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엔 벌써 봄이 왔나 봅니다

팔손이와 애기동백꽃 활짝 핀 '난대림의 보고' 완도수목원

등록 2014.01.17 11:13수정 2014.01.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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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대교. 계절은 겨울이지만 반도의 끄트머리 완도로 가는 길은 가을날 같다. ⓒ 이돈삼


겨울바람이 차갑다. 따뜻한 곳이 그립다. 남도 끄트머리에 있는 섬 완도로 간다. 완도대교를 건너 오른편 해안도로를 따라가서 닿은 완도수목원이다. 대문저수지 옆으로 난 아스팔트 길을 걷는다. 지난 8일이다.

매표소 앞 회백색 나무에 빨간색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이파리는 하나도 없다. 이름표를 봤더니 '이나무'다. 세상에. '먼나무'만 있는 줄 알았더니 '이나무'도 있다. 새로운 식물을 많이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한껏 부푼다.


매표소를 지나 왼편 백운길을 따라간다. 수목원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이다. 옛날 군내면에서 읍내로 넘어가던 숲길이다. 해산물과 땔감을 지게에 지고 오갔다. 반대편으로는 청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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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팔손이 꽃. 잎사귀가 여덟 갈래로 갈라져서 팔손이라 부른다. 하지만 아홉 갈래가 더 많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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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에 활짝 핀 애기동백꽃. 화사한 꽃이 겨울을 잠시 잊게 한다. ⓒ 이돈삼


교육관리동 뒤편을 지나는데, 연둣빛 팔손이가 줄지어 서 있다. 이파리의 갈래가 여덟보다 아홉인 게 더 많다. 애기동백도 활짝 피었다. 붉은 빛깔로 앙증맞게 핀 꽃송이가 반갑다. 겨울 찬바람에 맞서 피어난 꽃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향기도 그윽하다.

애기동백의 향이 희미해지는가 싶더니 아열대온실이다. 수목원을 찾는 사람들은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야자나무와 망고나무, 고무나무가 보인다. 열대우림에 온 것 같다.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선인장도 형형색색으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알로에, 용설란 등 다육식물도 부지기수다. 금목서, 로즈마리 등 향기를 내뿜는 방향식물도 많다. 바람이 없고 따뜻해서 더 좋다. 봄날이나 초여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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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선인장. 완도수목원 아열대온실에 피어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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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 아열대온실. 겨울이지만 화사한 꽃과 온도로 봄날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 이돈삼


일상의 스트레스도 저만치 달아나


온실에서 나와 탐방로를 따라 간다. 큰길에서 나눠지는 샛길이 여러 갈래다. 관목원과 덩굴식물원으로 이어진다. 유실수원, 활엽수원, 침엽수원, 약용식물원, 식용식물원을 둘러보는 길도 있다. 샛길이 거미줄처럼 촘촘하다.

발길 닿는 곳마다 난대수종이다. 나무의 이름도 정겹다. 모감주나무와 녹나무, 황칠나무, 후박나무, 생달나무, 붓순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모감주나무는 염주를 만들 때 쓴다. 염주나무로도 불린다.

녹나무는 이파리에서 향긋한 냄새가 난다. 조각작품이나 가구 재료로 활용된다. 굴거리나무도 있다. 상록활엽수지만 일반적인 나무와 생리가 다르다. 봄에 새잎이 먼저 나고 묵은 잎을 떨어뜨린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나무들이다. 이들 나무의 치유 효과도 특별하다. 찬바람에 움츠러들었던 온몸의 긴장이 풀린다. 금세 맥박도 느슨해진다. 일상의 스트레스가 저만치 달아난 것 같다.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난대림 수목원이라는 게 실감난다. 생태적 가치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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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 전망대 오름길. 매표소에서 전망대로 가는 길이 다소곳이 놓여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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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 전경. 수목원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난대림이다. ⓒ 이돈삼


나무의 생태적 특성을 살피며 걷다보니 어느새 2전망대다. 오른편으로 가면 3전망대와 상황봉(664m)으로 이어진다. 왼편은 백운봉(601m)으로 가는 길이다. 전망대에서 완도 앞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점점이 떠있는 다도해 풍광이 한 폭의 그림이다.

연도교로 연결된 신지도와 고금도, 조약도가 떠 있다. 나무다리로 이어진 '장보고의 섬' 장도도 보인다. 진녹색의 겨울바다를 가르며 항구를 오가는 배의 꼬리도 길게 늘어선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더 아름답다.

몸을 돌려보니 수목원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오래 전, 나무가 땔감과 숯의 원료로 쓰이면서 황폐화됐던 곳이다. 지금은 3800여 종의 식물이 한데 모여 있다. 숲의 면적이 2050만㎡에 이른다. 이 숲에 난 큰길과 샛길이 80㎞쯤 된단다. 가족끼리 도시락 챙겨 와서 온종일 노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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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 전망대로 가는 길. 난대림 사이사이로 크고 작은 길이 촘촘이 엮여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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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에 있는 암석원. 수목원에서 만나는 바위들의 동창회다. ⓒ 이돈삼


내려가는 길은 반대편 청운길을 택한다. 붉가시나무 군락지를 거쳐 1전망대를 지난다. 붉가시나무는 나무를 자르면 붉은빛을 띤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수목원에서 흔한 나무 가운데 하나다. 1전망대에 서니 미황사를 품은 해남 달마산이 지척이다.

그 사이 바람결이 거칠어졌다. 걸음을 재촉해 수관데크와 임도, 숲길을 내려간다. 구실잣밤나무 군락지를 지나니 암석원이다. 수목원에서 만나는 바위 전시장이다. 큰 바위가 여러 개씩 포개져 있다. 언뜻 고인돌의 채석장 같다. 미확인 비행물체(UFO)처럼 생긴 바위도 있다.

암석원에서 길은 산림박물관으로 연결된다. 산림박물관은 난대림의 생태와 특성,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목공예품도 전시돼 있다. 박물관도 보기 드물게 전통 한옥으로 지어져 있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처마 끝을 기준으로 가로 47m, 세로 37m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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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바위. 미확인비행물체와 똑같이 생겼다. 완도수목원 암석원에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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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에 있는 산림박물관. 보기 드물게 한옥으로 지어져 있다.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 이돈삼


숲의 매력, 남녘의 부드러운 날씨는 덤

여기서 길이 대문저수지를 따라 난 수변데크로 이어진다. 물이 가득 찼을 때 더없이 아름답던 곳이다. 안개라도 낀 날이면 금상첨화였다. 하지만 지금은 계속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곳곳에 쉼터가 놓여 있다.

데크와 연결되는 친환경 숲길도 있다. 바닥에 돌과 나무조각을 깔아 놓았다. 숲 가꾸기를 하면서 나온 붉가시나무도 잘게 부숴 깔려 있다. 길도 푹신푹신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 놓고 편히 걸을 수 있다.

교육관리동 앞에 완도호랑가시도 있다.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의 자연교잡종이다. 완도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그리 이름 붙었다. 숲길을 뉘엿뉘엿 거닐면서 난대림의 매력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수목원이다. 남녘의 부드러운 겨울날씨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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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 난대림과 계곡. 교육관리동에서 전망대 쪽으로 올려다 본 풍경이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국도 목포요금소를 지나 죽림나들목에서 순천방면 남해고속국도를 탄다. 남해고속국도 강진무위사나들목으로 나가 13번 국도를 타고 해남을 거쳐 남창대교와 완도대교를 차례로 건넌다. 원동에서 오른쪽으로 난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만나는 대문리에서 완도수목원으로 들어간다. 내비게이션은 전라남도 완도군 군외면 청해진북로 88번길 156.
#완도수목원 #난대림 #애기동백 #산림박물관 #암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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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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