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차상위, 4월부터 국제결혼 사실상 불허

법무부 결혼비자 심사 강화... "과연 의사소통의 문제일까?"

등록 2014.02.05 21:05수정 2014.02.0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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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일부터 결혼이민자의 한국어 능력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거나 한국인 배우자의 소득이 차상위계층을 넘어서지 못할 경우 결혼이민 비자가 나오지 않는다.

법무부는 5일 결혼동거 목적의 사증 발급 심사기준과 관련한 한국어요건과 소득요건 고시안을 밝혔다. 강화된 결혼이민 비자발급 심사기준은 오는 4월 1일 비자 신청분부터 적용된다.

먼저 한국어요건은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에게 적용되는데, 국립국제교육원이 주관하고 해외 65개국에서 시행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초급 1급 이상을 취득하면 된다. 또는 재외공관장이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지정하는 기관에서 한국어교육을 이수하면 된다. 문화체육부가 해외 52개국에서 운영 중인 세종학당의 초급 1급 과정(120~150시간)이 기준이다.

그러나 ▲한국어 관련 학위가 있는 경우 ▲외국국적 동포 ▲한국인 배우자가 결혼이민자의 나라에서 1년 이상 거주한 경우 ▲한국인·결혼이민자가 1년 이상 같은 나라에 거주한 경우 ▲한국인·결혼이민자의 모국어가 같은 경우(귀화 전 모국어) ▲한국인·결혼이민자가 공통으로 구사할 수 있는 외국어가 있을 경우 등 부부가 의사소통이 된다고 인정될 땐 이 요건의 적용이 면제된다.

소득요건은 한국인 배우자가 최소 1479만4804원 이상의 연간소득을 입증하면된다. 재산이 있으면 재산액 5%를 소득으로 인정한다. 이 기준액수는 한국인 배우자 본인과 비자를 신청하는 결혼이민자를 합친 2인 가구 기준이고 3인 가구의 경우 1913만3299원, 4인가구는 2348만3808원과 같이 추가 1인당 434만4500원씩 더해진다. 이 액수는 최저생계비 120%(차상위계층) 선이고, 향후 최저생계비 변동에 따라 이 기준액수도 달라진다.

주민등록표상 세대를 같이 구성하는 직계가족의 소득 또는 재산, 결혼이민자의 한국 내 소득 또는 한국 내에 보유한 재산이 이 기준을 충족하면 소득요건의 적용이 면제된다.

한국어요건과 소득요건을 모두 다 면제받을 수 있는 조건은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이민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가 있거나 법무부장관이 특별히 인정하는 인도적 사유가 있는 경우다.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소득요건 기준액에 대해 "'결혼이민자 초청으로 인해 정부보조를 받는 빈곤층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소득요건의 기준으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결혼이민자와 함께 가구를 구성해도 기초수급대상이나 차상위계층이 되지 않는 선으로 기준액을 정한 것.

그러나 이 기준은 향후 대폭 상향될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는 "추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저생계비 기준'에서 '중위소득 기준'으로 변경될 경우 결혼이민자 초청에 필요한 소득요건 기준도 중위소득 기준에 따라 변경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즉 한국에 와서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이 될 사람이라면 결혼이민 비자를 발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어요건에는 단기간에 이뤄지는 속성 국제결혼을 줄이겠다는 법무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법무부는 "최근 강원도 홍천에서 발생한 결혼이민자 사망사건과 같이 부부간 의사소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혼인은 입국 후 가정폭력 등 사회문제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고,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외국인이 한국인과의 결혼을 국내 입국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사회적으로 문제되고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속성 결혼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한국어요건 도입 이유를 밝혔다.

"결혼한 뒤 곧바로 이혼할 가능성... 과연 의사소통의 문제일까?"

법무부는 "결혼이민 비자 심사기준 강화가 국제결혼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두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결혼이민 비자발급이 거부된다면 한국에선 장기간 같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실질적으로는 '한국 내의 결혼생활 금지'로 볼 수 있다. 사실상 차상위계층 이하의 국민은 국제결혼 뒤 국내에서 결혼생활을 할 수 없게 돼 기본권 침해 논란도 예상된다.

한국어요건은 충족시키기도 쉽지 않다. 결혼이민 희망자들은 120∼150시간과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세종학당 이수보다는 단기간에 결과를 낼 수 있는 한국어능력시험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시험은 해외에선 1년에 두차례만 실시되고 있다.

당장 한국어요건이 4월부터 적용돼도 올해 처음 해외에서 실시되는 한국어능력시험 일정은 4월 19∼20일이고, 결과 발표는 5월 30일에나 이뤄진다. 한국으로 결혼이민을 생각해 미리 시험을 봐둔 경우가 아니라면, 제도 시행 두달여 동안 한국어요건을 채운 결혼이민 비자신청자를 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결혼이민의 가장 많은 경우인 한국인 남편과 해외 여성이 결혼한 경우에는 고시원 같은 열악한 환경에 살면서도 이를 속이고 외국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며 "소득요건으로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을 증명하라는 부분은 이주여성의 생활안정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문제는 각자의 나라에 혼인신고를 하고 합방까지 마친 부부가 한국 입국 비자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이라며 "결국 결혼 비자를 받지 못하면 외국인 배우자는 결혼생활도 제대로 못해본 채 이혼하게 되거나, 이혼 자체가 불가능한 필리핀에선 그냥 기혼으로 살아야 하는 등 인권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어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능력시험을 치도록하고 있지만 의사소통 면에서 큰 효과가 없고, 한국어학원과 시험비 등 비용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혼이민여성들에게도 똑같은 일이 생길 것"이라며 "법무부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결혼이주 가정의 사고사례 대부분이 이미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과연 의사소통이 안돼서 발생한 문제겠느냐"고 반문했다.
#국제결혼 #결혼비자 #결혼이민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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