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단절 기간 무시하면, 취업 쉽지 않아요"

[인터뷰] 소셜메이트솜직원협동조합 이선희 이사장

등록 2013.12.18 11:52수정 2013.12.1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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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을 반대하며 일에 대한 열정을 키워가고 있는 소셜메이트솜직원협동조합 가족들의 캐리커쳐 ⓒ 소셜메이트솜직원협동조합


결혼과 출산으로 일을 할 수 없었던 경력단절 여성들이 '소셜메이트솜직원협동조합(아래 솜)'을 만들고 제2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나가고 있다. 10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솜 가족들은 주장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하고 싶으며, 결혼과 출산이 결코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고. 소셜메이트(Social Mate)의 앞 글자를 따 만든 솜(SOM)의 뜻처럼, 동료를 갖기 어려운 환경의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따뜻한 동료가 되고자 솜을 만든 이선희 이사장을 지난 17일 만나 그간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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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을 소개하고 동료가 될 분을 찾는 솜데이(SOM-Day) 자리에서 이선희 이사장이 솜의 설립배경과 주요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12년 6월 19일 첫 솜데이가 열렸다 ⓒ 소셜메이트솜직원협동조합


- 조합 설립 배경이 궁금합니다.
"저를 포함한 10명의 솜 가족들에겐 '결혼과 육아'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만큼 한참 일할 나이인 30대에 경력이 단절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현상에 순응하며 살길 원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도 우리 사회는 출산을 하게 되면 전업맘이나 워킹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2011년 8월, '조금 다르게 일하기'란 취지로 작은 모임을 시작했고, 경력을 단절시키지 않기 위해선, 과연 어떻게 다르게 일할 것인지, 우리와 같은 상황의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어디서 일할 것인지에 대해 공부하고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다른 것처럼, 일 하는 방식 역시 모두 동일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2년 저희의 생각과 행동을 지지하고 도와줄 든든한 지원군을 만났는데, 바로 정부의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이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소셜메이트 솜'은 경력단절 여성들의 모임에서 조금 더 구체화되고 공식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에는 현대자동차 정몽구재단의 'H-온드림' 펠로우로 선정되어 지원을 받게 된 것입니다."

- 언제 조합 설립인가를 신청하셨고, 또 언제 인가를 받으셨나요.
"한층 더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한 솜은 지난 2월에 협동조합을 신청하였으며, 약 한달 뒤인 3월 12일에 인가를 받았습니다. 저희가 협동조합을 선택한 이유는 누군가에게 고용되지 않고 스스로 고용을 창출하는, 가장 민주적인 법인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솜의 가족들은 일정기간 일을 안 한 상태에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되는 어려운 상황이었고, 또 서로 협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을 키워가야만 했기에, 협동과 상생을 실천하는 협동조합이야말로 솜의 취지에 가장 부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상사도 부하직원도 없이 서로 같은 위치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는 '소셜메이트솜직원협동조합'이 그렇게 출발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 주요사업이 궁금합니다.
"사회적 경제조직의 운영에 필요한 홍보, 마케팅, 디자인, 회계, 조직컨설팅 등이 주요사업이며. 올 한해에는 주로 홍보, 마케팅, 디자인 업무 등을 진행했습니다. 우선 2012년 12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사회적기업 터치포굿'의 PR컨설팅, 캠페인, 제품홍보, 소셜미디어 관리를 진행했으며, 2013년 1월~2월 '사회적기업 소풍가는 고양이'의 브랜딩 및 고객분석, 홍보물 기획, 2013년 5월~7월 '구로사회적경제특화사업단'의 홍보물 디자인, 2013년 5월~7월 '사회적기업 사단법인 씨즈'의 로고 및 리플렛 디자인, 2013년 6월~12월 '서대문사회적경제하모니센터' 홈페이지 제작 및 홍보물 디자인 등을 잇따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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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일에 열린 '제3회 사회적기업가 페스티벌'에서 브랜딩, 마케팅, 조직점검 등을 담당하는 이주연(왼쪽) 씨와 기획, 조직 퍼실리테이팅 등을 담당하는 장민경 씨가 참관객들에게 솜의 주요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 소셜메이트솜직원협동조합


- 조합을 결성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요?
"솜의 첫 모임을 시작한 이후 함께 공부하고 시장조사도 했지만, 수익활동은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교통비와 식비를 모두 자비로 부담해야만 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솜 가족들은 자신을 위한 투자라 생각하고 노력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경력단절로 무뎌졌던 일에 대한 감각과 열정을 자연스럽게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 일을 시작하려는 경력단절 여성들 중에는 자신의 경력단절 기간을 무시하고 바로 원하는 형태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뎌진 몸과 열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관심도가 궁금합니다.
"저희 조합원들은 모두 적극적이고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에, 그 어떤 일에도 열심히 참여하려고 노력합니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사회적 경제 분야의 시장분석 프로그램'에도 모든 조합원들이 내일인양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 일반인들도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지요. 가입할 수 있다면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솜은 홍보, 마케팅, 디자인, 회계, 조직컨설팅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든 조합입니다. 때문에, 해당 분야에 경력이 있으면서 일을 원할 경우 남녀 구분 없이 조합원으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설명회 참석과 예비 조합원의 단계를 거쳐야만 최종적으로 조합원이 될 수 있습니다."

- 조합 설명회와 예비 조합원에 대해 부연 설명부탁드립니다.
"조합 설명회는 매월 첫 번째 화요일 서울 '영등포하자센터' 내 허브카페에서 열립니다. 솜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하는 자리인 만큼, 이 설명회를 거쳐 예비 조합원 자격을 얻게 됩니다. 이후 3개월 정도 수습기간을 거치는데, 솜의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함께 예비 조합원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평가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조합원이 되면 솜의 가족으로서 활동하게 됩니다."

- 조합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조금 다르게 일하기'를 통해 전문성 있는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막고 '일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솜의 가치처럼, 예비 조합원들에게는 경력단절이 되기 전 또 하나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솜으로 거듭나길 희망합니다. 바람이 있다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경제조직들과의 업무파트너 확대를 통해 솜의 역량을 더욱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 끝으로 조합 자랑을 부탁드립니다.
"바로 저희 조합원들입니다. 비록 공식적인 조합 사무실이 없지만, 재택 근무와 주1회 오프라인 회의를 통해 서로의 업무를 공유하고 조합회의도 진행합니다. 의뢰받은 업무는 담당자가 직접 고객사와 소통하며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솜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풀타임 근무가 어려운 솜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인정해준 고객사 그리고 능동적이면서도 책임감 있게 업무를 완수하는 저희 조합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10명의 조합원 모두가 저의 솜에겐 보석과도 같은 존재들입니다."
덧붙이는 글 소상공인신문 38호에 게재될 기사입니다.
#소셜메이트솜직원협동조합 #이선희 #소셜메이트 #결혼과육아 #경력단절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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