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살이 넘어도 삶에 대한 도전은 계속된다

[공모-내 나이가 어때서] 베이비붐 세대가 겪은 삶 그리고...

등록 2014.02.21 11:34수정 2014.02.2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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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살이 넘은 나이에도 나는 직장을 찾는다. 작년에 농업기관에서 2년동안 계약직을 만료 하고 또 다른 직장을 찾고 있다. 그 이유는 두 아이의 엄마이고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전쟁이 발생하고 꼭 10년후에 태어난 베이붐세대다. 1970년 노동에 의존하며 농사를 짓던 시절에 태어나 농번기에는 학교를 못가고 농사일을 하며 학업을 도와야 했다. 남아선호사상에 젖어 있던 그시대에 여자라는 이유로 할머니는 내가 공부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으셨다. 그래도 반에서 늘 2등을 했다.

삭풍이 부는 겨울에도 낫과 새끼줄을 갖고 어른을 따라 산에 가서 땔감 나무를 해 머리에 이고 집에 날랐으며 매일 소죽을 끓이기 위해 가마솥에 불을 지피는 일을 했었다.

봄에는 어른들이 밤새워 보리타작하는 일을 도와야만 했고 모내기철에는 새참을 머리에 이고 논두렁에 나가야 했다. 가을에는 낫으로 벼 벤다고 학교를 못갔다. 그리고 밤을 새워 벼타작을 하는 어른 옆에서 산더미만한 볏단을 탈곡기 옆으로 나르던 추억이 생각난다.

고달픈 그 시대에 그 열악한 환경을 탈출 할 방법은 공부 밖에 없다는것을 알고 시간만 나면 책을 보고 공부를 했다. 그러나 공부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맘껏 책을 볼 수 없었다. 저 멀리 첩첩이 쌓인 산너머의 미지의 세계를 그리며 어른이 되어 성공하면 다른 세상에서 살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았다.

10년 전에 두아이의 엄마로 홀로 경제적인 자립을 해야 했을때 나는 오십살이 넘으면 일을 접고 편히 쉬며 살겠다고 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육아와 경제를 동시에 해내며 눈부릅뜨고 치열하게 살아야만 했다.


절망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이 전쟁터와 같은 삶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살았다. 절망의 벼랑끝까지 갔다가 벼랑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살아 남으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묘한 에너지가 분출된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 시절을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경제적인 자립을 할 수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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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탕정 감로암에서.. ⓒ 강미애


흔히 나이가 오십이 넘으면 은퇴할 나이에 가깝고 그동안 살아온 자기 아집과 편견에 갇히기 쉽다. 가장 경계해야할 대상이 나라는 것을 종종 느낀다. 배움은 궂이 학교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쉰이 넘은 나이에 이력서를 써 보니 그동안 다양한 일들을 하며 경력을 쌓은 것을 보고 놀라게 된다. 비록 청년기의 학업 욕구를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못다한 공부를 어학원 그리고 선교원에서 할수 있었다. 그리고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되돌아 보면 평생 배우고 일하고 살았다.

지금 21세기의 배움은 교과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배움의 길에 접근할수 있는 시대다. 그러므로 사람을 평가할 때 학벌 위주보다는 풍부한 삶을 살았는지로 가늠해 볼 일이다.

6년 전에 농촌으로 이사와서 농촌과 자연을 소재로 글을 쓴다. 그리고 내가 사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관심을 갖는다. 주위에 산재해 있는 것들에 통찰력을 갖고 깊이 있게 바라보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10여년 전에 독수리 타자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시간만 나면 글쓰기를 한다.

살아온 삶을 토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고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내 나이가 어때서' 응모글입니다.
#베이비붐세대 #배움의 욕구 #어린시절 #직장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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