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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밴드 코튼캔디 "솜사탕처럼 달콤한 음악"

[인터뷰] 스무 살 맞은 이한송-이지은 "아직 서툰 음악,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14.02.19 14:59최종업데이트14.02.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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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쿠스틱 듀오 코튼캔디 왼쪽부터 이한송(기타), 이지은(보컬) ⓒ 라벨엔터테인먼트


천진한 소녀가 쏘다니는 흑백 영화를 보면 뿌연 색채 속에서도 특유의 순수함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2인조 여성 어쿠스틱 밴드 코튼캔디는 그런 흑백영화 속 콤비 같은 모습이었다.

코튼캔디는 마음 맞는 친구에서 음악적 접점으로 뭉친 밴드로, 올해 스무 살이 된 이한송(기타), 이지은(보컬)이 그 주인공이다. 음악 인생에서 첫발을 내딛는 행보의 진위뿐만 아니라 이제 막 10대의 허물을 벗어 던진 여고생들에게 귀를 기울임으로써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솜사탕'이라는 뜻처럼 달콤하고 기분 좋은 음악을 이상점으로 삼고 있는" 두 소녀들을 만나보자.

"음악으로 놀다 보니, 자연스레 역사가 만들어져"

- 뜬금없겠지만 솜사탕 좋아하나? 듀엣의 경우 기호의 접점에서 합의되는 것들로 팀명을 짓기도 하더라.
한송: "물론이다.(웃음)"
지은: "팀 이름은 지인분의 추천으로 만들어 진거다."
한송: "원래는 솜사탕 정원이었는데 다소 오글거리는 느낌이 있어서 심플하게 갔다."

- 요즘 근황은?
지은: "(고등학교)졸업을 앞두고 있다. 송이와 함께 대학에 진학해서 음악활동에 전념할 예정이다."
한송: "학교는 다니지 않는다. 빵집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놀러 오시면 나를 볼 수 있다. 만수 5동이라는 게 힌트다.(웃음)"

- 한송씨가 공교육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한송: "공교육에 대한 딜레마가 있었다. 혼자 공부하고 싶기도 했었고. 어차피 음악에 뜻을 두고 있었고. 아버지께서 굉장히 오픈마인드를 가지고 계셔서 나뿐만 아니라 언니도 대안학교를 나왔다. 자유 안에서 올 곧게 크게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물론 아쉬운 부분은 있다. 친구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볼 때 공감이 안가는 부분이 생기더라. 거기서 오는 결핍증 같은 것이 조금 앙금처럼 남아있다. 졸업식도 가보고 싶고."

- 두 분의 처음을 회상해 보자.
한송: "웃음 코드가 맞아서 보통의 또래들이 그렇듯 깔깔거리다 친해졌다. 후에 교회도 같이 나가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노래 부르는 것을 권했는데 빼지 않고 잘하더라.(웃음)"
지은: "기타를 배우고 싶어서 송이네 집에 들락거렸다. 그렇게 음악으로 노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노래가 나오고, 동영상도 찍어 올리고, 공연도 하고. 정기적으로 무언가를 계속 하다 보니 그것이 우리의 역사가 되더라."

- 코튼캔디 결성 전 '이한송', '이지은'은 어떤 아이였을까.
지은: "코튼캔디를 고2 말에 결성했는데 그것과 별개로,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음악이 좋았다. 부모님은 음악활동 하는 것을 반대하셔서 체계화된 아티스트의 길은 못 밟았지만 이게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분야는 내 역량과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도 확고했고, 음악이 아니면 정말로 할 것이 없는 사람처럼 굴었으니까. 그렇게 부모님을 설득했고 지금은 누구보다도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신다."

한송: "원래는 바이올린 전공이었다. 초등학교 때 시작해서 드문드문 한 것 같다. 힘들었다는 게 표면상 이유이기는 했지만, 뭐랄까 흥미가 지속되지 않았던 거다. 그렇게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캐나다에 계시는 외삼촌분이 여행을 권하셨다. 그 여행이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것 같다. 평소 관심이 있던 기타를 배우게 되었고 캐나다 교회에서 기타를 쳤다. 너무 재미있더라.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지은이를 만났는데 음악적 기호에 접점이 많아서 결국 여기까지 온 거다."

- 그리고 지금은?
지은: "음악성이 1번이 되어야 하는 어쿠스틱 밴드이기 때문에 자작곡은 필수다. 그런데 우리가 아직 그 능력이 미숙하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갈팡질팡하지만 서툰 모습까지도 좋아해주셔서 (우리 음악을)듣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한송: "지은이 말에 백번 공감한다. 아직 너무 많이 부족하다."

"관객의 밝은 표정과 호응만 있다면 어디든 좋다"

▲ 극장 앞에서 공연 중인 코튼캔디 "공연 때 반응 좋으면 우리도 기분이 좋아서 더 좋은 노래가 나온다. 근데 별로면 우리가 위축된다. 그러니 호응 좀 부탁드린다." ⓒ 라벨엔터테인먼트

- 보컬과 기타의 조합은 사실상 인디음악계에서 흔하다. 이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은: "고민이다. 악기를 하나 다루고 싶은데 썩 소질이 없다.(웃음) 피아노를 배웠지만 나는 그냥 노래가 좋다."
한송: "몸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 악기를 더 많이 배워서 다양한 장르를 포섭하고 싶다. 지은이가 악기까지 하면 내 자리가 위태롭다.(웃음) 그러니까 우리는 아직 많이 배워야하는 단계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거다. 그래서 작곡법을 도와주실 분들도 찾고 있고. 작곡을 하지만 아직 부끄러운 수준이라… 쓸 때는 좋은데 막상 들어보면 어딘가 부끄럽다."

- 음악활동에 대한 주위의 반응은 어떤가?
한송: "공연에 관심이 많다. 꼬박꼬박 와주는 사람들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고. 버스킹 공연 했을 때는 친구들이 많이 왔었다. 그때가 첫 공연이었다. 그때 팀 이름도 생겼고. 도움을 많이 준 청년플러스(동 인천 위치) 정말 고맙다.

- 기획사와도 함께 하게 됐다. 본격적인 시작의 의미라고 봐도 무방한가?
한송: "사실 그 전에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이 왔었다. 의사는 있었지만 한참 공부할 학생신분이라 성사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지원을 받고 공연기회가 생기니 조금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지은: "우선 이렇게 기회가 닿아서 좋고 공연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되서 정말 기쁘다. 신기하기도 하고 부담도 되고 복잡한 마음이다."

- 애관극장 앞 카페 공연을 하고 있다. 반응은 어떤가?
지은: "공연 때 반응 좋으면 우리도 기분이 좋아서 더 좋은 노래가 나온다. 근데 별로면 우리가 위축된다. 그러니 호응 좀 부탁드린다.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서 무얼 하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밝은 표정과 호응만 있다면 어디든 좋다."

- 음악 하나에 삶을 하나로 묶어 버리기엔, 젊고 예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드나?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지은: "전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다행히 기회를 많이 주셔서 너무 기쁘고 고맙다. 음악이 내 친구다."
한송: "나도 그렇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악기를 많이 접하다 보니 배우는 속도가 남들보다 조금 빠른 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얕게 배우다가 끝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오만한 생각이지만 습득력이 빠르다 보니 점차 시시하게 느껴지고 연습을 게을리 했던 거다. 조금만 깊이 들어갈라 치면 되게 힘들어 지더라. 이건 전적으로 내 문제점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기타는 굉장히 오래가고 있다. 끝까지 가고 싶다. 기타를 안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 그럼 음악을 제외하고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 드는 것을 마구잡이로 늘어뜨려 보라.
지은: "음악 말고는 생각해 본 게 없는데…"
한송: "신앙. 나도 그것 말고는 딱히 없다. 지은이는 잘하는 게 많다. 춤도 잘 추고 끼가 많다."
지은: "아, 도전하고 싶은 건  뮤지컬! 정말 하고 싶다. 거기에는 흥미가 있다."
한송: "그건 반대다. 너는 나랑만 해야 된다.(일동 웃음)"

- 존경하는 사람은? 꼭 뮤지션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한송: "제이레빗 정다운. 즐기면서 하는 천재적인 무언가가 있다. 무대매너도 좋고."
지은: "동감. 옆집언니 같은데 공연장에서는 정말 너무 잘하시더라."

- 자주 듣는 노래는?
지은: "요즘은 <겨울왕국> OST다! 장르는 안 가리는 편이고. 계속 들으면 질리까봐 우리 공연 곡은 자제해서 듣는다."
한송: "나는 좀 반대다. 우리 공연할 음악만 리플레이 한다."

- 지향하는 음악 색과 도전하고 싶은 것은?
지은: "가사를 썼을 때 마음에 와 닿는 그런 음악. 음보다는 가사로 정서를 공감하게 하는 것이 좋다. 또, 다른 팀과 합동무대를 하고 싶다. 남자 어쿠스틱 밴드가 잘 어울릴 것 같다. 부드럽고 달콤한 음색이면 금상첨화다."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한 음악하고 싶어"

▲ 노래하는 코튼캔디 아트윅 "순수한 음악을 모토로 하는 것. 나이가 들었다고 획일적으로 우리 이미지를 변신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그림쟁이 망아


- 조금 근원적인 질문이다. 요즘, 무엇이 가장 두렵나.
한송: "대학교에 가면 으레 드는 소속감이 구속감으로 느껴질까, 조금 고민이 된다. 고등학교를 안다녀서 답답할 것 같기도 하다."
지은: "등록금. 정말 갑자기 훅 들어오더라. 예체능이라 부담이 많이 된다."

- 어른이 되면 무얼 가장 해보고 싶었나.
지은: "대학에 가서 내가 선택한 전공수업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앞으로의 새로운 환경이 기대된다. 새로운 음악적 배움을 통해 나의 다른 부분을 끄집어 내주실 것 같아서 굉장히 들떠있다."
한송: "없다. 피터팬같이 지금처럼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 변화보단 한결 같음을 지향하는 터라 변화를 억지하고 싶지는 않다. 캐나다에서 돌아오니 정말 많은 것이 변해있더라 그래서 그 속성에 긍정적인 편은 아니다."

- 솔직히 이제는 여고생도 아니고, 10대 단짝친구로서의 '케미(어우러짐)'도 없다. 코튼캔디의 남은 무기는 무엇일지?
지은: "아직도 남아있는 순수함? 나이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송: "순수한 음악을 모토로 하는 것. 나이가 들었다고 획일적으로 우리 이미지를 변신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지은씨는 목소리가 참 곱다. 이런 청아한 목소리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전략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 좋게', '노력으로 싫어하는 사람들을 내편 만들기' 둘 중 뭐가 옳다고 생각하나.
지은: "내 스타일을 앞장세우기보다는 노래에 따라 톤을 많이 맞추는 편이다. 그게 내 장점이고. 나를 불호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내 스타일을 고수할 거다. 그건 내 고집이기도 하다."

- 코튼캔디로서 올 한해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지은: "재차 언급하지만 합동무대를 꼭 가지고 싶다. 달달한 목소리의 남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여자라면 색이 겹칠까 우려되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송: "작곡. 옥상에 할아버지의 빈 서재가 있다. 대충 정리를 해놓고 작업실로 쓰면서 이 때 아니면 다신 없을 추억을 만들고 싶다. 가사도 쓰고 곡도 만들고."

- 코튼캔디를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보자.
한송: "우리 음악을 좋아해 줘서 고맙다. 동영상을 보고 팀명을 만들어 주신 분이 피드백을 많이 해주시는데 전부 새겨듣고 있으니 발전을 기대해 달라."
지은: "영상을 올리고 댓글이 달리면 정말 큰 힘이 된다. 지적을 둥글둥글하게 해주시면 우리가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지 고맙다."

코튼캔디 이한송 이지은 어쿠스틱 밴드 라벨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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