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운전면허 도전... 괜찮겠지요?

[공모-내 나이가 어때서] 승용차 없이 잘살았지만... 이제 차를 몰아야겠다

등록 2014.02.21 09:12수정 2014.02.2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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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어때요? 기차로 가면…."
"기차요?"
"그게…. 제가 자동차가 없어서…. 운전면허증도 없어요…."


2008년 여름, 아내에게 결혼 전 처음으로 데이트를 제안할 때였다. 그늘에 있어도 이마와 등줄기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는 8월. 백마 탄 왕자는 아니라고 해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에어컨 달린 승용차 정도는 대기시켜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운전면허증도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난감했다.

아내의 넓은 아량(?) 덕분에 우리는 남이섬에서 첫 데이트를 할 수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뚜벅이' 데이트였다. 그래도 좋기만 했다. 혼자만의 착각인지 몰라도. 함께 탄 아기자기한 코끼리 열차도 좋았고, 울창한 침엽수들 사이를 걸으며 TV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았다. 그날 우리는 시원한 음료수 외에도 차가운 아이스크림 여러 개를 먹어야 했다. 

나는 어쩌다 놀이공원에서 타보는 범퍼카가 재미있는 40대 중년이다. 핸들을 돌리는 대로 자동차가 요리조리 움직이는 게 신기하다. 5분 남짓 정해진 시간이 끝나고 범퍼카가 멈추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운전면허증이 있는 중년 남성이라면 굳이 놀이공원에서 범퍼카를 타려고 하지 않을지 모른다. '저런 건 애들이나 타는 거지'라고 하지 않을까? 맞다. 아침저녁으로 하는 게 운전인데 굳이 놀이공원에서 할 것까지야….

남들은 고교 졸업 때면 운전면허 딴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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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도 운전면허증을 따고, 차를 몰아야 할 때가 다가왔나... ⓒ sxc


돌아보면, 남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운전면허부터 딴다는데 내 인생의 우선순위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우리 집에는 자동차도 없다. 자동차 구입 비용·유지 비용이 있고 없고와 상관없이 내가 선택한 생활이다. 운전면허증이 있는 아내는 운전을 안한 지 벌써 10년째. '장롱면허'다. 아내도 나도 미혼 때처럼 지하철 아니면 버스를 주로 이용한다. 우리 부부는 가끔 하는 주말여행 때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아내도 크게 불평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은 이 '뚜벅이 생활'을 청산해야 할지 말지 고민 중이다. 운전을 못한다는 사실이 눈에 띄게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인들과 교외로 나갈 일이 있을 때면 나는 본의 아니게 '호강'을 해야 한다. 모임의 서열(?)과 무관하게 운전 당번에서 면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강이라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다. 나보다 한참 위 선배가 몇 시간 동안 운전을 하느라 술도 졸음도 참아야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사람이 염치가 있지,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런 식이라면? 공연히 나의 무능을 자책하기도 한다. 정말 눈칫밥이 따로 없다.

내가 운전면허증 취득을 생각하게 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나중에 태어날 애기 때문이다. 명절 연휴 때마다 고향에 오가느라 옷가방과 선물 꾸러미를 매고 들고 시내버스와 고속버스를 기다렸다가 갈아탈 때마다 아내와 나는 파김치가 될 지경이다.

하행버스를 탈 때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명절 연휴 내내 시가에서 부엌일을 한 아내가 서울로 가는 상행버스를 탈 때는…, 피곤함이 절정에 이른다. 우리 둘만 있어도 이 정도인데, 아이까지 생긴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얼른 면허증이라도 따놔야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실, 운전면허증이 자격증 축에도 못 낀다는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조금 늦긴 했지만, 올해에는 이 녀석을 꼭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여보, 기다려라! 백마 탄 아자~씨가 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내 나이가 어때서' 응모글입니다.
#운전면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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