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벚꽃 보세요... 이러고도 일본이 원산지라고?

설악 오색마을에 핀 산벚꽃을 보며...

등록 2014.04.09 18:35수정 2014.04.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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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산 높은 마을 설악산자락의 오색리에도 벚꽃이 피었다. ⓒ 정덕수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
미각지당춘초몽(未覺池塘春草夢)
계전오엽이추성(階前梧葉已秋聲)

소년은 쉽게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순간의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못가의 봄풀은 채 꿈도 깨기 전에
섬돌 앞 오동나무 잎은 가을 소리를 낸다.

이 시는 송나라의 대유학자로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자(朱子)의 <주문공문집(朱文公文集)> 가운데 <권학문(勸學文)>편의 첫 구절이다. 학문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 학문을 열심히 익히길 권유하는 시구로서 배움에도 때가 있으니 젊은 시절 부지런히 공부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시 네 구는 곧잘 각각 독립된 명구가 되어 세월의 덧없음과, 시간을 아껴 학문에 임할 것을 젊은이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배움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삶 전반에 거쳐 이 시가 지닌 가르침은 영향을 준다. 학문을 이룸이란 늙어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완성을 이룰 수는 없다. 계절에 맞춰 꽃이 피고 새순이 돋아나고 열매가 영그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나이에 맞춰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할 학문이 있고 삶의 질서가 있다.

오색1리 마을회 사업, 공공 목적이니 공동재산 만들자

모든 생활에서 이를 적용하려 애쓴다. 가정사도 마찬가지고 사회랄 수 있는 이곳 오색1리 마을회의 사업도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려 노력 중이다. 가령 마을회에서 어떤 방향의 목적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사업비를 강원도나 양양군으로부터 지원받았다고 가정하자. 비슷한 사례가 있는 다른 지역들을 보면 이렇게 지원받은 사업비를 우선적으로 마을회관이나 토지를 구입하는 비용으로 사용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공공의 목적이니 공동재산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물론 이런 취지도 좋다.

좀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시켜 보자. 정부나 도·시군에서 지원받은 사업비를 토지나 동산을 구입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마을의 이미지를 살리는데 모두 투자했을 때 전혀 다른 양상으로 효과가 나타난다. 토지를 구입하면 대부분 평탄작업을 하고 건물을 짓지만, 마을을 공동의 재산으로 생각하고 이미지를 개선하면 더 많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을까?

물론 여기에서 4대강사업이나 모 서울시장이 저질렀던 한강르네상스와 같은 방식의 이미지개선사업이라면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 국가나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한 가정의 투자도 적절한 계획을 수립하고 무리가 따르지 않도록 안정적인 방향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지도자'랄 수 있는 위치의 인물 됨됨이가 대범하고, 자신을 드러낼 치적에나 몰두하는 경박한 인품이 아니라면 자신만의 판단으로 매사 신중하게 행동한다. 자리가 지닌 무게와 책임을 통절히 느껴야 한다는 것이고, 사소한 의견 하나도 소홀히 여기지 말아야 어리석은 판단으로 욕먹을 짓을 하지 않게 된다. 이 모든 게 때에 맞춰 배웠을 때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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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꽃그동안 벚꽃은 일본이 원산지라 주장했다. 그렇다면 설악산에 자생하는 산벚곷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정덕수


글을 쓰다가, 혹은 책을 읽다가도 잠시 시선을 돌려 창밖 풍경을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들어 올 여백이 머리에 생긴다. 여기서 글을 쓰고, 책을 읽음은 '일을 한다'로 상치(相値)될 수 있다. 생각이 여기에 미쳤고 창밖 꽃 화사한데 그냥 방에 앉아 책과 컴퓨터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카메라 들고 나선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백설희 선생이 부르던 음색도 좋고, 장사익 선생의 피를 토하는 것 같은 음색도 좋다. 봄날은 왔고 가고 있으니 그저 노래 흥얼거리며 산으로 들로 쏘다니는 것도 이 순간을 향유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아니겠는가.

창밖 꽃 화사한데 그냥 방에 앉아 책과 컴퓨터만 볼 수 없는 일

이런 노래 흥얼거리노라면 생각나는 이들이 있다. 김주완 기자와 정운현 선배다. 셋이 한 자리에 몇 번 앉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대마다 술 거나해지면 밤 깊은 줄 모르고 흘러간 노래 누군가 선창하면 마지막 절가지 흥겹게 부르곤 했다. '애수의 소야곡'에서 '찔레꽃'으로 다시 '남원의 애수'에서 꿈꾸는 백마강'으로 노래는 쉬지 않고 불려나와 불려졌다. 좀 더 흥이 오르면 젓가락으로 비워진 술병을 두들기거나 주안상이 있으면 상을 두들기기까지 했다.

동석한 나이 어린 친구들이야 우리가 부르는 이런 노래를 모두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셋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병을 비우고 부르는 노래를 듣거나 사진 촬영을 해 며칠 지나면 속속들이 인터넷에 공개했다.

벚꽃이 이미 주전골 어귀까지 당도했다. 며칠 뒤엔 온 산에 산벚꽃 화사하겠다. 전국에서 자연산 산벚꽃을 가장 많이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은 이곳 오색1리뿐이다. 양양과 오색약수로 이어지는 44번 국도에서 오색천을 경계로 해 건너편 산자락 전체가 산벚꽃으로 가득하다.

최근에야 그간 벚꽃은 일본이 원산이라고 하던 주장에서 벚꽃의 원산지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오래전부터 마땅히 나왔어야 할 주장이고,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라 판단한다. 그동안 산에서 만날 수 있는 산벚꽃도 "일본에서 들여와 심은 벚나무에서 종자가 산에 옮겨진 것이다"고 말하는 사람도 만났다.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설득력이 없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점봉산에서 100년도 넘게 터를 잡고 꽃을 피워내는 벚나무가 불과 100년 전 일본인들이 들여와 심은 벚나무에서 씨가 퍼졌달 수 있겠는가. 사리분별 제대로 할 줄 아는 안목을 다시 길러야 할 주장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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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1리 마을의 CI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벚꽃 다섯송이로 ‘마산·구라우·관대문·백암·가라피’ 다섯 마을 공동체를 표현하고, 설악을 중심으로 오색의 선을 넣어 오색마을을 표현했다. ⓒ 정덕수


이곳 오색마을의 CI 시안을 잡을 때 산과 산벚꽃을 먼저 생각했다. 오색(五色)이란 마을 이미지에 맞춰 다섯빛깔 색을 무지개처럼 산에 두른 는데 가을 산의 단풍과 색동의 의미까지 부여하고, '마산산·구라우·관대문·백암·가라피' 다섯 마을 공동체라 꽃도 다섯 송이를 산아래 배치했다. 시안은 오랜 친구인 '디올 디자인'의 서달원 대표에게 부탁해 CI를 완성한 것이다. 마을의 CI에도 산벚꽃을 사용할 정도로 주민들 마음엔 대단한 자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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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꽃산벚꽃은 전국에서 오색1리 마을을 찾아오면 가장 많은 군락을 만날 수 있다. 4월 15일 이후에 피기 시작해서 5월 하순이면 정봉산과 대청봉 정상부에서 산벚꽃을 만날 수 있다. ⓒ 정덕수


산벚꽃 화사한 다음 주엔 산벚꽃 그늘에서 불러보리라.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정운현 선배님, 여기 오색에 한 번 다녀가세요. 푸성귀 안주에 향 좋은 탁배기로 구성진 노래 함께 백수생활 애환도 날리고 이 봄을 배웅하시죠."
덧붙이는 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http://www.drspark.net/의 ‘한사 정덕수 칼럼’에도 동시 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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