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장, 소목장, 석장... 구들 장인은 왜 없을까

전통 구들 연구-계승하는 문재남씨... 집의 푸근함 놓는 구들장인

등록 2014.01.20 21:16수정 2014.01.2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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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김장 문화가 지난해 12월 5일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가족과 이웃이 모여 김장을 하면서 소통하고 김치를 나눠 먹는 풍습에 한국의 정체성이 잘 녹아있다고 평가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 좋은 소식에도 한편으론 가슴 먹먹해할 이가 있다. 반 평생 구들을 놓으며 우리 주거문화의 백미(白眉)인 구들 문화의 보존과 전파에 힘쓰고 있는 '나무와 흙, 구들 연구소' 문재남(57)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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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시 명동에서 ‘나무와 흙, 구들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문재남 원장. ⓒ 김민희


경남 양산시 명동에 있는 '나무와 흙, 구들 연구소'에서 전통 구들 무료 강의를 진행한 문 원장을 만났다. 문 원장은 수강생들과 구들 놓기에 여념이 없었다. 구들 놓는 현장을 보니 왜 사람들이 구들과 건강을 결부시키며 구들방 하나쯤 갖고 싶어 하는지 새삼 와 닿았다.

바닥이 마감되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바닥 밑 60㎝ 정도의 공간이 오로지 흙과 돌, 자연물로만 이뤄진다. 고래를 통과하는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 황토와 천연석이 열을 받으면 원적외선을 비롯한 인체에 유익함을 주는 성분을 방출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구들은 두한족열(頭寒足熱)을 생활에서 실천하는 건강에 좋은 난방법이죠. 그뿐인가요. 달구어진 구들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바닥의 더운 공기는 이동하며 먼지와 세균 번식을 막아 아토피 같은 피부 질환과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완화합니다."

문 원장은 2007년부터 전통 구들과 황토집 짓기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뿐만 아니라 그의 가르침이 필요한 곳이라면 전국 어디라도 찾아간다. 구들 실습장에는 전통 구들을 그리워하는 이들과 귀농 희망자들이 시공법을 배우기 위해 꽤 많이 몰려든다. 그가 가르친 수강생만 하더라도 450명이 넘는다.

구들 문화는 우리 선조의 전통이자 과학


구들과 문 원장의 인연은 10대 때부터 시작됐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탓에 공부보다는 기술을 배워야 했고, 그렇게 배우게 된 것이 건축일이었다. 전문적으로 배우진 못해도 현장에서 익힌 우리 한옥의 구조, 그중에서도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은 구들이었다. 20대가 돼서도 구들 놓기를 꾸준히 하며 경험을 쌓은 문 원장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었다.

하지만 배움의 열정이 있어도 구들에 대해 총괄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없어 답답했다. 다른 전통문화유산은 교육 기관을 통해 전승자를 양성하는 예가 많지만, 구들은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서적을 통해 이론을 정리하고 발품을 팔며 전통 구들 기법을 모색했다.

그 결과, 그는 한식미장 분야 문화재수리기능사를 비롯해 전통온돌기술자 1급, 대체의학사, 노인복지사, 전인치유사 자격까지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가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건축도 배우고 황토집도 짓고', '전통온돌문화 구들 만들기' 등 구들을 알리는 다양한 서적도 출판했다.

"한때 황토찜질방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죠. 그 핵심에는 구들이 있어요. 불을 지피고 그 열기가 돌을 달구고, 황토와 만나 좋은 기를 내뿜죠. 모든 병균은 열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그래서 찜질 문화가 '웰빙'의 중심이 됐었고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은 거죠."

문 원장은 구들이 단순한 전통문화가 아닌 '과학'이라고 말한다. 우리 선조는 한 번 뜨거워지면 잘 식지 않는 돌의 특성을 이용해 장작불로 돌을 달궈 겨울을 따뜻하게 났다. 아궁이에 불을 때면 구들장이 열을 축적하고 열기를 장시간 유지하는 과학적 원리를 터득한 것이다. 문 원장은 이처럼 탁월한 구들 문화가 현대에 와서 사장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어선 안 되겠다 절감하고 구들을 알리는 데 앞장서기 시작했다.

"전통은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구들도 발전하고 있어요. 한 번 불을 때면 몇 시간 유지하지 못했던 온기를 축열해 2~3일 유지하는 기술도 개발됐고요. 아궁이에 불을 지펴 물을 끓이고, 열기로 돌을 달궈 바닥 온도를 높이고, 열기는 방 안의 공기를 달궈주고, 축열재로 난방까지 오래 유지해주니 이보다 좋은 것이 어디 있겠어요?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화석연료로 인한 환경 훼손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지금, 구들이야말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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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남 원장이 황토집을 배우러 온 수강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 김민희


구들 계승할 수 있는 체계적 교육과 관심 필요

한옥 건축에는 목재 다듬기부터 시공, 감리까지 총괄하는 대목장, 창호와 가구 등 소규모 목공예를 하는 소목장, 목재 옻칠하는 칠장, 석조물을 제작하는 석장, 기와 기술자 제와장, 기와를 잇는 번와장 등 각 공정을 맡는 전문 인력이 있고 직제가 있다. 또한, 한옥은 전승해야 할 전통으로 각 분야 명장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다. 그런데 온돌 편수(編首) 직제는 쓰이지도 않고 명장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전통구들협회에서 구들 문화를 이어갈 전문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처음 한옥기능경기대회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정해주는 직제 없는 장인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지금 중국에서는 구들을 자국의 고유한 문화라 칭하고 있어요. 일본과 서구에서도 구들에 대해 극찬을 하고 있는데 우리 현실이 이에 못 미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명제는 여러 사례를 통해 검증됐다. 김장 문화가 세계적인 문화로 인정받은 것처럼 구들 문화­도 세계에 알려질 충분한 기회가 있다고 문 원장은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 올바른 구들 시공과 구조 등 고유문화가 보존, 전파되도록 교육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고유한 문화임에도 외면받고 있는 전통 구들. 많은 이가 알아주지 않는 일이지만 문 원장은 뿌리 깊은 전통문화를 가꾸고 있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구들을 놓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에 게재됐습니다.
#구들 #한옥 #황토 #문재남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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