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동안 많이도 싸돌아 다녔네!

[포토에세이] 사진마다 사연이 있어 참 좋다

등록 2014.01.30 17:14수정 2014.01.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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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항에서 군산항에 정박해 있는 배에 실린 이런저런 기구들, 그들 모두 필요한 것들일터인데, 나는 그 쓰임새가 가늠되질 않는다. ⓒ 김민수


겨울비가 부슬거리면서 끈질기게 내린 날이었다. 새벽부터 내린 비는 오후가 다 되어가도록 이어졌고, 빗발은 가늘었지만 운전하는 내내 창문을 두드리며 시야를 가렸다.


그렇게 2시간 30분을 달려 군산항에 도착했다. 아직 약속시간을 두어 시간 남겨두고 있으니 군산 여기저기 돌아보고 서울로 돌아가도 될 것이다. 그러나 비가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군산항, 썰물에 갯뻘이 드러나고 배들은 마치 뻘에 처박힌 듯하다. 배에 가득 실린 물건들, 몇몇을 제외하고는 쓰임새를 전혀 가늠할 수가 없다. 누군가는 저것들의 쓰임새를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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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항에서 저마다 있어야 할 곳에서 있다가 어느 순간 쓰이는 순간이 있을 터이다. ⓒ 김민수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것은 대단하다고 여긴다. 그런데 남이 아는 것은 대단하게 여기지 않으려 한다. 혼자서 다 알 수 없는 일, 그러니 사람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 더불어 살아감 중에서도 특별히 '먹을 것'을 담당하는 분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다른 것은 좀 못해도, 우리의 몸에 모셔지는 음식과 관련된 일들을 하는 이들이 큰 대접을 받아야할 것이다. 나쁜 세상일수록 그런 일과는 담쌓고 살아가는 이들이 떵떵거리며 살아간다. 흙이라고는 만져보지도 않은, 씨앗이라고는 뿌려본 적도 없는, 그물이라고는 당겨보지도 않은 이들이 땅에서 바다에서 나는 최고급의 산해진미를 먹는 세상, 과연 정의로운 세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군산, 그렇게 2시간 30분을 달려 내려갔다가 10여 분 맡은 일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이런저런 시간들을 제하고 나니 10분을 위해서 9시간의 수고가 들어간 것이다. 살다보니 그런 일도 있는 것이구나!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이들에 의해 도둑질 당한 시간, 그 시간의 허망함을 군산항에서 만난 배들과 그 배 여기저기에 실려 있거나 걸려 있는 물건들이 위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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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들판 억새와 갈대가 이젠 거반 흙의 빛깔을 닮았다. 곧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는 증거다. ⓒ 김민수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풍광이라면 그런 풍광이겠다. 경기도 양평의 어느 냇가, 전날 오후부터 밤새 눈이 내려 백설세상이 되었다. 그런 가운데 갈대와 억새의 빛깔은 점점 흙의 빛을 닮아가고, 바람에 흔들릴수록 흙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얼지 않은 냇가 여기저기에는 겨울 철새(오리)가 가만히 앉아 있다. 저것들이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다는 조류독감의 원인을 제공한 주인공들일까? 아무튼 AI에 감염된 가금류를 무차별적으로 살처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소나 돼지나 가금류, 인간의 필요에 의해 길러지던 것들은 너무 쉽게 살처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사람도 감기에 걸리면, 독감에 걸리면 집단으로 살처분하는 세상이라면, 소나 돼지나 가금류가 지배하는 세상이었다면, 인간은 두 분 뻔히 뜨고 흙 속에 매장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결국, 모든 것은 흙으로 돌아간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마치 전혀 다른 종인 양 착각하고 살아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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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감천마을 처음으로 그곳을 찾았지만, 나는 사진을 제대로 담을 수가 없었다. ⓒ 김민수


부산의 감천마을, 부산에 내려간 김에 어렵사리 방문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방문객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어느 곳이 포인트일까?' 찾기도 전에 사진을 담기가 불편해졌다.

'나도 똑같은 사진을 찍으려는가? 다르게 찍는다면 어떻게 찍어야 할까? 어차피 똑같은 사진은 없지 않는가? 비슷한 사진은 있어도?'

얼마 전 마이클 케나의 솔섬 사진이 저작권 시비에 휘말렸다. 각기의 입장은 있겠지만, 그 사건을 통해서 같은 장소에서라도 다르게 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생긴 것 같다.

그러나 결국 두어 장 찍고 돌아섰다. 그곳에 사는 분들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고스란히 노출되어버린 삶, 원하지 않아도 노출되어버린 삶의 터전. 과연, 그곳에 사는 분들 중 자기도 모르게 사진에 담기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 몇 분이나 되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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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 부산 태종대 근처, 조개구이집이 모여있는 해안가에서 담은 사진. ⓒ 김민수


아마도 감천마을로 가기 직전에 담은 사진일 것이다. 태종대에 들렀다 내려오는 길에 시장기라도 감출까 해서 조개구이집이 많이 있는 해안가에서 만난 몽돌, 행운 같았다.

해안가로는 조개구이집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다. KBS <1박 2일>에서 들렀다던 그 집으로 들어갔다. 다른 집들은 손님이 없는데 그 집만 손님이 바글거린다. 나는 또 왜 이리로 들어왔는가? 조개구이란 것이 연탄불에 구워먹는 것이고, 초장이나 찍어먹으면 그 맛이 그 맛인데, 사람 많은 집이라고, 누구누구 다녀간 집이라고, 유명세에 혹해서 식당을 선택하다니 하는 반성.

해안가의 몽돌. 저렇게 둥글둥글 모나지 않는 모습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필요했을까? 폭풍과 파도에 얼마나 시달린며 깨지고 다듬어지면 저런 몽돌이 될 수 있을까? 여기저기 상처로 인해 온통 칼날을 새기고 살아가는 나를 반성하게 하는 저 돌멩이. 그는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 혹은 나보다 더 삶의 신비에 가까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돌아보니 1월에 여기저기 많이도 다녔다. 거반 일 때문에 다닌 것이지만, 그렇게라도 다닐 수 있다는 것, 잠시 짬을 내어 사진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정작, 설연휴가 되고 나니 갈 곳이 없다. 고향이 서울이기 때문이다. 비도 오고, 오랜만에 쉼이니 늦잠도 자고, 갈 곳도 없으니 1월에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여 잠시 돌아봄의 시간, 새해를 다시 계획한다.

사진, 참 좋다. 그 속에 들어 있는 그 당시의 느낌, 나만의 느낌이지만 그게 그대로 남아 참 좋다.
#군산항 #감천마을 #몽돌 #양평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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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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