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기 시작한 임진강... 북쪽 뉴스 덕에 체감온도는 ↓

아름다운 설경 속에서 분단국가의 현실도 느껴져

등록 2013.12.13 15:58수정 2013.12.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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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연천군 임진강은 오늘(13일) 아침 영하 12도. 물안개가 상고대로 변해 아름다운 눈꽃이 피어 있는 임진강은 꽁꽁 얼어붙기 시작하고 있다. ⓒ 최오균


이곳 연천군 미산면 임진강 변에는 지난 이틀간 연이어 폭설이 내리더니 오늘(13일) 아침 수은주가 영하 12도로 뚝 떨어졌다. 아침에 밖에 나가보니 실제 체감온도는 영하 15도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온 세상이 하얗게 은색으로 변한 임진강에는 물안개가 짙게 깔려 있다. 물안개는 그대로 공중에서 얼어붙어 상고대로 변한다. 갑자기 냉각되는 물방울의 작은 입자들이 액체 상태로 휘날리다가 임진강변 나무와 몽돌·주상절리절벽 등에 충돌을 하면서 그대로 얼어붙고 만다.

설경 속에도 야생 동물의 발자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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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자욱한 임진강. 물안개가 그대로 상고대가 되어 눈꽃이 핀다. ⓒ 최오균


주상절리 절벽에는 매화꽃처럼 하얀 상고대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 상고대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강변으로 걸어 나갔다. 눈 위에 고라니·노루·들고양이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다. 아마 먹이를 찾아 헤맨 것 같은데, 녀석들도 내가 쓸어 놓은 길로만 다니고 있다. 짐승이나 사람이나 생각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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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와 노루, 들고양이들의 발자국 ⓒ 최오균


뽕나무 가지에 얼어붙은 상고대가 푸른 하늘에 반사되며 은빛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겨울에만 보여주는 한 폭의 동양화다. 지난여름 맛있는 오디를 맺었던 뽕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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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속에 핀 상고대가 햇빛에 반사되어 절경을 이루고 있다. ⓒ 최오균


물안개가 짙게 깔린 임진강변으로 다가갈수록 상고대가 만든 하얀 눈꽃은 더욱 짙게 나뭇가지에 드리워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그 모습이 과히 환상적이다. 오직 자연만이 그려낼 수 있는 풍경화다.


눈 속에 파묻힌 몽돌을 밟으며 강가에 다다르니… 저런! 임진강물이 벌써 꽁꽁 얼어붙어 있다. 얼어붙은 강물 위에 작은 입자들이 떨어져 내려 하얀 돌기를 이루고 있다. 임진강은 한 번 얼어붙기 시작하면 다음해 2월까지 잘 녹지 않는다.

꽁꽁 얼어붙기 시작한 임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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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결빙이 된 임진강에 상고대가 휘날려 돌기를 이루고 있다. ⓒ 최오균


남과 북으로 연결된 동이1교에도 하얀 눈꽃들이 만발해 있다. 눈꽃이 핀 나무들이 높이 100m나 되는 교각 탑을 둥둥 떠받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 '人'(인)자 모양을 하고 남과 북이 서로 만나는 형상을 하고 있는 동이1교는 남북 화합과 평화를 상징한다.

그러나 북한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장성택을 사형했다는 무시무시한 뉴스였다. 그렇지 않아도 추운데 북한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이곳 휴전선 인근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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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이 사람'人'자 모양으로 서로 만나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동이1교>가 상고대가 핀 나무위에 구름처럼 둥둥 떠있다. ⓒ 최오균


임진강 물안개는 북한 쪽 임진강에서부터 시작해 북에서 남으로 강변통로를 따라 내려온다. 주상절리 절벽이 양쪽에 터널처럼 에워싸고 있어 물안개는 그 통로를 따라 집중적으로 내려온다.

저 통로를 따라 가면 불과 몇 분 이내에 곧 북한 땅에 도달할 수 있다. 그만큼 북한이 가깝다는 것. 그러나 자유가 없는 북한 땅은 철책선이 가로놓여 있어 멀게만 느껴진다. 남과 북이 사람의 생각·이데올로기가 다르다는 것만으로 한반도의 허리에 철책을 쳐놓고 오가지 못하는, 지구상의 단 하나밖에 없는 분단 국가라는 게 통탄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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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땅에서 날아오는 기러기 떼. 기러기들보다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한스럽다. ⓒ 최오균


한떼의 기러기들이 끼룩끼룩 합창을 하며 북한 땅에서 날아온다. 저 기러기들은 철책 선에서 자유롭다. 저들은 우리가 가지 못하는 북한 땅을 언제든지 날아서 갈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사람은 저 새들보다 훨씬 자유롭지 못하다. 아아, 우리는 언제나 저 기러기들처럼 자유롭게 북한 땅을 밟을 수 있을까.
#임진강 결빙 #상고대 #임진강 주상절리 #동이1교 #연천군 임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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