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심기, 이런 재미가 있는 줄 몰랐어요

식목일 지난 나무심기,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등록 2014.04.07 11:19수정 2014.04.17 15:11
0
원고료주기
"형님. 오뎁니꺼?"
"가고 있다. 다 왔다."

며칠 전 전홍표라는 동생으로부터 제의가 있었습니다. 나무를 자기가 구해 줄테니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나무 심으러 가자는, 내가 꼬치꼬치 물어보았으나 영 대답이 시원치 않았습니다.

"아, 내가 알아서 다 하니까 나무에 물 줄 물뿌리개만 챙겨오소."

날을 잡았고 4월 6일(일), 오후 1시 30분에 가족들이 마산 봉암갯벌에서 만났습니다.

a

사진1봉암갯벌 생태학습장 ⓒ 김용만


마산에 있는 봉암갯벌은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한 때 매립의 위기에 있었으나 환경단체들이 지켜낸 곳이기도 하지요. 철마다 날아오는 철새들과 인근에 창원공단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나무를 심기로 했지요. 동생은 산딸나무 10그루를 준비해 왔습니다.

가 보니 이보경(봉암갯벌 생태 학습 관리 책임자)선생님께서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삽과 호미, 물통 등 나무를 심는 것에 필요한 자제들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더하기 직접 나무도감을 가지고 나오셔서 아이들에게 오늘 심을 산딸나무가 어떤 것인지 까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열리는 열매가 산딸기와 닮아서 그렇다는 것, 저도 오늘 알았습니다.

a

사진 2아이들에게 산딸나무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 이보경 선생님. ⓒ 김용만


나무를 심기 시작하였지요. 헌데 생각만큼 땅을 파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땅 속에 워낙 돌들이 많아 깊이 파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온 가족이 힘을 합해 파고 또 팠습니다.

a

사진 3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 두 가족들 ⓒ 김용만


땅을 파다 보니 장지뱀과 지렁이가 나왔습니다. 아이들도 놀라고 신기해 했지만 저 또한 너무 신기했습니다. 장지뱀은 정말 생소했고 지렁이는 반가웠습니다. 제가 어릴적만 해도 비가 오고 난 다음 날에는 땅 위의 지렁이를 너무도 많이 봤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부터 지렁이가 보이지 않았죠. 어릴 적엔 단지 놀이의 대상이었으나 이젠 지렁이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알기에 더욱 반가웠습니다.

a

사진 4땅을 파다 발견된 장지도마뱀과 지렁이 ⓒ 김용만


같이 갔던 홍표네 가족입니다. 아빠와 아들 영찬이가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a

사진 5열심히 나무를 심고 있는 아빠와 아들 ⓒ 김용만


나무를 심는 것도 그냥 땅 파고 심는 것이 아니더군요. 땅을 넉넉히 깊이 파고 우선 물에 젖은 흙을 바닥에 깝니다. 그리고 뿌리가 다치지 않게 나무를 든 상태에서 조심히 흙을 덮어줍니다. 다 덮은 후 발로 땅을 지긋이 밟아 줍니다. 물론 어린 나무 뿌리가 다치지 않게 신경써야 합니다. 그 후 물을 충분히 뿌려 줍니다. 이 때 뿌리는 물은 단지 나무가 섭취하라는 목적 뿐만 아니라 땅 속의 흙 속 빈틈을 메우기 위합이라고 합니다. 땅 속에 틈이 있으면 뿌리가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다고 하네요. 저도 오늘 많이 배웠습니다.

아이들은 한 마디, 한 마디 귀 기울려 듣고 몸소 실천했습니다. 땅도 열심히 파고 나무도 정성을 다해 심더군요. 물을 주면서도 "나무야, 물 많이 먹고 잘 자라."하면서 말을 하더군요. 옆에서 보는 저도 흐뭇했습니다.

a

사진 6나무에 물을 주며 "나무야 많이 먹고 잘자라"고 말하는 딸래미. 나무 기둥은 이 나무를 베지 마라는 표시이다. ⓒ 김용만


이 곳에선 나무만 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무 이름표도 제공해 줍니다. 아이들은 이름표를 받아서 나름대로 꾸미면 되는 것이죠. 나무 이름도 정하고 언제 심었는지도 적고, 누가 심었는 지 등 자신이 꾸미고 싶은대로 꾸밉니다. 나무 이름표를 꾸미는 아이들이 사뭇 진지했습니다.

a

사진 7나무 이름표들, 이름표를 꾸미는 아이가 정말 진지하다. ⓒ 김용만


시스템이 너무 훌륭하여 이보경 봉암갯벌 생태 학습 관리 책임자님께 이 행사가 우리 가족들만을 위한 것인지, 식목일에만 행하는 것인지 등을 여쭤봤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 일은 2012년부터 '마산지방해양항만청'과 '마창진환경운동연합'에서 주관하는 '붉은발말똥게에게 그늘을 만들어주자'는 숲 프로젝트라는 것입니다.

a

사진 8붉은발말똥게, 아래 사진의 오른편에 숲을 만들자는 프로젝트이다. ⓒ 김용만


내용은 일반 시민들이 언제든 심을 나무를 가지고 와서 심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보경 선생님께 연락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삽과 물통은 대여해 주신다고 하네요.

그러면 나무를 심고 그 나무에 가족 이름표를 달아준다는 것이죠. 한 마디로 1석 2조의 일이었습니다. 가족들에겐 의미있는 나무가 생겨서 좋고, 붉은발말똥게에겐 그늘이 생겨서 좋은 것이죠. 즉 사람도 좋고 자연도 좋은 일이었습니다.

저는 부끄럽지만 식목일이라고 해서 자발적으로 나무를 심어본 기억이 없었습니다. 행사치레라고 생각하고 참여를 안했었죠. 물론 나무를 심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확실히 알게 되었죠. 지역에 이런 사업이 있고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는데 식목일 뿐만이 아니라 가족들이 야유회 겸 와서 나무를 심고 아이의 이름표를 단 다면 너무나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요.

실제로 관계자분도 오셔서 이 곳에 나무가 한그루, 두그루 자라면서 인근의 팔용산에서 많은 새들이 놀러온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자연이 살아나고 있다고 좋아하셨습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주범이 인간이라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지구의 나이를 대략 45억년이라고 합니다. 그 오랜 시간동안 스스로 지켜온 생명의 질서를 인간이 단 기간에 망치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지구의 변화는 물론 인간의 존재까지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많은 생태학자와 환경론자들이 경고합니다. 이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죠.

자연보호의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을 그냥 놔두는 것이라고 합니다. 놔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올바른 나무를 심으러 가는 것은 어떨까요? 아이들은 나무만 심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심습니다. 나무가 살아있는 생명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 아이들은 자라서 함부로 나무를 훼손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른들이 말로만 하는 훈계는 통하지 않습니다. 몸으로 먼저 보여줘야 합니다. 자연을 알고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앞으로의 미래도 나쁠것 같진 않습니다.

자연은 썩 좋은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탑재할 예정입니다.

봉암갯벌 생태학습장은 월요일빼고 매일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까지 개관합니다.
문의는 055-251-0887 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여자의 몸은 어디까지 음란한 걸까
  2. 2 '지소미아 연장'에 목매는 미국... 왜냐면
  3. 3 "수사해서 문제 없으면 스톱해야 하는데... 특수부 자제 못해"
  4. 4 화랑대역 유명 빵집의 위기 "이럼 우리만 죽습니다"
  5. 5 나경원 '운명의 날'은 12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