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는 자동차 전문가, 이제는 탁구 전문가다

엄기철 신임 충남 태안군탁구협회장

등록 2014.03.06 17:41수정 2014.03.0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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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철(52ㆍ태안읍 서해로ㆍ태안기아서비스대표) 태안군탁구협회장 ⓒ 이미선


'핑'이면, '퐁' 핑퐁, 핑퐁.


지난달 충남 태안군탁구협회장으로 엄기철(52·태안읍 서해로·사진) 태안기아서비스(전 현대정비공업사) 대표가 추대됐다.

하루 평균 30여대의 차량이 찾는다는 그의 일터를 찾은 건 지난달 28일이다.

자동차 전문가로 태안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에게 이제는 탁구가 삶의 한쪽 귀퉁이를 차지하게 됐다. 탁구협 발족 이래 외부인사의 회장 영입은 처음 있는 일이다. 따라서 탁구협 내에서 대단한 모험이고 신선한 경험이다.

엄기철 대표는 군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정비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25년차 사업가다.

"자동차 1대에는 4만여 가지의 부품이 들어갑니다. 그것들이 모두 제 기능을 할 때야 비로소 자동차가 작동하는 거죠.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저에게는 탁구도 하나의 모험이자 인생 중반 흥미로운 취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향 서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영창공업사에 취직해 기계 일을 배웠다.

'기술만 있으면 밥 굶을 일은 없겠다'싶어 시작한 게 어쩌다보니 평생 업이 됐고 천직이 됐다.

지난해까지 평천리에 현대정비공업사를 운영하다 인근으로 사업장을 확장 이전하면서 기아서비스로 상호를 바꿨다.

그에게 자동차는 가장 편안한 존재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가장 두렵고 무서운 존재다.

밤잠을 설쳐가며 배운 정비 일로 밥벌이를 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운전자들이 공업사를 찾을 때는 상황이 좋지 않은 터라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빈약한 마음에 나약해 지기도 일쑤였다.

하지만 늘 동전의 앞뒷면은 존재하는 법 아니겠는가. 자동차와 고객들의 아픈 부분을 어루만져 더 건강하고 즐겁게 탈 수 있도록 하기까지 그리 나쁜(?) 업종도 아니라는 생각이 그를 위로했다.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남들과 쉽게 친해져 말붙이기도 서툰 그가 이제는 어엿한 대표로 활동하기 까진 많은 인내의 시간도 따랐다.

또 자신의 성격이나 여러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 봉사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소성로타리클럽 봉사활동과 충남수렵환경보호협회 대표라는 직책 등은 그를 지금의 진정한 CEO로 이끌기 충분했다.

올해 맡은 태안군탁구협회장도 지역과 주민들의 건전한 여가생활을 돕고자 선뜻 수락한 자리였다. 꼭 어떤 자리에 앉기보다 어떤 방식으로 지역민들에게 환원할지가 그의 봉사의 첫 단추다.

이곳에서는 기아자동차 전 차종 A/S업무와 자동차검사 및 각종 정비점검을 맡아 볼 수 있다. 고객들이 편안하게 다녀가기 위해 가장 신경을 쓰는 건 직원들의 복지다.

직원이 즐겁고 행복해야 고객들도 좋다는 그의 사업마인드다. 해서 이곳은 현재 7명의 직원이 기거하는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식당과 함께 작은 직원복지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다.

자동차 정비라는 다소 힘든 일에 늘 고객과 대면해야하는 직업적 스트레스를 직원들의 그들만의 공간에서 해소하며 떨쳐버린다.

"처음에는 쉰 살까지 이 일(자동차정비)에 열중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어느덧 쉰셋이라는 나이까지 와버렸지 뭡니까. 그래서 목표를 조금 수정했습니다. 예순 살까지 하고 정리한다는 걸로요."

눈이나 비가 내리면, 혹은 뜨거운 여름이나 겨울이 자동차정비업의 최고 성수기. 그간 일에만 빠져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부분을 예순 이후에는 꼭 갚겠다는 그의 낭만적 뜻이 담겨있다.

소싯적 영창공업사에서 배운 기술과 젊음을 무기로 태안에 반도공업사를 세우고 현대정비공업사, 현재 기아서비스를 이룩해 25명의 직원과 함께하기까지 온 몸에 땀이 흐르고 정신이 혼미한 시간을 거쳤다.

그래도 자동차 하나만큼은 꼭 최고가 되겠다는 굳은 신념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군내 크고 작은 자동차정비업체 20여 곳.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아버리나 생겨나기도 하는 업이 이 업이라 매일 살얼음판을 거니는 고통을 감수해내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예순이 되면 이 일을 정리하고 나름의 시간을 음미할 생각입니다. 그땐 오늘처럼 정신없이 바쁜 일상도 추억이 될 테죠."

시간이 나면 등산을 즐긴다는 그는 2남 3녀 중 둘째로 태어나 부인 이서연(49)씨와 결혼해 아들 한명과 딸 둘을 낳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태안미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엄기철 #탁구 #태안군탁구협회장 #기아서비스 #자동차정비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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