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중 기사 쓰기, 이 남자 좀 무섭죠?

[2014 2월22일상③] 문주현 박선희 박현진 신수영 정은균

등록 2013.12.30 15:10수정 2013.12.3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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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14 2월22일상' 수상자로 김동주 김재식 김종성 김준수 문주현 박선희 박정환 박찬운 박현진 신수영 심명남 정은균 조남희 한경희 총 14명의 시민기자를 선정했습니다. '2월22일상'은 한 해 동안 꾸준히 좋은 기사를 쓴 시민기자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14년 2월 14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2월22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만원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13 올해의 뉴스게릴라상'과 '2013 특별상', '2013 올해의 기사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 드립니다. [편집자말]
[문주현 기자] 취재원에게 연대의식 느끼는 지역언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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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 기자 ⓒ 문주현


<오마이뉴스>와 지역인터넷 매체는 상부상조 관계다. 지역신문 기자들은 <오마이뉴스>를 통해 지역 이슈를 전국구로 만들 수 있고 <오마이뉴스>는 타 매체에서 볼 수 없는 생생한 지역소식을 전할 수 있다.

"지역언론은 보다 더 지역민들과 가까이에서 존재하는 것이기에 지역의 노동자·농민·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들은 지역까지 밀착할 수 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지역언론이 갖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문주현(peacemania) 시민기자가  밝힌 지역 언론의 특징이다. 그가 속한 전북의 인터넷 매체 '참소리'(대표 문규현)와 <오마이뉴스>의 관계도 그렇다.

그의 취재원들은 대개가 평범한 시민들이다. 익산역 역무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인 고등학생, 운전기사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모든 지역 언론이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지역의 현실을 전하지는 않는다.

"저희 언론사의 지향이 그렇듯 민중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듣고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라는 연대의식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당사자들의 마음과 하나가 되려고 노력하고 그들의 동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취재원들에게 '연대의식'을 느껴야한다는 문 기자의 소신이 인상적이다. 그렇다고 그가 균형감이 없는 건 아니다.


"무조건 이들의 투쟁이 옳다고 보라는 말이 아니에요. 사람은 부당한 일, 고통받는 일을 외면할 수 없고 저 역시 그런 사건에 마음이 갑니다. 제 마음이 동하는 취재 대상은 부당한 일로 고통받고 있어요. 그래서 이들의 삶을 제 가슴으로 받아들이는게 중요해요."

[박선희 기자] 초등학생부터 기자를 꿈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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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기자 ⓒ 박선희


박선희(estrella726) 기자가 처음 기사를 쓴 건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신문부였던 그는 방학마다 학교에 나가 한 학기 소식을 정리하고 사진을 편집했다. '기자'는 초등학생 때부터 그의 장래희망이었다. 그러니 조금 과장 보태면 중1 때 그 첫발에 뗀 셈이다.

그 흔한 변덕 한 번 없이 그는 사회학과에 들어가 학보사 문을 두드렸다. 이후 그는 직간접적으로 기자의 세계를 접했다. <오마이뉴스>에서만 오마이프리덤,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대선올레 스태프를 했고, 지난해에는 심상정 의원실에서 국정감사를 준비했다. 그는 이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기자의 일은 참 오묘해요. 머리 아프기도 하고, 뜻대로 안 돼서 좌절하게도 만들지만, 아주 우연하게 다른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요. 그럴 땐 큰 보람을 느껴요. 그래서 아직도 하고 싶고, 직업 기자가 되길 꿈꾸고 있어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기사는 지난 3월 출고한 <목욕탕에서도 쫓겨나고...날 괴물 취급하지 마세요>다. 그들은 얼굴이나 목 등 화상흉터로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도, 장애인으로 인정이 되지 않는 '경계인'이었다. 그는 대형병원에서 화상치료 받는 과정도 지켜보며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 분들의 현실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그 분들은 죽을 만큼 아픈 치료를 견디고 살아남았아도 '외모지상주의'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게 된다는게 가장 안타까워요. 외모로 모든 걸 판단하지 않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이 기사도 그렇고 그의 기사에는 치열한 취재과정이 스며들어 있다. 또 취재원과 깊이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오랜 기간 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숙성시켜와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박선희 기자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박현진 기자] 직구만 던지는 미련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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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기자 ⓒ 박현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개수가 늘어가던 지난 16일 박현진(phj9356) 시민기자는 페이스북에 그 열풍을 차분하게 관망하는 글을 남겼다. 대자보 열풍이 식을 것이며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그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그 너머를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대자보의 개수를 늘리기보다, 학교생활이 끝나서 좀 여유로워진 생활비를 털어, 몇 개의 작은 언론과 일 열심히 하는 시민단체를 몇 곳을 새로 후원하기로 했어요. 세상을 바꾸는 건 용암처럼 들끓는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누적에서 만들어지는 '무언가'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그의 추가 설명에 마음이 뜨끔했다. 액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의 통장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후원금은 만만치 않았다. 그의 진심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오마이뉴스 17기 인턴기자일 때부터 그는 보이는 것보다 스스로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일에 만족했다.

그는 자신이 쓴 기사 중에 <"에어컨 설치료 깎지 마세요... 우리도 을입니다">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장마기간인 7월 중순, 그는 며칠 동안 에어컨 설치기사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노동환경과 고용구조에 대해 취재했다.

"비도 맞고 고생했지만 취재과정이 좋았어요. 에어컨 설치기사들은 대기업로고가 그려진 차를 타고, 유니폼을 입지만 대부분 하청업체 직원이에요. 설치과정에 발생하는 모든 일은 기사님이 책임져요. 며칠 따라다니면서 기사님들의 처지가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학부시절에도 그는 특별히 스펙을 쌓기보다 정치사회 등 다양한 책을 읽었다. <오마이뉴스>에 쓴 서평 개수도 만만치 않다. 그는 현재 직업기자를 꿈꾸고 있다. 그 이유가 걸작이다. "아직까지는 기자 이외에 꿈꿔본 직업이 없다." 이 말을 듣고 홈런 맞아도 직구만 던지는 미련한 투수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신수영 기자] 20년 경력의 이탈리아 소식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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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해외통신원 신수영 기자 ⓒ Arch. Kosai

<오마이뉴스> 이탈리아 해외통신원인 신수영(irenenews) 시민기자의 이력은 신비(?)롭다. 그는 문화와 예술의 중심 이탈리아에서 20여 년 동안 문화계의 세계적인 거물 투자자들의 전략 자문역을 해왔다. 그가 보내온 업무 목록은 화려했다.

베니스 미술·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추진위원회(91-93), 한국 산업폐기물의 이태리 재활용수출, 베니스 건축대학 주최 젊은 건축인 발굴 콩쿠르 심사위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그가 보내준 목록의 1/10도 안 된다.

그가 <오마이뉴스>를 처음 접한 건 2012년 대선 때다. 당시 그는 이탈리아 문화예술계 원로들에게 한국 대선과 관련된 토론 등을 통역하고 소개했다. 그 중 몇몇 원로들이 현장에 있는 평범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궁금해 했고 이에 그는 자료를 찾다가 <오마이뉴스>를 알게 됐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오마이뉴스>의 해외통신원이 된 신 기자는 베니스의 '곤돌라 사망 사건', 세계적인 건축가 '칼라트라바의 부실설계' 등 이탈리아를 들썩인 사건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했다.

요즘 그의 '해외리포트'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단연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그는 베네토 신학원 총장신부 등을 직접 만나 교황의 '신앙권고문'에 대한 자세한 내막과 전망을 들었다. 이 신앙권고문을 통해 교황은 "교회가 손에 흙을 묻히는 것을 주저해선 안 된다"며 현실 참여를 강조하고 자본주의를 "새로운 독재"라고 비판해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관련기사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진보라서 돌직구? 사실은...").

"역대교황들에 비해 압도적인 관심을 받고 있어요. 몇 언론에는 아예 교황의 행보를 알리는 코너가 새로 생겼을 만큼이에요. 반기는 사람도 많고 두려워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교황은 우리가 상상도 못할 루트의 측근들로부터 정보를 얻거든요."

20여 년을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그의 정보력도 교황 못지 않은 것 같다. 지금 그는 이탈리아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토대로 책을 낼 계획이다. 앞으로도 이탈리아가 궁금해지면 그를 찾으면 될 것 같다.

"제가 참여하고 겪은 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어서 생생한 이탈리아의 모습을 알리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전쟁소설이나 역사소설을 한 번 써보고 싶어서 평소에 자료도 모아두고 있죠."

[정은균 기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쓴 고3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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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균 기자 ⓒ 정은균


"선생님, '안녕들하십니까' 아시죠? 저희, 대자보로 응답하려고요."

지난 16일 아침 군산 영광여고 국어교사인 정은균(jek1015) 시민기자에게 고3 학생 넷이 찾아왔다. 이들은 자신들이 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학생들은 또 그에게 이 대자보를 학교에 게시해도 되는지 물어봤다(관련기사 : 대한민국 고3 대자보는... 안녕하지 않습니다)

고3이 대자보를 쓴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교내에 이 문제를 두고 소통할 교사가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평소에 정 기자는 이들과 자신이 쓴 기사를 두고 얘기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귀한 풍경이다.

"올해 제가 맡은 3학년 제자 중에 간혹 기사에 대해 논평을 해 주는 아이들도 몇 있는데, 기사를 쓰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교사 입장에서 볼 때, 제가 직접 가르치는 제자야말로 가장 신경 쓰이는 독자인 것 같아요."

그는 교육문제에 대한 글을 많이 쓴다. 2월부터는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한 박근혜 정권을비판해왔다. 또 교원 성과급 제도 폐지를 주장했고 시간제 교원제도의 단점을 지적했다. 민감한 문제다보니 간혹 학교 측과 갈등이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격려를 받는다고 한다.

"올해 초 성과급과 관련한 글로 교감 선생님과 한 시간 넘게 이야기하며 살짝(?) 부딪힌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주변 선생님들로부터 좋은 글 잘 읽었다며 격려하고 칭찬(?)하는 말을 더 자주 듣습니다"

동료들의 격려가 큰 동력일까. 정 기자는 지난 1년간 무려 333꼭지를 썼다. 그에게는 밤 9시부터 새벽 1~2시까지의 5시간이 '글쓰기의 황금시간대'다. 운전하면서도 스마트폰으로 글 쓸 내용을 녹음을 한다니 말 다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그는 글 쓸 계획을 촘촘히 세워두고 있다.

"내년 봄쯤,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로 일반 언어학에 관한 책을 펴낼 예정입니다.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다룬 책도 초고 정리중에 있는데, 출판사 문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서 언제쯤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오마이뉴스>에 연재중인 '김수영 시평'도 꼭 책으로 펴낼 계획입니다."
#2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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