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효능감 높은 옥토 만드는 게 새정치"

다준다연구소, 김경미 정치발전소 정책팀장과의 만남

등록 2014.02.28 11:36수정 2014.03.0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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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정치발전소 팀장은 유럽에서 정치를 하는 것은 우리나라만큼 불투명하고 추상적인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정치인이 되고 싶으면 시작하는 법과 해야하는 일이 안정적이고 상당히 구체적이라고 말했다. 작은 지역에서 부터 지방자치를 경험하는 일에서 출발하는것이 일반적이다. ⓒ 최철호


[기사 수정 : 3월 1일 오후 5시 25분]

"선거제도,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등과 같은 정치관계법이 잘 돼있으면 국민들이 불만이 있으면 정당을 만들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불만이 있으면 촛불을 드는 나라. 그러나 촛불을 아무리 들어도 기존 정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는 나라. 그리고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정치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는 나라. 그게 우리나라의 현주소 아닐까요?"

지난 22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이야기 카페. '다음세상을 준비하는 다른(아래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소장 이동학)가 김경미 정치발전소 팀장을 만났다.

'유쾌한 정치 실험 공동체'인 정치발전소는 정치를 좋게 만들기 위해선 정당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활동 중인 단체다. 정치발전소의 김경미 정책팀장은 청년유니온의 활동가들과 함께 작년 유럽의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를 방문했다. 노조와 노동정책이 튼튼하고 정당에 대한 신뢰가 높다고 알려진 유럽에서 청년 정당의 일꾼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유럽정치의 강점, 비례대표제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정당들의 공통점은 정치적 타협과 연정이 잘 이뤄진다는데 있습니다. 비례대표가 대세인 선거제도의 특성상 한 정당이 50%이상 독점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정권을 잡기 위해 자연스레 연정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소수 정당들도 연정을 통해 집권 및 국정운영을 경험할 기회가 생기고 그 구성원들은 성장하게 됩니다." 

김 팀장은 독일이나 네덜란드 정치에선 정당명부제나 전면비례대표제 덕분에 투표율이 의석으로 100% 전환돼 사표심리가 발휘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제도 덕분에 독일 녹색당은 1980년 연방 정당 녹색당 창당 후 1983년 치뤄진 총선에서 정당선호투표에서 5,6%를 득표하면서 27명의 연방의원을 배출하였다. 국민들이 정당을 만들기도 쉽고, 정당을 만들면 바로 정치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치효능감'이 매우 높다는 것. 자연히 이런 나라에선 온건하고 다양한 형태의 정당들이 등장하고, 그만큼 둘 이상의 정당의 연립정부가 자주 나타난다.


"연정은 이념이 다른 정당이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정을 구성하는 협상에 시간이 걸리고 갈등도 동반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그 과정을 시간낭비나 비용으로 생각하지 않고 좋은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당연히 통과해야 할 과정으로 생각하는 훈련이 잘 되어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이유는 국민들이 타협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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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경미 정치발전소 정책팀장은 정당들과 노조와의 유기적인 협력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또한 유럽은 노조의 협상 적용율이 80%에 달하는 등 노조가 노동자들의 보편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고 그만큼 국민들의 신뢰도도 높다는 것. ⓒ 최철호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을까?

김 팀장은 이들 나라 정당의 공통점이 시민들의 삶과 밀접한 정치를 하는 점이었다고 말한다. 노조와 진보정당의 상시적 교류협력관계, 당 구성원들의 정당의 이념과 정책에 대한 높은 이해도, 일대일 당원모집, 유소년 시절 자연스러운 정치참여 기회, 정치인이 되는 경로의 안정성 등이 시민들로 하여금 정치를 친숙하게 느끼게 한다는 것.

"이들 국가의 시민들은 민원이 발생하면 지역의 지구당을 방문해요. 지역주민들은 당이 동네를 좋게 만든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고요. 우리나라에서 지구당이 사라진 것은 안타까워요. 국민들이 정당의 역할을 경험할 수 있고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어요."

2004년 우리나라에선 돈이 많이 드는 고비용 정치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지구당을 폐지했다. 물론 2000년대 초반까지 노골적인 돈 선거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었고 지구당을 통해 그런 잘못된 정치 관행이 이뤄졌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구당을 폐지하였지만 그로 인해 풀뿌리민주주의의 기회도 같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 좋은 정치관계법이 좋은 정치를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정당을 만들려면 주요 5개 도시에 천 명씩, 적어도 오천 명의 당원이 필요해요. 그리고 중앙당은 반드시 서울이어야 하고요. 뿐만 아니라 얼마전까진 4년 동안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하면 그 정당은 해산해야했고요. 이건 정당을 만들지 말라는 얘깁니다. 현 정치관계법은 구조적으로 정치신인의 진입을 막기 위한 것 같아요."

김 팀장은 기성 정치를 바꾸려는 열망을 좌절시키는 정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 제도는 돈 있는 사람이 유리하고 정치 신인들의 등장을 어렵게 하는 구조임을 지적하며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공부를 함께 이어나가자고 당부했다.

김경미 정치발전소 팀장의 강연 내용은 다준다 연구소 홈페이지(dajunda.org)에서 팟캐스트를 통해 다시 들을 수 있다. 다준다연구소는 오는 3월 8일 조선과 일본의 개화기의 격동을 비교 분석한 <상투를 자른 사무라이>를 펴낸 이광훈 저자를 초청해 저자와의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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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정책팀장은 유럽의 정당들의 청년의원들은 비록 나이는 어릴지라도 정당경험은 10여년이 넘을 정도로 적지않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정당들은 대체로 역사 길기 때문이고 또한 청소년때 부터 정치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 역시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 최철호


#김경미 #정치발전소 #유럽정당 #유럽노조 #다준다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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