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9만4804원 없으면 국제결혼 금지... 효과 있나?

1일부터 심사기준 강화... 이주여성인권단체 "중개업체 악용, 역피해 우려"

등록 2014.04.01 12:05수정 2014.04.0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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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7월 18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가정폭력으로 살해당한 이주여성 추모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 이주영


앞으로 연소득 1479만 원(2인가구 기준) 미만의 성인은 외국인 배우자를 초청할 수 없다. 고시원이나 모텔처럼 불안정한 주거환경에 살아도 배우자 비자가 나오지 않는다. 결혼이민자 역시 한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해야 한다. 1일부터 결혼이민 비자발급 심사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새롭게 강화된 국제결혼 비자 심사 기준이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칫 한국인과 혼인해 국내로 들어오려는 이주민이 피해를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소득수준·주거로 결혼이민 제한... "이주여성 착취 막기 위해 필요한 규제"

법무부는 결혼이민자의 비자(F-6) 발급 심사 기준을 강화한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을 이달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무성의하고 성급한 국제결혼을 막아 가정폭력 등의 부작용을 줄이는 동시에 결혼이민자가 안정적으로 국내에 정착할 장치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국제결혼을 한 한국인이 배우자를 국내로 초청하려면 외국인 배우자가 기초 수준 이상의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 심사받아야 한다. 법무부는 한국어능력시험 성적표나 한국어 교육 이수증 등으로 비자 발급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배우자의 한국어 실력과 더불어 초청인도 소득과 주거요건 심사를 받아야 한다. 법무부가 정한 2인 가구 소득요건은 연간 1479만4804원이다. 소득이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초청인 명의 재산의 5%를 소득으로 환산해 기준치를 넘으면 외국인 배우자를 초청할 수 있다. 초청인과 그의 가족 명의로 소유·임치한 주거지가 있는지도 따진다. 고시원이나 모텔 등 지속적으로 생활할 수 없는 장소에 거주한다면 비자 발급이 불가능하다.

이주여성 관련 단체들은 법무부의 결혼이민 심사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초청인 소득 요건 심사 강화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저소득층 성인들의 국제결혼 기회가 차단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이주여성 인권차별 문제 등을 개선하려면 이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일하는 김옥순(재중동포)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제적 능력이 전혀 없는 한국인 남성이 배우자인 이주여성을 강제로 취업시켰다는 상담이 들어오곤 한다"며 "한국인 남성에게 집이 없어 모텔에서 한동안 살았다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활동가는 "결혼이민자가 당하는 경제적 어려움과 착취를 막기 위해서라도 초청인의 가족 부양 능력을 검증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성 출산하면 심사 면제... "일부 중개업체가 악용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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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제결혼중개업체가 홈페이지에 소개한 결혼이민 심사 예외조항. ⓒ 중개업체 홈페이지 갭처


문제는 '실효성'이다. 이주여성 관련 단체들은 새롭게 마련된 심사기준 속 '예외조항'이 오히려 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예외조항을 보면, 외국어로 부부 사이에 의사소통이 가능할 경우 한국어 심사 면제가 가능하다고 명시됐다. 또한 한국인과 이주민 사이에 자녀가 있으면 소득수준·주거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했다. 실제로 몇몇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은 이같은 예외조항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주여성인권센터의 한 활동가는 "요즘 센터에 상담 들어오는 사례 중 하나가 이주여성과 시부모의 갈등"이라며 "부부끼리 외국어로 간단한 의사소통이 된다 해도, 시부모와 한국어로 소통이 안 되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활동가는 "그럴 일이 없길 바라지만 실적에 눈이 먼 결혼중개업체들이 출산 등의 예외조항을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새로운 심사기준이 제대로 시행될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강화된 심사기준이 도리어 외국인 배우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통 국제결혼 이민은 '한국인이 배우자 국가로 이동→맞선→합방→혼인신고→국내로 배우자 초청' 순으로 이뤄진다. 혼인신고까지 마쳤는데 한국인의 소득·주거요건이 미달돼 외국인 배우자가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역시 "맞선이나 혼인신고 전에 비자발급 요건을 갖췄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혼인부터 한 다음 비자 요건을 갖추면 된다'고 홍보하는 중개업체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아무리 (법무부가) 홍보를 한다고 하더라도, 합방 절차를 마친 이주여성의 비자가 불허된다면 여성 쪽에서 입는 피해는 엄청나다"며 "혼인신고 전에 비자의 가능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결혼 #이주여성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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