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시민사회단체 "소도, 외양간도 지키겠다"

여수시민협 주최 토론회... "시민사회 독자후보 낼 것"

등록 2014.02.19 17:26수정 2014.02.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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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저녁 여수 청소년수련관 어울마당에서 열린 시민토론회 모습 ⓒ 오문수


18일 오후 7시, 여수시민협(사)이 주최한 시민토론회가 학동 청소년수련관 어울마당에서 열렸다. '6·4지방선거, 시민사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는 여수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자는 데 방점을 찍었다. 다만 누가 깃발을 들 것인가만 남았다. 시민사회단체가 정치에 나서 실패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후폭풍을 걱정할 만큼 여수의 지방자치가 여유롭지가 않다.

여수지역의 현안은 일자리 부족, 인구 감소, 경기침체다.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지속가능한 발전이 실종됐다는 것. 물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할 주체는 시민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진단하고 논의해 해법을 제시해야할 주체는 여수시다.

그렇다면 집행부가 시민의 목마름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아니다'라며 고개를 돌린다. 비리 공무원의 80억 횡령과, 최근에도 업자로부터 향응과 뇌물을 받는 등 여수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는 데 공무원들이 일등 공신이다.

시민단체가 대화를 하자는데도 소통과 대화를 거부한다. 철학의 빈곤과 독선 행정은 공무원을 복지부동케 했고 부패 도시라는 오명을 낳았다. 현 시장은 "내가 여수를 제일 잘 안다"는 식이다. 건전한 비판세력은 있는가? 견제와 감시를 해야 할 지방의회는 '형님 동생 문화'와 연고주의의 병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여수에서는 한 시민운동가가 시장후보에 나서 정책 단일화를 실험했으나 정치 철학의 부재로 인해 파기됐다. 시민운동 진영에서는 '아픈 경험을 또 다시 겪지 말아야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 토론에 나선 한정우 정치학박사의 얘기다.

"시민단체가 더 이상 심판자의 역할만 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혐오증에서 벗어나 순결주의만 고집하지 말고 중립주의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정당제이며 완벽한 정당은 없습니다. 좋은 정당에 가입해 선거과정 및 결과에도 책임을 지는 의식개혁이 필요합니다"


박원순 시장의 성공, 시민사회단체에게는 기회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에 있어서 여수지역을 포함한 광주전남 지역의 선거지형이 변하고 있다. 보혁 간의 대결이 아닌 개혁정당의 지분싸움 성격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수와 개혁정당의 진영전이나 인물 선거전이 아닌, 성향이 비슷한 개혁정당 간의 선거전이 기초의회에서부터 자치단체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패권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른바 텃밭싸움이다. 특히 여수지역의 경우 민주당은 전통적 지지 기반을, 안철수 신당은  처갓집 동네를 기반으로 내세우면서 전남도 내의 전략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무소속인 현 시장의 출마가 예상돼 여수시장 선거전은 3파전이 예상되어 지역 정가가 뜨거워지고 있다.

여수지역 시민사회는 각종 선거 때마다 기본적 입장은 중립이었다. 자체적으로 후보를 내세울 역량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선거 이후 시민운동의 정체성에 대한 후폭풍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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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띤 토론을 벌여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토론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 오문수


'시민사회가 결국에는 정치하려고 시민운동을 빙자한 것 아니냐'는 냉소와 비판적 여론을 의식했다.  또는 '다들 정치에 나가면 소는 누가 지키냐?'는 시민운동의 역할과 정체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내의 정치정세는 많이 변하고 있다. 국회의원에서부터 지자체장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민사회운동가들이 정계로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토론자들은 시민사회의 대응방안으로 이구동성으로 독자후보를 내자고 했다. 중앙무대에서 법조인으로 지냈거나 고위 공무원을 지내다 선거철만 되면 지역에 내려와 소위 "~입네"하며 명함을 내밀며 한 표를 부탁하다가 당선되면 '나몰라라'하는 정치인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속을 수 없다"는 분노로 이런 결의에 이르게 된 것이다.

발제에 나선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영일 소장의 얘기다.

"시민사회의 대응방안으로는 정치적 역량을 증대하기 위해 기초의원부터 적극적인 실험을 할 때라고 봅니다. 시민사회운동의 기본철학인 '인간을 위한 사회, 사회를 위한 지역'으로 재생산하기 위해서 운동 현장을 제도권으로 중심이동한다는 차원에서 일정한 시도를 해 보는 것입니다. 이른바 역할 분담과 재정립을 시도하면서 운동의 정체성과 정치성을 담보해 보자는 것입니다. '소도 지키고 외양간도 지키자'는 방식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제도적 모순을 동시에 바로 잡는 것입니다"

문학박사 주철희씨의 얘기다.

"늦었다는 지적이 있지만 감일 뿐입니다. 출마를 선언한 사람들 대부분은 행사에 참여해 명함을 돌리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2010년의 아픈 경험을 잊지 않으셨죠? 시장후보가 없더라도 정책연합은 안됩니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좋은 후보기획단을 구성해 조만간에  결과를 내놓겠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등장한 시민사회 운동가의 단체장(서울시장,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원시) 성공사례와 더 이상 구경만 하고 있지 않겠다는 결의에 찬 여수시민사단체회원들은 밤늦도록 논의를 계속했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시민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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