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수십만 마리 오는 금강, 관광객 차단에 '썰렁'

굴뚝산업 버리고 생태도시 꿈꾸던 서천군, AI로 직격타

등록 2014.02.06 17:14수정 2014.02.0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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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8일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 전홍태씨가 촬영한 것. (약 20만 개체 관찰) ⓒ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 전홍태


올해 우리나라를 찾은 철새 50만 마리 중 40만 마리가 금강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PAI)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으면서 충남 서천군이 감염을 우려, 관광객을 차단해 주변 상인들이 울상이다.

지난 5일, 가창오리 군무가 펼쳐진다는 금강을 찾았다. 충남 서천군을 찾아가는 길목에는 AI 감염을 차단하려는 듯 곳곳에 방역초소가 눈에 띄었다. 도착해 보니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과 국립생태원, 신성리 갈대밭까지 휴관하고 출입을 막고 있었다. 가창오리 군무를 보기 위해 해마다 찾던 관광객 감소는 불 보듯 뻔했다.

AI 때문에 관광객 급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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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만에 17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는 국립생태원도 휴관에 들어갔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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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 같으면 관광객으로 넘칠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도 임시휴관에 들어갔다. ⓒ 김종술


평일에도 관광객이 넘쳐나던 서천 하굿둑 인근 일부 식당은 문이 닫혀 있었다. 한 식당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손님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식당 주인 이미숙(가명, 52)씨는 "올해는 새들도 많이 오고 국립생태원까지 새로 문을 열면서 관광객이 많이 증가했는데, AI가 오면서 손님이 뚝 끊어져 버렸다"며 "일부 가게는 문을 닫고 장사를 쉬고 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러지도 못하고 문을 열어 놓았다"고 걱정했다.

관광객이 끊이지 않던 서천특화시장 입구도 길게 늘어선 택시들만 보일 뿐 손님보다는 상인이 더 많아보였다. 상인에게 "왜 손님이 이렇게 없어요?"라고 묻자, "철새가 (AI) 주범도 아니라고 하더구만··· 정부에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사람들을 찾지 못하게 해 손님이 줄었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담당 부서인 서천군 생태관광과 허철현 주무관은 "지난주 하굿둑과 웅포대교 사이에서 철새 20만 마리가 확인됐다"며 "AI 확산을 막기 위해 도로와 농가는 방역하고 있지만, 강변쪽 제방 출입은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강은 가창오리가 가장 많으며 큰고니, 청둥오리, 큰기러기, 쇠기러기, 흰빰검둥오리, 고방오리, 비오리 등 지난해보다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주무관은 "지난해에는 생물 다양성 관리계약사업으로 1200kg 정도의 먹이를 줬다"며 "올해는 (행사의 일환으로) 생태 여행을 준비했다가 AI 때문에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농림부에서 철새 먹이주기를 해도 된다고 해서 내일(6일) 정도에 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허 주무관은 "최근에 개원한 국립생태원이 주말에만 2만 명이 찾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면서 조류생태전시관도 70~80% 관광객 상승효과를 누리고 주변은 물론 시내까지 관광객으로 넘쳐나기도 했다"며 "1차 산업인 농·수산을 빼고는 관광산업으로 살아가는 서천군의 지역경제에 AI가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립생태원 홍보담당자는 "멸종위기 1등급인 검독수리, 참수리, 황새, 매 등 18종 65마리의 조류가 전시된 국립생태원이 지난해 개원해 1월 3일부터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가 1월 24일 AI 때문에 휴관에 들어갔다"며 "22일 만에 17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좋아서 서천군 (관광객 유치에)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남 서천군은 굴뚝산업을 버리고 생태도시로 도약을 꿈꾸면서 한산모시관, 조류생태전시관, 서천특화시장 등을 중심으로 관광객 유치에 힘썼다. 그러나 AI가 전국을 휩쓸면서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철새를 AI 주범으로 몰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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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하굿둑으로 가는 옥포사거리에서 방역하고 있다. ⓒ 김종술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정부는 겨울철새를 AI 주범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피해자"라며 "AI 확산도 사람과 차량의 이송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철새들이 우리나라를 찾는 이유는 시베리아가 얼어붙으면서 먹이가 부족해져 상대적으로 먹이가 풍부한 우리나라에 와서 먹이를 먹고 다시 시베리아로 돌아가 번식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기존의 장소에서 먹이를 주는 것이 (AI) 확산을 막는 하나의 방법이다"고 자문했다.

이를 증명하듯 정부의 발표와는 다르게 국제기구인 '조류 인플루엔자 및 야생조류 학술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1.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HPAI)는 가금류 생산 시스템과 이의 가치 사슬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2. H5N8HPAI가 최근 대한민국의 국내 가금류로부터 알려졌으며 가금류 및 야생 조류의 사망을 유발하였습니다.
3. 가금류산업뿐만 아니라 가창오리 무리를 포함한 야생 조류의 엄청난 치사율에도 영향을 줍니다.
4. 야생 조류가 이 바이러스의 근원지라는 증거는 현재까지 없습니다. 그들은 매개체가 아닌 피해자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5. 조류 인플루엔자 및 야생조류 학술대책위원회는 국제연합환경계획 (UNEP), 이동성 종의 보존에 관한 협약 (CMS), 국제식량농업기구 (FAO)와 함께 기관 및 단체들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AI 방역초소 #가창오리 군무 #국립생태원 #조류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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