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5만 원 전기요금이 1만 원 대로 뚝!

[송전탑 없앨 수 있다③] 무개념 에너지 소비자에서 전력 생산자가 되다

등록 2014.01.14 17:17수정 2014.01.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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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았지만, 밀양은 여전히 울고 있습니다. 오늘도 움막에서 비닐 한 장으로 긴 밤을 지낼 할매·할배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과연, 송전탑은 밀양 주민들만의 문제일까요? 전국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서울의 에너지 자급률은 3% 정도. 지방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들이 밀양 등의 송전탑이나 가스관을 거쳐 서울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빚을 지고 있는 셈이지요. 어떻게 하면 그 부채를 줄일 수 있을까요? <오마이뉴스>와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기획 <송전탑 없앨 수 있다>를 통해, 에너지 자립의 대안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필자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를 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참교육 활동도 하고,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모임', '초록교육연대' 등 환경교육운동 단체들을 결성해 환경교육운동을 한답시고 이런저런 활동을 많이 해 왔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서는 자라나는 아이들 세대때부터 생태와 환경 감수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새만금 갯벌 매립 반대 운동, 4대강 반대 운동, 기후변화 대응 운동 등 많은 사회운동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생태 환경 보전 활동, 쓰레기 줄이기, 에너지 절약 등 학생들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주제를 소개하고 교육을 해왔다. 지금 와서 그런 활동들을 뒤돌아보니, 전기라든가 에너지 문제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점이 많았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나의 이런 나태함을 거대한 쇠망치로 부수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세상에 종말이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필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때부터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핵발전을 멈추고 '탈핵'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다양한 외국의 탈핵 활동과 대안 사례들이 소개되었다. 결론은 의외로 간단했다. 전기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필요한 에너지는 자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독일이 그렇게 하고 있고,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미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을 차근차근 실천에 옮기고 있다. 미국도 원전을 더 짓지 않고 있다.

무개념의 에너지 소비자에서 전력 생산자가 되다

필자는 지난해 직무연수를 받는 중에 베란다에 설치할 수 있는 벽걸이용 소형 햇빛발전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생산 업체를 수소문하여 2013년 2월, 60만 원을 들여 베란다에 80W짜리 햇빛전지 모듈을 2개 설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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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베란다나 빌라 옥상 같이 공간은 작지만 햇빛이 비치는 곳이면 어디든 햇빛발전 전지판을 설치해서 집에서도 햇빛전기를 쓸 수 있다. ⓒ 김광철


서울 양천구에 있는 필자의 집은 아파트 4층으로, 집앞에는 도로 하나 건너에 4층짜리 초등학교가 있어 해를 가리질 않는다. 그렇지만 집 서남쪽 방향에는 고층의 주상복합 건물이 버티고 있어 겨울철에는 오후 3시만 넘으면 햇빛을 가린다. 그늘이 져서 전기 생산이 조금 적어지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60년 가까이 무개념의 에너지 소비자로 살다가 드디어 전기를 직접 생산해 사용하는 전력 생산의 주체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필자로서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변신이었다. 한수원이니 동부발전이니 하는 거대 발전사들에서 생산해내는 전력의 몇 백억분의 1밖에 안 되는 초미니 소규모 발전소라 할지라도.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일은 기후변화 문제는 물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바라보면서 방사능에 대한 공포와 그 대안에 대한 무기력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필자를 혁명적으로 바꾸게 했다. 탈핵과 송전탑 반대운동의 구체적 대안이 여기 있다는 생각이 나를 들뜨게 했던 것이다.

이 생각은 지난해 11월 10일 '탈핵희망 도보 순례길'에서 더 확고해졌다. 전북 익산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였는데, 70대 식당 주인이 우리 일행들에게 했던 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슬레이트 지붕을 바꾸는 새마을 운동에서 이제는 전국의 모든 지붕에 태양광발전을 하는 새마을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면 적극 지지하겠다"고. 그래 이게 답이다, 무릎을 쳤다.

초미니 햇빛발전소를 세우는 일은 너무나 간단했다. 약 95cm×65cm 규모의 햇빛발전기에 부착되어 있는 전선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면 된다. 그런 다음 햇빛발전 모듈에서 생산되는 직류전기를 교류로 바꿔주는 인버터에 연결해 거실의 플러그에 꼽아주면 끝이다. 설치하는 데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햇빛발전기를 설치하면 가정으로 들어와야 할 한전의 전기 중 햇빛발전기를 통하여 생산된 전기의 양만큼 덜 들어오기 때문에 계량기가 그만큼 덜 돌아간다. 전기요금은 덜 들어간 전기만큼 절약된다. 우리 집은 한 달 평균 4~5만 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내고 있었는데, 베란다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한 뒤 전기요금 고지서를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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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체계는 2013년 10월 현재 주택용(저압)의 경우 6단계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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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현


전기 소비가 얼마나 줄어들었지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는 것이다. 가끔은 계량기를 살펴보기도 한다. 일요일 낮에 계량기를 보면 확실히 계량기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우리 집의 경우, 한 달에 대략 5000~6000원 정도 전기요금을 덜 내는 효과가 있었다.

한 달 전기요금 5만 원, 햇빛발전소 설치했더니...

그러던 중 서울햇빛발전협동조합에서 올해 '우리집햇빛발전소'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정책과 함께 서울을 햇빛도시로 만드는 에너지 혁명을 이루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이기도 한 필자는 스스로 햇빛도시 개척단원(Solarcity Messenger) 1호를 자처했다. 우리집햇빛발전소 250W 한 기는 우리집 베란다에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들어가지 않으면 이전에 설치한 160W 짜리는 인근 동네 독거 노인과 같은 에너지 빈곤층에 기부할 생각이다.

모듈 가격이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협동조합 방식이라서 그런지 파격적으로 저렴했다. 250W 정도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우리집햇빛발전소는 약 55만 원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여담이지만 우리집햇빛발전소의 가격을 보고 미니태양광 업체들도 가격을 대폭 낮추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필자가 아는 범위의 지인들에게도 햇빛도시개척단원이 되자고 적극 권할 생각이다. 이른바 투자 대비 효과가 분명할 뿐더러 도시에 사는 수많은 시민들의 참여로, 그 중에서도 서울 시민들의 참여로, 밀양의 송전탑도 없애고 핵발전소도 폐쇄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필자는 1월 중에 형광등이거나 백열등을 전부 LED 등으로 교체하려고 하고 있다. 물론 초기에는 돈이 좀 들 것이다. 그래도 전기 요금이 다시 거의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이번 참에 아예 대기전력 차단기도 설치할 생각이다.

전에는 잘 모르고 사용하던 전기밥솥(사용시간에 비하여 전력소비량이 많은 대표적인 가전기기) 대신 가스레인지를 이용하여 밥을 짓고 있다. 아마 이런 방식을 다 동원한다면 지난해 4~5만 원 나오던 전기요금을 1만 원대 또는 그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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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현


우리집햇빛발전소 사용설명서를 미리 꼼꼼히 읽어 볼 기회가 있었다. 월 2만8000원 정도 전기요금이 나오는 가정에서 우리집햇빛발전소를 설치하면 대략 약 5500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고, 4만7000원 정도의 전기요금이 나오는 가정에서는 약 7400원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었다. 경험자로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여기서 잠깐, 우리집햇빛발전소 사용설명서를 보기로 하자.

햇빛개미들이 밀양의 피울음 멈추게 할 수 있다

서울 시민이 햇빛 개미로 나선다면 밀양의 송전탑도 없앨 수 있다. 360만 가구에 우리집햇빛발전소가 세워진다면, 전국의 1400만 가구에 우리집햇빛발전소가 세워진다면 핵발전소 몇 기는 가볍게 문닫게 만들 수 있다.

필자는 2012년 2월 독일의 탈핵 현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독일은 이미 2011년 11월에 전국적으로 100만 개의 태양광 발전소가 세워져 있었다. 어디를 가나 햇빛발전소는 흔히 눈에 띄었다. 주택과 건물의 지붕은 물론이고 건물 벽에도, 고속도로 방음벽에도 햇빛발전소가 설치되어 있었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들판과 바닷가에 새하얗게 끝도 없이 늘어선 바람발전소였다.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아서 햇빛발전소의 전기 생산량도 우리보다 적다. 그럼에도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수많은 햇빛발전소를 세운 것이다. 그것도 일반 시민들이 '햇빛개미'가 되어서 스스로 그렇게 한 것이다.

이보다 탈핵과 에너지전환은 '절약'이 최우선이다. 현 정부가 내놓고 있는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 계획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하는 것은 에너지 절약 없이 전기 사용 예측 수요량을 현행보다 2배로 늘려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핵발전소를 더 짓겠다는 황당한 구상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핵발전소와 송전탑은 없애야 한다. 그 많은 방사능 핵폐기물을 도대체 어디다 보관해야 한단 말인가.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전기는 무엇으로 생산하는가?"라고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절약하고 절약하는 게 대안이다. 두 번째 대안이 햇빛, 바람, 물, 바이오가스 등 재생가능에너지다.

아주 쉽게 대안을 실천하는 길이 여기 있다. 우리 집부터 우리집햇빛발전소를 설치하자. 우리 모두 햇빛도시개척단원, 햇빛도시 씨앗이 되자. 햇빛 개미들야말로 밀양의 할배·할매들의 죽음과 그들의 피울음 행진을 멈추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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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햇빛버스가 출발합니다. 서울 햇빛개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때입니다. ⓒ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햇빛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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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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