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언론사의 선거 여론조사 못 믿는다?

'선거 여론조사 사전신고' 논란... 군소 지역·인터넷 언론만 문제 삼나

등록 2014.01.29 18:16수정 2014.01.2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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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특위 , 정당공천 폐지 여부 시한 연장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주호영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이날 여야는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국회 정개특위 활동 시한을 다음 달 28일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 유성호


"일일 평균 이용자 10만 명 미만 인터넷언론은 선거 여론조사 사전 신고해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아래 정개특위)가 지난 28일 처리한 공직선거법 중 일부다. 일부 언론의 선거 여론조사 왜곡보도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이다. 그러나 중앙일간지 및 방송사 등과 달리 군소 지역언론과 인터넷언론의 선거 여론조사 보도만 제한했다는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공직선거법 108조(여론조사의 결과공표금지)에 따르면, 선거일 180일 전부터 투표마감시각 전까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에 따라 여론조사 목적·표본 크기·조사 지역·일시 및 방법·전체 설문내용 등을 여론조사 개시일 2일 전까지 해당 선관위에 서면 신고토록 돼있다.

다만, 제3자로부터 여론조사를 의뢰받은 여론조사 기관·단체와 정당, 방송·신문·통신사 등 언론사를 이 조항의 예외 범위에 명시했다.

정개특위는 이 '예외'를 수정했다. ▲ 방송법 제2조에 따른 방송사업자 ▲ 전국 또는 시·도를 보급지역으로 하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신문사업자 및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정기간행물사업자 ▲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뉴스통신사업자 ▲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업자가 관리·운영하는 인터넷언론사 ▲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의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만 명 이상인 인터넷언론사 등 다섯 가지다.

이에 따르면 읍·면·군 단위의 지역 신문과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만 명 미만의 군소 인터넷언론사는 선거 여론조사를 사전 신고해야만 한다.

국회 정개특위는 '예외 범위' 수정만이 아니라 선거 여론조사에 대한 심의 방침도 개정안에 반영했다. 선관위 산하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를 두게 한 것이다. 이 기구는 국회 교섭단체 정당 추천 각 1명씩과 학계·법조계·여론조사 관련기관 및 단체 전문가 등 9명 이내로 구성되고 향후 선거 여론조사 기준 공표 및 심의를 담당한다.


또 해당 여론조사의 조사설계서·피조사자선정·표본추출·질문지작성·결과분석 등 조사의 신뢰성과 객관성의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던 규정을 바꿔, 같은 자료를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토록 했다. 선거여론조사기준을 따르지 않고 해당 여론조사를 하거나 그 결과를 보도할 경우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도 넣었다.

"메이저 언론은 실수할 확률 적을 것... 사후제제 똑같으니 문제 없어"

문제는 '언론의 공정성'을 규모로만 재단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방송사·신문사·통신사 등이 관리·운영하는 인터넷언론'과 나머지 인터넷언론을 분리,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사전 규제인 만큼 언론의 자유 침해 논란도 예상된다.

실제로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6일 정개특위 지방선거법 소위원회에서 "여론조사를 악용하는 사례는 확실히 봉쇄해야 하는데 이게 말하자면 사전규제가 된다"면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당시 장 의원은 "(선거 여론조사 등이) 넓은 의미의 언론 자유에 속하는 문제여서 헌법적으로 논의가 될 소지가 있다"면서 "물론 기준을 설정했다지만 '내가 정한 대로만 여론조사해라'라고 하면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한 기본적인 활동의 제약이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정개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학용 의원은 29일 이를 "무가지나 의도를 갖고 특정후보를 돕는 여론조사가 없어지도록 제도 개선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특정후보가 여론조사비를 대고 왜곡된 조사결과를 보도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있다"면서 "지금까지 제지할 방법이 없었는데 사전 기준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성이 담보되는 메이저(언론)는 사전신고에서 제외했지만, 사후에 (선거 여론조사 보도 관련) 이의 신청이 있을 경우 등 사후 제재를 받는 것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일일 이용자 수 10만 명 이상의 인터넷언론'으로 기준을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았다"면서 "특별한 제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신고만 하는 것이다, 엄청난 피해를 끼치는 것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일 이용자 수 10만 명 미만 인터넷언론에 대해) 공신력이 없다고 본 것인가"는 질문에는 "공신력이 없을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메이저신문 등은 실질적으로 실수할 확률이 적을 것"이라며 "사후제재를 (신고와 달리) 똑같이 하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말했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백재현 의원도 비슷한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인터넷 지역언론이 상당히 많이 생겼는데 이들 중 일부가 이상한 여론조사를 발표해서 선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일일 이용자 수) 10만 명 이상의 언론사는 제대로 (여론조사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개특위의 '기준'에 대한 반발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심각하게 공정성을 저해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선거 여론조사라면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규모가 작다고 해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가급적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관용하면서 선거 열기를 활성화 해야한다"면서 "(정치활동이나 여론조사 등과 관련) 규제를 강화하려는 경향이 많은 편인데 결과적으로 큰 언론매체에만 유리한 입장으로 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선거 여론조사 #정치개혁특위 #중앙선거관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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