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게임? 직접 LOL 800판 해봤더니...

[오마이뷰]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사행성 낮고 협동 플레이 강조

등록 2014.03.24 10:54수정 2014.03.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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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졌다. 수적 열세로 별안간 벌어진 역전패였다. 게임 시작 후 25분쯤 '똥이 너무 마렵다'면서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로 달려갔던 우리 팀 탑(리그오브 레전드 속 캐릭터 포지션) 'The 돌***'은 결국 15분이 넘게 키보드 위로 돌아오지 않았다. '브론즈 5단계'에서는 가끔 벌어지는 일이다. 1승 3패. 씁쓸한 마음에 시계를 보니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5년 전 출시된 라이엇 게임즈의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아래 LOL)'가 최근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공적' 취급을 받고 있다. 자녀들이 집에 오면 몇 시간씩 컴퓨터를 붙들고 이 게임을 한다는 이유다. 지난해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 때는 게임 규제를 거론하는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게임 중독의 원흉'으로 취급되며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실제 800판 정도 게임을 해 본 3년 차 성인 실사용자 처지에서 봤을 때 LOL에 쏟아지는 비판들은 대부분 이해하기 어렵다. '한 판이라도 해보면 저런 말을 못 할 텐데' 내지는, '해보고 대화를 해야 소통이 될 텐데' 하는 안타까움도 간혹 든다. 물론 LOL은 관련 게임 경력이 없는 중·고등학생 부모 세대들이 단번에 쉽게 익힐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실사용자 입장에서 이 게임이 중독 논란을 낳을 정도로 '잘 팔리고' 있는 이유를 정리해봤다.

협동해서 상대편 기지 부수면 승리... 상대방 죽이는 게 관건
  

라이엇 게임즈의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영웅 중 하나인 '티모'. 귀여운 생김새 때문에 초보자들이 많이 선택해 일부 사용자들에게 '기피 동료 캐릭터'로 꼽히기도 한다. ⓒ 라이엇 게임즈


이 게임의 목표는 같은 수로 이뤄진 영웅들과 팀을 이뤄서 상대방 진영에 있는 거대한 수정 모양의 '넥서스'를 파괴하는 것이다. 넥서스를 빨리 파괴하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모아서 좋은 무기와 장구류를 갖춰야 한다. 돈은 상대편 영웅을 죽이거나 중립 몬스터, 상대편 병사(미니언)들을 죽이면 얻을 수 있으며, 게이머는 게임 내내 이 활동에 집중하게 된다.

압도적인 이용률을 보이는 5:5 대전용 게임 지도인 '소환사의 협곡'을 보면 우리 진영에서 상대방 진영으로 가는 길은 3개가 있는데, 이를 '탑', '미드', '바텀(봇)'이라고 부른다. 국내 사용자들은 통상 탑에 1명, 미드에 1명, 바텀에 2명, 그리고 이 사잇길인 '정글'에 1명을 배치한다. 이 3개의 큰길은 '돈줄' 역할을 하는 미니언이 일정 간격으로 계속 오는 반면 정글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같은 영웅이라 할지라도 맡는 위치에 따라 기술 활용법이 조금씩 다르다.

탑은 돈이 많이 모을수록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대기만성형(게임에서는 '왕귀('왕의 귀환'의 줄임말)'라고 부른다) 영웅이 맡는 경우가 많다. 탑 영웅은 통상 게임 후반에 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미드는 순간적으로 큰 공격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누커(Nuker)'형 영웅이 맡는다. 보통 위력이 큰 공격 마법을 구사하는 영웅인 경우가 많다.

바텀은 원거리 공격자(게임 약어 '원딜')와 팀 도우미 역할의 '서포터'가 맡는다. 원거리 공격자는 게임 중·후반 승리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돈을 많이 모아야 하고 서포터가 게임 초반에 달라붙어서 이를 돕는 구조다. '정글러'는 정글을 돌며 돈을 모으다가 적절한 때를 틈타 3개의 큰길에서 조력자로 활동한다.


정글러가 3개 길 중 한 곳의 전투에 가담할 경우 수적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에 게임 초반 정글러의 활약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소환사의 협곡' 5:5 게임에서 이런 역할 분담은 상식에 가까운 것이지만 118명의 영웅 중 누구를 고르느냐에 따라서 게임 전략이 수정되는 경우도 많다.

게임에서 누가 실수하는지 통계로 드러나... '똥 싸면' 비난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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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의 게임 화면. 보이는 맵은 '소환사의 협곡'이다. ⓒ 라이엇 게임즈


위에 서술한 간략한 게임 설명을 보면 알겠지만, LOL이 여타의 다른 게임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팀원 간의 협동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게임 내에서 자신이 맡아줘야 하는 역할이 분명하고, 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패배로 직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임 속 풍경이 '미아콜(call)'이다. 탑, 미드, 바텀 사용자들은 같은 포지션에 있는 상대편 영웅이 갑자기 사라지면 팀 채팅창에 미아콜을 쳐야 한다. 사라진 상대편 영웅이 다른 포지션에 가서 협공을 펼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협공으로 우리편 영웅이 죽고 정해진 역할 분담에서 한 사람이 비게 되면 그 공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일단 상대방은 우리편 영웅을 죽이면 미니언 18마리 정도에 해당하는 돈을 단번에 벌 수 있다. 죽은 우리편 영웅이 다시 돈 모으기를 시작할 때까지는 실질적으로 1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 이렇기 때문에 팽팽한 경기에서는 우리편 한 명이 먼저 죽임당하는 것이 경기의 균형을 흐트러트리기도 한다. 

사용자들은 나이가 적으나 많으나 경험을 통해 이런 인식을 모두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편의 실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LOL은 보통 한 판 하는데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우리편의 실수로 나의 30분이 헛수고가 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 게임 사용자들은 이런 게임상 실수를 '똥 싼다'고 표현한다.

다혈질 사용자는 실수한 우리편 게이머를 향해 대번에 채팅창에 육두문자를 쏟아내기도 한다. 게임 내 성적이 상대방이 내게 퍼붓는 욕설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내가 죽인 영웅이나 미니언 숫자를 같은 게임 속에 있는 나머지 9명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돈을 못 벌면서 상대방에게 돈을 벌게 해 주면 욕을 먹는다.

게임이 순조롭게 되는 팀의 채팅창은 평화롭지만, 패배를 목전에 둔 팀의 채팅창은 상당히 험악한 욕설이 오가기도 한다. 부모 욕은 예사다. 이 게임은 채팅창에 욕설을 쓰면 별표(****)표시가 되는 기능이 있는데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시발'을 '시1발'이라고까지 쓰는 사용자도 있다. '너 때문에 내가 왜 피해를 봐야 하느냐'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전적이 안 좋으시던데... 다른 영웅은 못하세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영웅 선택화면. 영웅을 선택하는 순서가 무작위로 설정되기 때문에 한가지 포지션만 할 줄 알아서는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어렵다. ⓒ 라이엇 게임즈


일정 레벨 이상 실력자들만 참여할 수 있고 게임 전적이 등급에 반영되는 '랭크 게임' 방에서는 이런 욕설이 더욱 심한 편이다. 랭크게임은 잘 하는 등급에서 못 하는 등급 순서로 '플래티넘', '골드', '실버', '브론즈'가 있는데 기자가 속해 있는 브론즈 2~5단계를 '심해'라고 부른다.

이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실력이 낮아서 계속 '똥을 싸거나' 의도적으로 우리편 게임을 방해하는 등 협동 게임이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승률을 높여 윗 단계로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의미다. 사용자들은 번번이 브론즈 등급에서 승급이 좌절되는 심정을 '암걸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 게임 주변에는 돈을 받고 대리게임을 해서 심해에서 윗 단계로 승급시켜 주는 브로커도 있다.

이런 이유로 중·고등학생들이 게임을 많이 하는 주말이나 공휴일 전날이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고정적으로 오르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 중 하나가 '롤(LOL) 전적 조회'다. 실력이 좋지 않은 사람과 게임하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 전적 조회 사이트를 이용해 상대방의 게임 아이디로 미리 전적을 조회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영웅 선택화면에서 원딜 영웅인 '트위치'를 선택하자 우리편 사용자가 "전적이 안 좋으시던데 다른 영웅은 못하느냐"고 묻는 경우도 있었다.

얼굴을 모르는 사람끼리도 이러는 판에 학교에서 아는 친구들끼리 게임을 할 경우, 이런 평가는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못 하는 친구들은 '똥싸개'가 되지만 잘하는 친구들은 '캐리(carry, 승리로 경기를 운반했다는 의미)'했다는 평가와 함께 인정을 받는다.

게임상에서 만난 한 고등학생은 "주말에 8시간 정도 게임을 하는 것 같다"면서 "하다 보면 친구들이 게임 공간에 모이는데 나는 잘하는 편이라 인기도 많고 모여있는 친구가 다섯 명이 안 되면 의리상 같이 해 줘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게임 시간이 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게임을 안 해본 부모들은 밥상을 차려 놨는데 아들이 수십 분째 오지 않는 이런 상황의 원인을 알기가 어렵다.

영웅들 활용한 다양한 전략 가능... 5년째 인기 비결은 '추가비용 없음'
 

리그 오브 레전드의 룬 세팅 화면. 영웅에 맞는 룬을 설정해줘야 게임에서 유리하다. ⓒ 라이엇 게임즈


게임 전문리서치 사이트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LOL은 지난 22일 기준 4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현재 86주째 PC방 게임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왜 이렇게 이 게임이 인기가 많은 걸까? 실제로 게임을 이용해본 사용자들은 가장 강력한 이유로 추가 비용이 없다는 점을 꼽는다.

LOL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RP'와 'IP' 두 가지다. RP는 현금이나 카드, 상품권 결제를 통해 실제 돈을 게임머니로 바꾼 것이고, IP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게임머니다(게임 속 미니언이나 상대편을 죽여서 얻는 돈은 '골드'라고 부른다). RP를 쓰면 새로운 영웅이나 자신이 보유한 영웅의 복장(스킨)을 구매할 수 있지만, 이걸 쓴다고 해서 게임이 편해지지는 않는다.

국내에 성행하고 있는 다른 부분 유료화 게임들과는 달리 '현질'(현금으로 아이템을 사서 게임을 쉽게 하는 행위)의 의미가 거의 없는 셈이다. 오히려 LOL은 실제로 꾸준히 게임을 해야 다양한 영웅을 키울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영웅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영웅마다 특성화된 룬(영웅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아이템)을 맞춰줘야 하는데, 룬은 IP로만 구매할 수 있다. IP는 현금으로 살 수 없고 오직 게임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지갑이 얇은 중·고등학생들이 이 게임에 대거 빠져든 이유이기도 하다.

게임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영웅을 키우도록 유도하는 라이엇게임즈의 업데이트 정책도 LOL의 장기 사용자를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LOL에는 'OP(over power)'라 불리는 몇몇 강력한 영웅들과 '고인(죽은 사람, 아무도 이 영웅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의미)'이 된 약한 영웅이 있는데 라이엇게임즈는 업데이트를 통해 이들 영웅 간의 균형을 수시로 맞춘다.

성능이 좋은 영웅 하나만을 골라서 몇 년씩 게임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탑과 미드, 바텀, 정글 중 적어도 2개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영웅 3~4명은 익혀놓아야 무리 없는 게임이 가능하다.

최근 국내에서 LOL 프로게이머 리그 경기가 시작됐다는 점도 매력이다. 화려한 프로게이머들의 영웅 컨트롤이나 수시로 수적 우세 상황을 만들어내는 전략 등을 보고 있으면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

4년 차 사용자 정아무개씨는 "LOL을 꽤 했지만 아직 제대로 못 다루는 영웅이 많다"면서 "프로리그 방송을 보면서 실제 게임 플레이에 활용한 적도 많고 같은 이유로 방송을 보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리그오브레전드 #롤 #LOL #오마이뷰 #엘오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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