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방해는 명백한 범죄행위... 사법부는 죽었다"

[현장] '김용판 무죄' 판결에 시민단체 등 모여 촛불집회... "특검으로 진상규명해야"

등록 2014.02.06 22:37수정 2014.02.06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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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무죄 판결 규탄 촛불집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허위발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판결 대응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재판 결과이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특검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저는 강북구 수유동 사는 27살 남영하라고 합니다. 취업준비생인데, 오늘 재판결과가 궁금해서 법원까지 혼자 가봤습니다. 방청석이 꽉 차 뒤에 서서 재판을 보면서 '형량이 얼마일까'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벌금이나 집행유예도 아니고 그냥 '무죄'라고 결론 내린 걸 보고 정말 황당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어찌됐든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쳤고 그로 인해 국민들에게도 피해를 끼친 사람인데, 이게 어떻게 무죄일 수 있습니까?"

"피고인 김용판은 무죄"란 결론에 분노한 시민들이 모였다. 6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진실은 묻을 수 없다'는 제목으로 '국정원 대선개입 허위발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판결대응 촛불집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참여연대'와 '부정선거 진상규명 시민모임' 등 약 130여 명의 시민들과 정청래 민주당 의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등이 모여 함께 "특검으로 진상 규명"을 외쳤다. 시민들은 특히 "사법부는 죽었다", "무죄 판결 보고 화가나서 나왔다" 등 직접 손으로 쓴 팻말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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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무죄 판결 규탄 촛불집회 "특검 수용하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허위발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판결 대응 촛불집회'에서 정청래 민주당 의원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이상규 의원 등 참가자들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재판 결과이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앞서 같은 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을 은폐·축소한 혐의로 기소됐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서서 보도자료 발표 시기와 내용이 최선이었는지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다른 간접사실만으로 피고인에게 (개입)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지었다(관련기사:"권은희 진술, 진실 근거 없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무죄).

이에 대해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재판정에 서서 재판결과를 듣는데 다리에 힘이 빠질 만큼 실망스러웠다"며 "(김용판 전 청장이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서는 그 의도를 밝히는 게 중요한데, 사법부는 여기서 변호인 측 주장을 너무 쉽게 받아들인 것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앞으로 있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 결과도 걱정은 되지만, 원세훈 재판은 트위터·오유에서 나왔던 댓글 등 물증이 있으니 이번 재판과는 다를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정청래 의원은 "민주당이 열심히 싸우지 못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죄송하단 말씀부터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하며 "이런 게 논란이 되니까 곧바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경질했던데, 재판 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그런 식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시민들 "수사방해는 명백한 범죄행위"... 경찰에게 다가가 팻말 보여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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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박근혜의 법과 원칙'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허위발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판결 대응 촛불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재판 결과이다며 직접 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현장에는 재판결과에 분노한 시민들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김진효(58)씨는 집회 내내 뒤쪽에서 "수사 방해는 범죄행위다"라고 외쳤다. 김씨는 "김용판 같은 상급자 지시로 정당한 수사가 방해 받은 것은 분명한 범죄행위인데 이게 어째서 무죄냐"며 "지난 대선 기간에 국정원녀가 처음 등장했을 때 대선 반대운동을 벌여 보좀 더 강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여기까지 왔다, 시기를 놓친 것이 잘못"이라고 탄식했다. 

"증거 하나 없는 이석기는 징역 20년, 김용판은 무죄. 이것이 박근혜의 법과 원칙이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는 50대 중년 여성도 있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김미숙(가명)씨는 "언론마저 권력에 장악된 것 같아서 내가 '오프라인 언론'이라는 생각으로 나왔다"며 자신이 쓴 팻말을 들어 지나는 시민들에게 보여줬다. 김씨는 "무섭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앞으론 더 무서운 세상이 오게 될 것"이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 앞으로 걸어가 팻말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사회를 본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재판 결과에 대해 "정말 '헐'이라는 탄식만 나온다, 결과를 지켜보면서 허탈하고 당황스러울 뿐이었다"고 말했다. 박 사무처장은 "이번 결과는 (선거개입에 대한) 국민적 의혹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라며 "특검을 실시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국정원 시국회의는 오는 8일에도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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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의원 "진실은 반드시 드러날 것이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허위발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판결 대응 촛불집회'에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입증 부족, 증거 부족, 정황 부족으로 다수결 원칙에 의해서 비록 오늘 무죄로 나왔지만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진실은 반드시 세상과 국민 앞에 드러날 것이다"고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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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의원 "역사가 기억할 수 있도록 다 함께 싸우자"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허위발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판결 대응 촛불집회'에서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역사가 이번 사건의 재판부를 기억할 수 있도록 다 함께 싸우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유성호


#김용판 전 경찰청장 #김용판 무죄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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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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