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 아줌마의 인문학 공부, 잘할 수 있을까

감이당 TG스쿨 목성 오리엔테이션에 다녀왔습니다

등록 2014.02.15 16:04수정 2014.02.15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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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상한 그녀>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저것이 머리여 브로콜리여!!!"

'감이당' 인문의역학 연구소 리더들의 머리스타일을 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저것이 머리여 도토리여!"

짧은 커트단발, 파머를 푼 할머니들의 머리라고 말하면 대충 그려지는 머리. 할머니들은 정말 개성없고 똑같은 브로콜리 머리를 왜 할까? 우리 사회에서 가장 눈치 안보며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 누가 뭐라고 하든, 무식하다는 손가락질도 아랑 곳하지 않는, 그래서 제3의 성이라는 아줌마를 뛰어넘는 이들이 할머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브로콜리 머리는 최소한의 꾸밈으로도 관리의 필요성을 줄이는 편리함과 기능적이라는 최적의 선택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남에게 아름답게 보이기 보다는 자신을 위한 삶에 자기 몸을 맞춘 것이다. 내가 보기엔 예쁘지 않지만 그녀들 할머니에게 나 즉 남의 시선은 다 보잘 것 없는 것이다.


남의 시선을 어떻게 의식하며 사느냐의 관점에서만 보면 여기 감이당 고미숙·장금샘의 도토리 머리는 여자로서가 아니라 어떤 한 사람이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보여주는 단면처럼 다가온다. 

"공부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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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당 목성 오리엔테이션 당시 모습. 화이트보드 앞에 서 있는 이는 매니저 박장금 선생님. ⓒ 이소영


지난 13일은 2014년 감이당 대중지성 프로그램 중 '목성'을 신청한 사람들의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이었다. 감이당의 목성 프로그램은 10대부터 6080세대까지 누구든 언제든 배움을 연마할 수 있는 '세대공감' 학습 네트워크로 '몸·삶·글'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배우는 TG스쿨(Trans generation school)의 한 강좌다.

나는 올해 이 목성 대중지성을 신청해서 목요일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의역학, 독송, 글쓰기 수업을 배우기로 했다. 이날 오리엔테이션에는 48명의 사람이 참석했다.

올해로 42살, 아직 막내가 7살, 가정주부인 나는 이 수업을 왜 신청했을까? 오리엔테이션 맨 뒷자리에 앉아서 고미숙 선생님의 말을 들었다. "공부는 자유"라고 말한다.

공부라는 말에 책상 앞에 앉은 고시생이 연상되거든 지워버리기 바란다. 머리만 가지고 지식놀음 하는 것이 아니다. 감이당에서 말하는 공부란 "전제를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친절하고 위안을 받는 것은 공부가 아니다. 그것은 의지하는 것이다. 서로 입에 발린 칭찬을 하지 말라고 한다. 선생님 본인은 숙제나 지각 결석 에세이에서 돌려 말하는 것 없이 날카롭게 지적한다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처세술이나 이미지 컨설턴트가 여기에 온다면 학을 떼고 갈 이야기만 한다. 참 인정없고 쌀쌀맞다.

그러나 개선을 원한다면 문제와 직면해야 하고 그 아픈 지적 속에서 나를 깨달아야만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알려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은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화가 날 것이다. 너무 예의 없다고. 어쩌면 화낸다는 건 화가 날만 해서라기 보다 찌질한 마음들이 들켜서, 즉 문제와 직면하기가 두려워서 화가 난다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미숙 선생님이 말한 공부란 "내 존재의 조건 없는 해방"이라고 하는데, 내 꼴을 알고 인정하면 화내지 않게 되는 것도 포함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 대가 없이 공부하고 평생을 읽고 쓰면서 깨닫는 것이 공부다. 감이당에서의 책이, 하나의 말이 단서가 돼 새로운 세계가 탄생한다고 하는데 내가 이 수업을 신청한 이유처럼 알 듯 모를 듯 조금 어렵다.

선생님의 말이 끝나고 1년간 공부할 공동체의 규칙이 공지됐고, 조추첨이 이뤄졌다. 나는 5조인데 우리 조는 8명이었다. 조장인 안정미 선생님은 미용사가 머리를 너무 짧게 잘랐다고 불평을 하는데, 감이당 리더들처럼 아주 딱 어울리는 도토리 머리였다.
#감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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