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은 개인이 챙기고 손해는 분배하는 게 민영화"

[인터뷰 전문] 체포영장 떨어진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등록 2013.12.18 14:56수정 2013.12.18 14:56
5
원고료로 응원
a

김명환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모 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철도 민영화 본란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4대강을 대운하가 아니라고 한 것처럼, 절대 민영화가 아니라는 박근혜 정부의 주장도 똑같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 체포영장이 떨어졌다. 경찰이 강제구인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 오는 19일 철도노조 2차 결의대회가 예정돼 있다. 이 집회에는 나갈 생각인가?
"아직 정확하게 확정된 것은 없다. 그 자리에 실제로 있거나, 그렇지 못해도 있는 것과 같은 방법이 무엇일지 찾고 있다."

- 장기파업에 들어갔음에도 여전히 파업대오가 잘 유지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여기서 지도부가 체포된다면 조합원 전체의 구심이 흔들리지 않을까?
"지도부 한두 명 체포로 인해 쉽게 무너질 조직이 아니다. 현재 지도부에 대한 조합원의 신뢰는 높다. 그 높은 신뢰에 기반해 지도부가 일부 교체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지도부가 지목하거나 함께 했던 사람들로 구성된 새로운 지도부가 대열을 이끌 것이다."

- 이제 파업이 열흘을 넘고 있다. 철도파업 역사상 최장기간 파업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일선으로 복귀하는 인원도 많지 않아 보이는데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어느 순간부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브리핑을 하더라도 조합원 복귀율을 발표하지 않는다. 그만큼 복귀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핵심은 조합원들 사이에 '민영화만큼은 절대 안 된다'라는 인식이 신념처럼 깊게 박혀 있다. 또 여론조사에서도 나오듯, 국민들 다수가 철도노조의 파업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는 것이 파업 대오를 여기까지 있게 한 것이다. 입사 21년 차인 제 입사 동기가 파업할 때 국민의 박수 받으며 파업하면 무슨 탄압을 받더라도 괜찮다고 했는데, 이번에 그 소원이 이뤄졌다."

"별도법인 설립부터가 곧 민영화"

a

체포영장 발부 규탄하는 철도노조원들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과 간부 6명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가운데 지난 16일 오후 철도노조원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김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a

철도노조 결의대회 김명환 전국철도노조 위원장과 지역본부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총파업 승리 위한 전국 철도노조 결의대회'에서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 정부는 수서발 KTX가 절대 민영화 단계가 아니라고 한다. 왜 민영화라고 생각하나?
"사장, 장관, 총리, 대통령까지 나서서 민영화 아니라고 하는데 왜 못 믿냐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아니라면서 4대강을 한 것처럼 똑같은 논리라고 본다. 다른 나라의 철도 민영화 수순과 같다. 특수한 별도 법인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부터가 민영화라고 봐야 한다. 일본의 경우 철도특수법인이 세워진 1987년에 민영화 단계에 들어갔다고 말한다. 그 법인이 실제로 민간에 매각된 것은 1990년대 말이다."

- 실제로 민영화라고 했을 때, 과연 민영화는 나쁜 것인가라는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민영화는 이익이 발생하면 개인이 가져가고 손해가 발생하면 사회적으로 분배하는 것이다. 국토부가 말했다. 코레일이 분할되고 나서 적자가 발생한다. 그래서 요금인상을 계획한다. 이것도 막히면 정부보조금 주겠다고 한다. 이 돈 어디서 나오나? 국민 세금이다. 돈 걷어서 메운다는 거다. 손해가 나는 건 사회가 모아서 막고, 이익이 나는 건 민간기업이 가져가겠다는 게 민영화의 핵심이다."

- 정부가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하는 건 철도공사뿐만 아니라 공기업 전반에 부채와 방만경영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노조의 주장은 경쟁체제가 아니라면 지금 형태가 옳다는 건가?
"17조 원이라는 부채 문제부터 보자. 경부고속철도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공약한 사안이다. 이게 처음 계획과 달리 건설비가 2배로 늘었다. 6조 원이었던 게 12조 원이 됐다. 이것을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이 나눠 가졌다. 이게 4조5000억 원이다. 적자 노선에 국가보조를 받는 게 7년 동안 누적돼 1조 원. 여기에 인천공항철도 민영화 했다가 손해만 발생하자 억지로 떠안아 발생한 부채 1조2000억 원. 용산개발에 투자했다가 실패해 2조 원. 이것만 해도 10조 원에 육박한다. 경쟁체제가 아니어서 발생한 부채가 아니다. 방만경영 지적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5년 동안 사업량은 1.5배 늘어난 반면 인력감축은 계속됐다. 적어도 인력사용에 있어서 방만경영이라는 지적은 허상이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철도노조가 생각하는 향후 철도산업의 방향은 무엇인가?
"코레일 보고 흑자를 내라고 한다. 저희는 흑자가 나면 나눠 갖지 않는다. 적자가 나는 부분을 메워야 한다. 그러라고 만든 게 KTX다. KTX 건설하는 데 들어간 12조 원은 경부선과 호남선 타는 분들뿐 아니라 강원도, 충청북도, 기차도 없는 제주도에서까지 국민이 낸 세금이다. 이분들은 KTX 탈 일이 별로 없다. 대신 이 분들 타는 적자선을 KTX가 메워 주는 거다.

수서발 KTX를 코레일이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서발 KTX는 사익 구조로 가져갈 게 아니라 코레일이 통합 운영해 이 수익을 가지고 적자를 메우는 방식으로 내부 재정악화를 막아야 한다. 흑자를 낼 수는 없지만 적자를 누적 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일종의 우량 공기업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남북철도가 연결이 되면 화물운송이 활성화되면서 더욱 우량 공기업으로 키울 수 있다."

"수서KTX는 현재 선로, 역사, 장비 어느 것도 완비된 게 없다"

a

철도노조 "총파업 투쟁으로 철도민영화 막아내자"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총파업 승리 위한 전국 철도노조 결의대회'에서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 17일 기자회견에서 수서발 KTX 면허 발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인가?
"노조는 계속 대화를 요구해 왔다. 처음에는 이사회를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이후에는 이사회의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코레일과 정부는 이를 모두 무시하고 면허신청을 하고 법인등기등록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면허발급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수서발 KTX는 현재 투자금이 50억 원밖에 들어가지 않은 상황이다. 50억 원 가지고 한 편성에 350억 원하는 KTX 22편성을 운영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불과 10년 전 경부고속철도 때는 선로 공사를 다 마치고, 각 역의 전자 시스템을 다 완비한 상태에서 시범운영과 사업타당성까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면허가 발급됐다. 수서발 KTX는 현재 선로, 역사, 장비 어느 것도 완비된 게 없다. 수서역이 완성됐나? 인력은 이제 20명뿐이다. 수서발 KTX의 실제 영업 운영은 이미 2016년으로 미뤄졌다. 면허 발부는 전혀 급한 일이 아니다."

- 노조의 요구를 정리하면 급하지 않은 면허 발급을 잠시 중단하고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대화하는 것인가?
"그렇다. 정부가 절대 민영화 아니라고 하니까, 국민을 설득하고, 또 민간매각을 막을 수 있는 더 좋은 방안을 찾고, 노조도 정책대안을 제시할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면허를 발급한다는 것은 수서발 KTX를 되돌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 노조와 정부 양측 모두 강경하다. 과연 협상의 지점이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대화를 요구한다. 여지가 전혀 없냐는 거다. 조금만 대화하고 여지를 두자고 생각하는 순간 방법이 열린다. 우리가 이사회 결정 원천 무효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20일로 예정된 면허 발부 중단하라고 요구가 전환됐다.

하지만 정부나 코레일 측은 한 번도 태도가 바뀌지 않았다. 이사회 강행했고, 등기등록 강행했고, 공권력투입 강행하고, 이제 면허발급도 강행하려고 한다. 이 모든 걸 단 열흘 만에 하겠다고 한다. 이런 절차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나? 이런 의지가 민영화 의지로 바뀌었을 때는 무엇을 못하겠냐는 생각이 든다."

- 여전히 이번 파업이 노조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여론도 상당수 존재한다.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자기 밥그릇 지키기 아니다. 국민 밥그릇 지키기다. 국민 호주머니 지키는 게 민영화 투쟁이다. 이번 수서발 KTX 설립은 정부 정책과도 역행한다. 현오석 총리가 발표한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는 유사업무를 통폐합 하게 돼 있다. 코레일과 수서발 KTX는 동일한 업무를 한다. 기차를 운행하고 역사에서 서비스하고 정비하고 모든 업무가 같다. 별도로 국민의 혈세를 내서 법인을 만들 필요가 없다."

"자기 밥그릇 지키기 아니다, 국민 밥그릇 지키기다"

a

총파업 승리 다짐하는 김명환 위원장 김명환 전국철도노조 위원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총파업 승리 위한 전국 철도노조 결의대회'에서 철도민영화를 반대와 총파업 승리를 다짐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 파업에 따른 대체인력 투입이 논란이 됐다. 최근 발생한 사망사고를 놓고도 노사가 책임공방을 벌였다.
"고인 유족분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사망 당시 열차 운영한 기관사는 안산사업소 소속이었다. 차장으로 들어온 분이 19살 교통대 학생이다. 파업에 돌입하면서부터 대체인력이 투입되면 열차 운행에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승객 안전 위협한다고 했다. 실제 그런 일 벌어졌고 소중한 목숨까지 잃었다. 누굴 탓할 것이냐를 떠나 이런 사고는 그 기관사와 차장에게 평생의 트라우마가 된다.

하지만 사고의 원인은 정확하게 대체인력 때문이다. 오래 일을 한 우리는 다니던 길을 안다.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장은 이 역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를 다 알고 있다. 사고 차량의 차장은 운행 매뉴얼은 받았겠지만, 무엇을 실제로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른다. 차장은 창문 열고 열차가 홈 빠져나갈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손님 바짝 붙어있거나 이물질 있으면 부딪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한다. 이걸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이런 문제로 사고가 하루에 3~4건씩 일어난다.

대체인력을 빼면 열차운행 간격이 넓어지고 운행 못한다고 하는데, 정말 아니다. 분명하게 말하는데 대체인력을 빼서 운행 간격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1시간씩 기다리고 사고 나서 2시간 동안 못 다니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더디게 가도 안전하게 가야 한다. 이걸 막는 게 대체 근무자다. 우리가 현장에 남겨 놓은 8600명 필수유지인력으로 충분히 운행할 수 있다. 대체인력 투입을 중단해야 한다."

- 7000여 명이 직위해제돼 있다. 지도부도 법적 처벌을 받을 것이고, 대량해고와 같은 중징계가 필연적으로 쫓아올 것으로 예상한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조합원들에게 고맙다. 국민들에게도 고맙습니다. 현재 철도노조의 해고자는 100명이다. 앞으로 이 파업이 끝나면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하나를 위해, 하나가 모두를 위해, 서로 붙잡아 주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고난스럽지만 뿌듯한 역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께는 정말 제 입사 동기 소원 풀어주셔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국민 지지와 성원이 우리 파업과 철도 민영화 반대의 힘을 만들어주고 있다. 또 다시 희망 갖는다. 국민 이기는 정부 없고, 결국 국민이 승리할 것이다."

- 일단 19일까지는 파업이 유지된다고 봐야 할 거 같다.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20일이 국토부가 예고한 면허 발급일이기 때문에 파업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면허 발부를 중단하면 우리는 달라진다. 국토부는 기싸움 하듯이 버틸 게 아니라 면허 중단하고 앞으로 논의하자고 하면 된다."

a

철도민영화 저지 외치는 철도노동자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철도파업 승리, 민영화, 연금개악 저지, 노동탄압 분쇄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철도파업 #철도노조 #김명환 #코레일 #KTX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배달하다 숨진 26살 청년, 하루 뒤에 온 충격 메일
  4. 4 계란 자급자족 2주 만에... 암탉이 시위를 시작했다
  5. 5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