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의 맛, 2000원이면 가능해요

5년 차 귀농인, 태평농법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등록 2014.03.09 16:41수정 2014.03.0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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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을 위해 덮어높은 짚사이로 마늘순이 올라옵니다. ⓒ 강미애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고 월동을 위해 덮어뒀던 마른 짚 사이로 마늘이 봄 햇살을 받으며 자랍니다. 생명이 움트는 약동의 계절, 촌아낙은 봄기운에 이끌려 햇살을 받으며 땅을 일궈 씨앗을 뿌리고 봄 농사를 시작합니다.


손끝에 보드라운 흙의 감촉과 코끝에 스치는 신선한 바람이 있는 농촌, 텃밭을 일구는 동안은 세상 시름 잊고 무아지경에 빠져듭니다. 마음 비우고 살려고 농촌으로 왔지만, 여전히 생계와의 다툼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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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풀을 걷어다가 불을 태워 재를 만들어 흙을 일구었습니다 ⓒ 강미애


5년 동안 제초제와 농약을 전혀 안 하고 땅 살리기 태평농법을 하고 있는데요. 이른 봄에 마른 짚을 긁어모아 불을 태워 재를 만들고 발효 퇴비를 적당히 뿌린 다음에 괭이나 호미로 흙을 일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얼었다 녹은 땅이라 토양 속에 적당한 수분이 있어서 흙이 부드럽고 감촉이 좋습니다. 귀촌후에 몇 년 동안 살아있는 숨 쉬는 흙을 만들기 위해 인근 농업기술센터에서 미생물을 얻어다가 퇴비와 함께 뿌리고 기계식 밭갈이 대신에 호미나 괭이로 흙을 일구며 비료와 농약을 절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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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지붕위의 말뚝위에 앉아 노래하는 곤줄박이 새 ⓒ 강미애


그런 이유로 밭일하면 흙내음이 향긋하여 머릿속이 시원하고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흙을 일구는 동안 어디선가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 새소리가 나길래 둘러 보았더니. 저만치서 배 부분이 갈색인 곤줄박이가 허름한 닭장 말뚝 위에서 '비비비~' 박자를 맞추며 노래합니다. 새소리에 사람도 '비비비~' 화답합니다.

봄 햇살을 등지고 코끝에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흙을 일구는 동안은 무념무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시골살이의 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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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을 일구고 시금치 씨앗을 뿌렸어요 ⓒ 강미애


흙을 일구고 난 다음에 인근 신암농협 경제센터에 가서 시금치 씨앗을 2000원에 사다가 일군 텃밭에 골고루 뿌리고 갈구리와 호미로 덮었습니다. 시금치 씨앗을 너무 배게 심는 것보다 시금치가 다 자랐을 때를 생각해서 조금 듬성듬성 뿌리는 게 좋습니다. 시금치는 월동할 수 있고 최저 발아 온도가 4도로 이른 봄에 뿌리면 됩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시금치가 잘 자라고 40~50일 후에면 맛있는 시금치 나물을 먹을 수가 있습니다. 늦봄에도 부드러운 시금치대 나물을 삶아서 고추장에 밥 비벼 먹는 맛은 시골살이 맛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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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은 언땅이 녹으면 바로 심습니다. ⓒ 강미애


내친김에 완두콩 씨앗도 심었습니다.  검은 강아지가 연신 따라다니며 손을 핥습니다. 강아지는 밤에는 바스락 소리만 나도 짖으며 집을 잘 지킵니다. 논두렁 밭두렁을 마치 치타처럼 잘 달리기도 하지요. 사람은 백번 잘해주다가 한번 삐치면 영원히 돌아서는데 비해 강아지는 조금만 관심을 주어도 꼬리를 흔들며 사람을 따르는 충성심이 있습니다.

닭을 기르던 울타리를 걷어내고 빙 둘러가며 5cm 정도의 흙을 파고 완두콩 삼형제를 줄 세우고 흙으로 덮었습니다. 완두콩 세 알은 날씨가 따뜻해져 15~20일 후면 싹이 나오는데요. 튼튼한 싹 하나만 남기고 다른 완두콩 싹은 제거하거나 다른데 옮겨 심어요. 완두콩 싹이 나오는 것을 발아라고 하는데요. 완두콩은 10도 이하에서도 싹이 올라 옵니다.

완두콩은 추위에 강하고 서늘한 기온을 좋아하여 이른봄에 땅이 녹으면 바로 심어야 좋습니다. 덩굴 완두콩은 지주대를 설치해줘야 합니다. 심는 거리는 20cm로 하고 완두콩은 어느 정도 자라면 지주대를 세워주고 자라는 것을 봐가며 묶어주면 됩니다. 5월께 완두콩이 파릇파릇 익기 시작하면 익은 것부터 따서 껍질을 가고 파란 알의 완두콩 밥을 해 먹을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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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심기위해 발효퇴비를 두둑위에 뿌립니다. ⓒ 강미애


지난해 고구마 심었던 자리에 닭 거름을 내고 감자를 심기 위해 흙을 일굽니다. 기계식 밭갈이를 하지 않고 호미와 괭이로 밭을 일굽니다. 제초제를 하지 않는 대신에 감자알이 들어앉기 전까지만 풀을 뽑아주고 알이 영근 수확 철인 한여름에는 그대로 풀을 방치 했다가 이른 봄에 마른 풀을 걷어서 불태워 재를 만들어 밭에 돌려주는 태평농법을 5년째 하고 있어요.

오래전에 옛사람들이 감자를 절단한 후에 소독 대신에 불에 태운 나무 재로 발라 심어 싹을 틔웠습니다. 그리고 대파를 심고 나무 재를 뿌려주면 병 앓이를 하지 않는 것처럼 나무 재는 토양소독에 요긴하게 사용됨을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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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에 수확한 감자가 겨우내 싹을 많이 틔웠네요 ⓒ 강미애


지난해 수확해 상자 안에 넣어둔 감자가 일제히 삭을 틔우고 있네요. 항간에는 묵은 감자는 생육상태가 불량해 수확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미감자 씨앗을 사다가 심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집은 작은 알갱이의 감자조림을 아이들이 좋아해서 해마다 먹고 남은 감자를 보관했다가 반으로 잘라 나뭇재를 입혀서 심었어요. 올해는 씨 감자가 남아돌아서 일부의 감자 싹을 제거한 후에 통째로 심어보기로 했습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연구도 할 겸 다양한 방법으로 농사짓는 체험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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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싹을 제거한 후에 감자를 심었습니다. ⓒ 강미애


자연의 섭리대로 한 알의 감자가 흙에 파묻히면 여러 개의 생명으로 잉태되듯이 모든 생명체는 자기 희생을 함으로써, 우주의 새 생명체로 탄생할 수가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5년 동안 집안 먹거리 농사를 지으며 지구와 환경을 온전하게 보존하는 농사 방법은 무엇일까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농사 방법이야말로 곧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귀농5년차 #태평농법 #시금치 씨앗 뿌리기 #완두콩심기 #감자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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