)로 차량 127만5123대를 유럽 등지에 수출했다. 주력 수출 차량은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크루즈'다. 지난해 16만6364대를 생산해 이중 14만4820대를 수출했다.

예견된 한국지엠의 추락

지엠의 이번 조치는 예견된 측면이 강하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해 11월 1일 "지엠이 차세대 '크루즈'를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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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리 지엠 지엠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한국지엠 세르지오 호샤(Sergio Rocha) 사장은 지난 2월 22일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한국지엠에 8조원을 투자해 6개 신차 등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엠은 오히려 한국지엠 수출 물량의 20%를 축소하겠다고 지난 5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 한만송


또한 한국지엠 내부적으로는 올해 5월 '2015년부터 생산물량을 70만대로 축소하겠다'는 공문이 고위직을 중심으로 회람됐다. 이밖에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해외 언론들을 통해 지엠이 한국에서 생산물량을 축소한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엠은 한국지엠에서 사실상 연구개발한 모델 '크루즈'의 생산 시설을 미국과 러시아, 중국, 브라질 등에 설치해왔다. '크루즈'는 옛 '대우차' 시절 개발된 '라세티프리미어'를 기반으로 탄생한 글로벌 차량이다.

글로벌 기업인 지엠은 '판매지에서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판매지 생산' 원칙에 따라 이미 전 세계 시장에서 동일한 차량 생산 플랫폼을 가동하고 있다. 에스유브이(SUV=sport utility vehicle: 스포츠형 다목적 차량)나 픽업트럭 등 중대형 차량을 선호하는 미국에서조차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크루즈'는 오하이오의 로즈타운 공장에서, 소형 차량인 '아베오'는 미시건의 오리온타운십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두 공장은 지엠의 중대형 차량 생산 공장이었다.

생산물량이 20% 감소되면 군산공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물량 총 18만여 대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중 10여 만대가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크루즈'로 분석된다.

일감 감소, 비정규직에 직격탄

여기에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도 조만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CKD로 유럽에 수출된 '트랙스(수출명 오펠모카)'가 내년부터 한국이 아닌 유럽에서 생산하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크루즈'에 이어 '트랙스'의 생산도 유럽으로 이전됨에 따라 한국지엠 모든 공장에서 일감이 줄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지엠은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에 따라 2015년부터 생산물량의 20%가 자연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충격은 적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생산 현장에서는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가 또 다시 나오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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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는 옛 ‘대우차’ 시절 개발된 ‘라세티프리미어’를 기반으로 탄생한 글로벌 차량이다. 그런데 지엠은 '크루즈’의 생산시설을 미국과 러시아, 중국, 브라질 등에 설치해 왔다. 쉐보레 2013년형 더 퍼펙트 크루즈. <시사인천 자료사진> ⓒ 한만송


특히 '크루즈'를 생산하는 군산공장의 분위기는 더욱 안 좋다. 군산공장은 주야2교대 근무체계를 1교대로 바꾸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평공장에서 20년 넘게 생산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아무개씨는 "몇 년 전부터 지엠이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추측성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물량을 줄인다는 보도가 나오자,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평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A씨도 "2008년과 2009년에도 물량이 줄면 제일 먼저 비정규직부터 정리 해고했다. 그러다보니, 생산물량 20% 감소 소식에 제일 민감한 것은 비정규직"이라며 "현재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군산공장 한 관계자는 "군산공장에서 작년 23만대를 생산했고, 올해는 17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14만대를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13만대로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규직도 근무시간을 줄여 근무체계를 1교대로 바꾸자는 안이 나오고 있다. 비정규직 300여명이 일감이 없어 쫓겨나가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해답은 내수 확대인데, '글쎄'

생산물량 축소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2015년까지 단계적 축소 계획이다. 내년부터 주간연속2교대제를 실시하면 생산물량은 자연적으로 20% 감소한다"며 "생산물량 축소로 인한 경영상이나 고용의 문제는 크게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을 개척할 예정이다. 대우 시절에 비해 내수가 축소됐다. 부족한 부분을 내수 확대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지엠의 출구인 내수 시장 확대는 요원해 보인다. 한국지엠은 'GM대우' 브랜드를 버리고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할 당시 내수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브랜드 교체에 맞춰 '올란드'를 비롯한 신형 차량을 대거 출시했지만, 내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10% 안팎이다. 더욱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눈에 띄는 신차 투입 계획이 없다. 경차 '스파크'의 후속모델인 'M2XX'와 중형 SUV '캡티바'의 후속모델 정도가 전부다.

한국지엠이 내수시장 확대를 꾸준히 진행하지 못한 결과가 고용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한국지엠지부는 '노-노 갈등'에 휩싸여있다. 지난달 26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조직개편 논의 중, 일부 대의원이 현 사무지회를 해산하고 공장별 지회로 편입해 운영하자고 발의하면서 생산직 조합원과 사무직 조합원 사이에 갈등이 야기됐다. 한국지엠지부는 공장별로 생산직 지회를 두고 있으며, 별도로 정비지회와 사무지회를 두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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