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모욕한 검찰, '후보 박근혜'와 꼭 닮았다

[주장] 재심 판결 외면하는 검찰은 반성하고 사과해야

등록 2014.02.13 15:04수정 2014.02.1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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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은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 김대중평화센터


검찰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재판에 오래 전에 무죄가 난 1980년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의 대법원 판결문을 유죄의 논거로 제시했다. 어처구니 없다. 황당하다.

관련기사 : "김대중 대통령이 내란음모? 검찰 5·18 모독"

재심에 의한 무죄 선고는 당연히 과거의 재판 결과를 취소하는 것이고, 유죄의 증거로 제시된 모든 사안을 무효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법 논리이고 상식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석기 의원 재판에 낸 의견서에서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의 경우 2004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하긴 했으나 80년 김대중의 폭력시위 조장, 국민봉기 촉구 등 내란음모 구성요건 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니'라는 논리를 동원했다.

과거사 재심 무죄판결, 휴짓조각인가

만일 검찰의 주장대로 한다면 이른바 모든 과거사 사건 재심판결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 김대중내란음모사건도 그렇고, 인혁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긴급조치위반 사건, 학림사건 등 대법원이 내린 과거사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무죄이긴 하지만 범죄의 구성요건은 그대로 있다'는 논리인데 이게 말이 되는가.

검찰은 법원을 조롱하고 있다. 재심 재판은 재심 사유가 발생하면 고등법원의 재심 결정과 심리, 대법원의 최종판결까지 2~3년에 걸쳐 엄격하게 다뤄진다. 오랜기간의 심리 끝에 최종결과가 나온다. 이번에 검찰은 법원의 이런 노력을 무시했다. 만일 검찰의 이런 태도가 법원의 과거사 재판 결과에 대한 검찰의 불편한 심기, 법원에 대한 반감이 섞여 있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다.


또한 검찰은 고문과 감옥생활을 견뎌내고 숱한 세월 전과자로 살아온 민주인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검찰의 눈에는 아무리 재심에서 사법부가 무죄를 선고해도 범죄는 있었고, 그들은 전과자다. 또한 그 판결문들은 거리낌없이 다른 범죄의 재판에 유죄의 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 검찰의 태도는 단지 김대중만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의 눈에는 과거사 재판 재심 관련자들은 아직도 사상범이고, 내란음모자이고, 빨갱이다.

후보 시절 박근혜 인식과 꼭 닮은 검찰

검찰의 이런 태도는 후보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과 꼭 닮았다. 후보시절 박근혜 대통령은 인혁당 사건에 대해 '인혁당 사건은 두 개의 판결이 있으니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해서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박근혜 후보는 유신시절인 1975년 최종선고 이후 18시간만에 8명의 목숨을 앗아간 판결과 이를 무효하고 취소한 2007년 재심판결을 두 개의 판결이라고 해서 법적 무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박근혜 후보의 '인혁당 두 개의 판결' 발언은 '5·16쿠데타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발언과 함께 박근혜 후보의 아버지 시절, 유신독재시절을 바라보는 인식을 보여준 대표적인 것이었다. 당시 여론의 반발에 몰린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긴급히 '긴급조치 피해자 명예회복 및 보상 특별법'을 발의하여 반발을 무마하고자 했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아전인수식 심리,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후보시절 박근혜의 모습도 그렇고, 이번 검찰의 태도는 확증편향증 환자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재심 절차를 통해 최종 확정된 법적 사실을 보지 않고,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무효화된, 취소된 판결만을 보고 있다.

이미 법적으로, 역사적으로 정리된 일이지만 김대중은 1980년 당시 폭력시위를 조장한 적도 없고, 국민봉기를 촉구한 적도 없다. 오히려 심상치 않은 정국을 보면서 김영삼 신민당 총재와 함께 시민들과 학생들의 시위자제를 요청하는 '시국수습 6개항'을 발표했다. 이른바 '광주사태'를 일으키도록 복학생 정동년에게 500만 원을 주었다는 것도 모두 조작이었다. 이것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전두환·노태우 신군부가 조작한 것이다. 물론 재심에서 판결로 무효화된 사실이다.

재심 판결 외면하는 검찰, 반성하고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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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김대중 ⓒ 김대중평화센터


재심의 효력은 원재판을 무효화하고 취소함으로써 진실을 규명하고 관련자의 명예를 회복해주는 것이다. 나아가 그로인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보상, 배상해 주는 것이다. 특히 국가폭력에 의한 반인륜적인 범죄는 엄격히 다뤄진다. 그러나 명예회복, 보상, 배상보다 중요한 것은 정의의 회복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된다는 사회적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다.

검찰은 재심의 이러한 취지를 망각하고 있다. 아니 외면하고 있다. 역사를 거꾸로 돌려 취소되고 무효화된 판결문을 들춰낸다면 재심을 통해 세우고자 한 정의는 실현될 수 없다.

검찰의 태도와 인식이 절망적이다. 여러 과거사 재심 재판에서 법원은 잘못된 판결로 사회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애쓴 피고인들에게 고통을 준 것을 반성하고 선배 법관들의 잘못을 대신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

검찰은 모든 용공조작사건, 시국사건에서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고 조서를 꾸미고,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까지도 공식적으로 과거 자신이 직접 개입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또 재심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되어도 자신의 과오를 사과하지 않는다. 고문이나 폭행, 사건조작 같은 불법행위는 검찰이 한 일이 아니고 중앙정보부, 안기부, 치안본부 대공분실이 한 일이라고 발뺌하며 면피에 바쁘다.

재심의 취지와 사법정의를 바로잡는다는 의미에서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은 이번 검찰의 행태를 강력히 경고하고, 재판부에 낸 의견서를 철회하도록 해야 한다. 검찰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재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민주인사들과 그 가족들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최경환은 김대중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보좌한 비서관이다. 지금은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 겸 대변인, 사단법인 민생평화광장 상임대표로 일하고 있다.
#김대중 #이석기 재판 #김대중내란음모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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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을 보좌한 마지막 비서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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