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충돌? 기후변화가 훨씬 더 위험해

[서평]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의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

등록 2014.02.22 16:48수정 2014.02.2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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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 충돌은 파괴를 부르기도 하지만 생명 탄생의 근원이기도 하다. 우주공간이 지닌 생명력과 파괴력에 대한 이야기. ⓒ 이민희

요즘도 가끔 케이블 채널에서는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했던 영화 '아마겟돈'을 방영하곤 한다. 1998년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보고 눈물 흘리며 전율했던 기억이 난다. 시속 22,000마일로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택사스 주 크기의 소행성. 종말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는 것은 결국 미국이라는 뻔하고 뻔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실제처럼 느껴지는 생생한 공포와 이를 넘어서는 희열을 선사하는 것으로 영화는 충분히 관객의 마음을 파고 든다.

영화를 보고 나서 당연시 드는 의문은 '과연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하는 일이 가능할까?'라는 것이다. 그 시작과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드넓은 우주. 지구 환경과는 차원이 다른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장담할 수는 없다.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 가능성이 설사 로또 1등 당첨 확률이나 길을 걷다 세 번 연속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하더라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충돌은 곧 파괴와 종말이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에 등장하는 것처럼, 새로운 별에서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탈출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멸망을 피해갈수는 없을 것이다. '가능성이 있다'면 이제 관심사는 과연 소행성과의 충돌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가, 충돌이 기정사실화 된다면 이를 막을 방법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구 멸망에 대한 변론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일단 안심해도 되겠다.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온다면>에서 독일의 천문학자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Florian Freistetter)는 "오히려 우리는 충돌에 감사해야 한다"며 지구 멸망에 대한 변론을 펼친다. 충돌에 감사해야 한다니, 무슨 말일까. 사실 우주에서의 충돌은 양면성을 가진다. 그것은 엄청난 파괴를 불러오기도 하기만 반대로 새로운 생명 탄생의 근원이기도 하다.

사실 두 천체가 때때로 충돌하지 앟는다면 우주는 어둡고, 생명이 없고, 지루한 공간일 것이다. 충돌이 비로소 우주를 만든다. 충돌이라는 것은 뭔가 움직여야만 가능한 것이고, 움직임은 역동적인 우주의 토대다. 움직임, 역동성이 없는 우주에는 충돌도 없고 충돌을 통해 야기되는 파괴도 없겠지만, 충돌을 통해 파괴될 수 있는 것 역시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29쪽)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충돌이 없었다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충돌로 인해 지구라는 행성이 생겨났고, 그 안에서 인류가 태어났다. 충돌에 대한 관점을 전환시키면 우주에서의 충돌은 매우 신비롭고 경이적인 현상이 된다. 인간이 오랜 기간동안 하늘과 우주를 '신들의 영역'으로 여겼던 것과 같은 '경외심'이 생겨나는 것이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태양계에 존재하는 행성들도 먼 옛날 혼돈과 충돌 덕분에 생겨났다. 이렇게 생겨난 행성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각자 정해진 궤도안에서 정해진 규칙으로 돈다. 이러한 안정성은 40억년 동안 유지되어 왔다. 우주에는 이러한 행성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흔히 '별똥별'이라 불리우는 운석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를 향해 끊임없이 떨어진다. 이러한 운석들은 대부분 아주 미세해 우주로부터 지구에 내리는 먼지 알갱이 수준에 불과하다.

45억년 전 행성의 재료였으나 행성이 되지 못한 '혜성' 있다. 혜성은 행성처럼 독립적인 천체로 궤도를 가지고 있는데, 그 특별한 궤도로 인해 다른 행성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커다란 행성들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행성 즉, '소행성'도 예측할 수 없는 궤도 변화로 인해 행성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6500만년 전 지구에서 공룡을 싹쓸이 했던 것도 궤도에서 떨어져 나와 지구에 날아든 소행성과의 충돌 때문이었다.

공룡 멸종처럼 충돌의 여파는 치명적이다. 그러나 프라이슈테터에 따르면 소행성 충돌은 인류가 충분히 예측하고 막을 수 있다. 저자는 간단한 과학적 원리를 적용하는 것만으로 얼마든지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 충돌을 피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하늘을 잘 관찰하는 것이다. 2011년 현재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소행성은 8000개를 넘어섰다. 소행성은 실재하는 위험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불쑥 출현하지는 않는다. 소행성들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정해진 궤도로 운행한다. 천체 운동을 잘 관찰하면 소행성을 진행 궤도는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예측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의 대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행성 충돌보다 더 위험한 것은

소행성 충돌에 대한 걱정은 접어둬도 되겠다. 우리가 해결에 집중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사실 예측가능한 소행성 충돌보다 더 위험한 것은 홍수, 쓰나미, 화산폭발과 같은 지구 내부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다. 최근 지구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규모 자연재해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기후변화는 해수면의 상승과 기온 상승, 생태계의 변화를 동반하며 열대 폭풍과 홍수, 폭염과 가뭄처럼 극단적인 기상이변을 가져온다.

천문학적 규모의 경제적 손실 뿐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에 버금가는 인명 피해를 가져오는 자연재해에 인간은 속수무책이다. 소행성 궤도를 예측하는 것처럼 자연재해 발생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인류의 생사가 걸린 중대한 문제다. 기후변화 위험에 비해 소행성 충돌은 인간이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자연재해다.
덧붙이는 글 -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온다면>(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저/유영미 역/ 갈매나무 2014.02.17)
- 이 글은 제 블로그 http://blog.yes24.com/xfile340 에도 게재했습니다.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 - 우주, 그 공간이 지닌 생명력과 파괴력에 대한 이야기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음, 유영미 옮김,
갈매나무, 2014


#우주 #소행성 #지구 #충돌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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