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이전 계기 연구소 입지 더욱 확고히 할 터"

[인터뷰] 남재철 국립기상연구소장

등록 2014.01.20 14:54수정 2014.01.2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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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미지역에 기상이변으로 인한 살인적인 한파가 몰아닥쳤다. '냉동고 한파'로 불리며 체감온도가 -50℃까지 떨어지는 등 '남극보다 더 추운 날씨'를 연출했다. 이런 날씨가 일주일 넘게 계속되면서 1911년 이후 103년 만에 처음으로 나이아가라 폭포가 얼어붙었고 미국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40㎝가 넘는 폭설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남미에서는 살인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6일 아르헨티나 북부 지방은 50℃ 가까이 치솟으며 1906년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열사병으로 10여명이 사망하는 등 그야말로 '더워 죽는 사람'들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폭염, 혹한, 폭설 등과 같은 극한의 기상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극한기상 발생의 빈도가 점점 증가하고 그 강도도 더욱 세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기상현상을 분석하고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국립기상연구소 남재철(54) 소장을 지난 10일 만나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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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철 국립기상연구소장이 청사 서귀포 이전을 앞두고 인터뷰에 응했다. ⓒ 정연화기자


- 먼저 국립기상연구소 소개부터 해주시죠.
"1978년 4월 15일 중앙관상대 소속으로 최초의 기상연구 분야 전문 연구기관으로 설립됐습니다. 당시 종관기상연구부, 응용기상연구부, 서무과 등 정원 56명으로 첫 발을 내딛었죠. 현재 ▲정책 ▲예보 ▲기후 ▲지구환경시스템 ▲황사 ▲응용기상 ▲연구기획 등 7개의 연구 부서를 두고 있습니다. 정원 74명에 130여 명의 연구원까지 합쳐 총 200여 명이 기상연구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소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최근 우리는 매일 접하는 날씨가 매우 변덕스러워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음을 실감하고 있죠. 미래의 지구 환경변화에 미리 슬기롭게 대처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에 따라 기상연구의 중요성도 날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미래의 새로운 기상가치 확산을 위한 복합적인 연구는 물론 기상과 관련된 기술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경제학, 법학, 커뮤니케이션학 등과의 융합연구를 모색하고 있으며, 기상의 사회적 영향을 구체적으로 규명해 효율적인 기상서비스 체계를 만들어 갈 계획도 갖고 있고요. 이러한 체계는 새로운 가치 창출을 통해 국민 편익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특히 기상 조절 연구를 통해 2018년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원하는 한편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은 인적·물적 피해를 줄이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조만간 서귀포 청사를 공식 개소한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2004년 4월 1일 발표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일환으로 제주 서귀포 혁신도시로 이전키로 돼 있습니다. 연구소 청사는 2011년 12월 착공해 2013년 6월 12월 준공을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5일부터 이전하기 시작해 올해 2월까지 이전 완료할 계획입니다. 개소식이 오는 3월 4일 제주 신청사 사옥에서 열리며, 기상 관련 국내·외 주요 인사를 초청해 국제워크숍 등도 진행할 예정이고요.


이번 제주 서귀포 혁신도시 이전을 통해 글로벌 전문 연구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기상·기후 선도 연구 및 글로벌 협력체계를 구축해 새로운 기상·기후 수요 및 환경 변화에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할 것입니다."

-서귀포 이전을 꺼리는 경우나 인력 확보에 문제는 없는지요.
"지금까지 기상청 본청(서울시 동작구 소재) 건물에 있었습니다. 이제 기상청 본청과의 공간적 분리로 인해 협업 및 정책 지원 환경 약화, 업무처리 신속성 저하 등과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긴 해요. 우수 연구인력 확보에 다소 어려움도 예상되고요. 제주 혁신도시 이전 시 정주여건 불안정으로 직원들의 퇴사 발생 또한 우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제주도 내 인력 및 해외 석학 등 우수인력 확보에 나서는 한편 다양한 교육 및 멘토링제를 통해 안정적인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지속적으로 생활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할 계획입니다."

-최근 제주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던데요.
"지난해 5월, 국립기상연구소와 제주대 간 상호교류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는데요. 이로써 양 기관은 인력 양성, 학술연구 및 기술교류 등 연구개발 협력을 통해 학·연 공동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정했습니다. 연구개발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한편 향후 공동 연구센터를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교육 훈련 및 전문 인력 교류에 나서는 한편 학술회의 개최 및 각종 연구시설 공동 활용 등 다방면으로 교류의 폭을 넓혀 나갈 예정입니다."

-향후 연구소 운영 방침을 알고 싶습니다.
"국립기상연구소는 제주시대 개막을 통해 '동북아 기상허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제주 이전을 계기로 국가태풍센터, 지구대기감시센터 등과 연계해 국내 대기과학의 메카로 발전을 촉진하는 한편 제주를 거점으로 한 대기과학의 연구네트워크 구축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또 제주 소재 대학의 연구 기능을 보완해 산·학·연 협동에 의한 지역혁신 체계를 구축하려 합니다. 공공기관의 지방대학 졸업자 채용 기회 확대를 통해 지방대학과 지역 연구교육기관의 질적 향상에도 기여할 생각이고요. 안정적 주거, 연구원 역량 강화, 새로운 연구 분야 개척이라는 문제도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미래형 연구 환경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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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기상연구소가 오는 3월 4일 서귀포 혁신도시 신청사에서 공식 개소한다. 사진은 신청사 모습 ⓒ 국립기상연구소


-기상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연구소에서 일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겠죠. 기상과 기후는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학문을 접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미국의 경우 학부 과정에서는 기상학만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사회, 역사, 경제 등을 배우도록 하는데 그만큼 기상과 기후가 미치는 분야가 넓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에야 비로소 태풍, 기후, 위성 등에 초점을 맞춰 연구에 몰두하도록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국립기상연구소에서 일하고 싶다면 다양한 안목을 키운 다음, 대학원에 진학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싶은 분야 한 곳을 선택해 전문성을 높이는 게 좋겠죠."

한편 남 소장은 지난해 11월 터키에서 열렸던 WMO(세계기상기구) 산하 대기과학위원회 총회에서 2차 경합 끝에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대기과학위원회는 WMO을 구성하는 기술위원회 중 하나로 대기과학 분야 세계 최상위 회의체로 꼽힌다. 이번 당선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농업기상계를 총괄하는 농업기상위원회 의장국(의장 이병열)과 대기과학계를 총괄하는 대기과학위원회 부의장국 등으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대기과학계의 경사이자 우리나라가 향후 글로벌 대기과학계를 선도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11월 WMO 대기과학위원회 부의장이 되셨는데요.
"네, 그렇습니다. (이번 선출이) 저에게 큰 영광이자 한국 기상청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무척 높아졌다는점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세계 대기과학계는 중점 사업인 '중기예측(S2S) 프로젝트'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를 우리나라 기상청이 주도한데다 국제조정사무국을 국내에 유치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기예측(S2S) 프로젝트'란 Subseasonal to Seasonal Prediction을 말하는데 향후 2주부터 2개월 사이의 기상 예측을 가리킵니다. 그 동안 전 세계적으로 48시간 내의 단기 예보에 관심을 갖고 정확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았으며 3개월 이후의 장기예보 등 계절 예측도 진행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공백이 되는 2주~2개월 예보에 대해서는 다소 소홀했는데요. 앞으로 전 세계 대기과학계가 이 부분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5일 제주 신청사에 S2S의 ICO(International Coordination Office·국제조정사무소)를 유치해 그 사무소가 문을 열었습니다. 앞으로 CAS(Commission for Atmospheric Science·대기과학위원회)의 핵심과제인 S2S 프로그램을 잘 해달라는 국제적인 요청으로 생각합니다. WMO의 핵심 기술위원회인 CAS 부의장 중책을 향후 4년간 맡아 어깨가 무겁지만 관심과 지원 부탁드리며 앞으로 적극적인 연구와 활동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과거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도 근무하셨지요.
"저는 1988년 국립기상연구소 연구사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1990년에는 기상 분야 대표로 1년간 남극세종과학기지 파견 근무 기회도 있었습니다. 기상, 해양, 지질 등 각 분야 연구원 15명이 모여 함께 일했었죠. 당시는 1990년대 초라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보편화되지 않았고 인터넷도 잘 발달되지 않았습니다. 전화가 유일한 통신수단이었죠.

그때는 위성 전화가 비용이 워낙 비싸 한 회선만 사용하다보니 동시에 말을 하면 끊겼습니다. 그래서 말을 하고 난 다음 꼭 '오버'를 붙이곤 했는데요. 할 얘기가 끝났으니 이제 상대방이 말해도 된다는 뜻에서 나온 멘트죠. 지금도 생각이 나는데요. 당시 전화비가 매우 비쌌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5분 정도 무료 통화를 하곤 했습니다. 매달 15일 한국시간으로 저녁 9시 뉴스가 시작할 무렵인 밤 9시였습니다.

그때는 편지가 그나마 보편적인 수단이었는데요. 비행기나 헬기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칠레 기지를 통해 편지나 신문 등을 전달받았습니다. 우리는 이 헬기를 '까치'라고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보급품은 물론 한달치 신문도 '까치'를 통해 날아왔던 거죠."

"위기는 위대한 기회"...'미국환경연구센터' 이전 사례 벤치마킹

내륙이 아닌 제주도라는 섬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연구원 퇴사 등 연구소가 떠안게 될 여러 가지 문제점이 예상된다는 기자의 질문에 남 소장은 다음과 같이 답하며 강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과거 미국 콜로라도 주 볼더(Boulder)에 위치한 미국환경연구센터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싶습니다. 50여년 전 센터가 이전했을 당시 그곳은 허허벌판의 시골이었죠. 1950년대 이후 과학·환경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연구단지로 성장했고 지금은 대기과학계의 메카(meca)로 거듭났습니다.

'위기'란 '위대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기상연구소가 이전 등으로 다소 분위기가 어수선해 지금이 위기라면 위기겠죠. 하지만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주변이 조용하고 한적하다는 점이 연구에 몰두하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할 것입니다. 또한 이전을 계기로 연구소의 자주성과 독립성 또한 키워 국내 유일무이한 기상 연구기관으로서의 입지를 더 확고히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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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철 국립기상연구소장 ⓒ 정연화기자


 남재철 국립기상연구소장
【학력】▷서울대 농생대 학사 ▷서울대 기상학 석사 ▷영국 레딩대학교 기상학과 박사수료 ▷서울대 대기과학과 박사

【주요 경력】▷現 국립기상연구소장 ▷前 기상청 기상산업정보화국장 ▷前 부산지방기상청장 ▷미국 오클라호마 국가기상센터(NOAA) 객원연구원 파견 ▷前 한국기상학회 국제협력위원장 ▷前 인제대 대기환경과학과 겸임교수 ▷前 기상청 기상연구소 예보(해양·원격·응용)연구실장 ▷남극세종과학기지 기상담당 연구원 파견 등

【포상】▷국무총리표창(2004년) ▷과학기술처장관표창(1995년) 등


덧붙이는 글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기상기사 자격증과 기상예보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남재철 #국립기상연구소 #기후변화 #이상기후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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