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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의 고집..."송강호랑 친하지 않아요"

[인터뷰] 영화 '방황하는 칼날'로 스크린 첫 주연..."나는 운이 좋은 배우"

14.04.15 09:33최종업데이트14.04.1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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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서 형사 억관 역의 배우 이성민이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극단 차이무 출신의 대표 배우인 송강호는 이제 많은 후배들이 가장 닮고 싶은 대한민국 대표 배우가 됐다. 그런 송강호가 챙기는 이들은 자신이 몸담았던 차이무 소속 후배들이다. 그 중에서도 요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배우 이성민에게는 수년 전부터 많은 관심과 애정이 있었다고. 이성민의 입을 통해 선배 송강호의 살뜰한 후배 사랑을 들을 수 있었다. 

송강호와 이성민이 함께 출연한 영화만 다섯 작품. 이성민이 단역으로 출연했던 영화 <밀양><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그리고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 <작은 연못><하울링><변호인>이 있다. 물론 주연배우인 송강호는 많이들 기억하겠지만 이성민은 쉽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의 작은 역할로 출연하기도 했다.

"송강호 형님은 차이무 선배이기도 한데 바쁜 와중에도 늘 연극을 보러 오세요.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는 강호 형님을 잘 모르는데, 지방에서 촬영하다가 술자리에서 아는 척을 하시고 그래요. 형은 제 공연을 보고 친근감이 있어서 아는 척을 해주시는 건데, 대한민국 최고 배우시니까 사실 전 굉장히 어렵죠. <밀양>을 하면서 형하고 처음 연기를 같이 하게 됐는데, 굉장히 따뜻하게 대해주셨어요. 밥 먹을 때도 같이 먹자고 하고."

끈질겼던 송강호의 추천..."무명 배우에겐 너무 감사한 일"


송강호는 <밀양> 이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에게 이성민을 추천했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 송강호의 추천의 말 한마디는 당시 이름을 크게 알리지 못했던 이성민에게는 그야말로 '빛'과 같았다. 이후 송강호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에도 이성민을 추천했다.

"<밀양> 끝나고 형님이 <놈놈놈> 하시는데 그 영화에도 소개시켜주셨어요. 김지운 감독님과의 미팅에 혼자 갔는데. '강호씨랑 친해요?'라고 묻더라고요. 솔직하게 '아뇨. 그렇게 친하지는 않은데'라고 답했어요. 그리고 나서 영화에 참여하게 됐는데, 풀샷으로 한 컷 나왔습니다. 강호 형님이랑 같이 찍는 장면이 있는데, 강호 형님은 그때도 계속 옆에 와서 앉아 있으라고 하고 정말 잘 챙겨주셨어요.

내가 감독에게 선택받고 간 게 아니잖아요. 솔직히 제 성격상 누가 소개시켜 준다고 덥석 가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근데 강호 형님이 가라니까 가야죠. <박쥐> 오디션을 보는데, 그 자리도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청탁 받아서 온 것 같고 싫더라고요. 그 자리에서도 '강호씨랑 친하냐'고 물었는데, '친하지 않다'고 했죠. 오디션에서는 떨어졌고요.

나중에 우연히 강호 형님을 만났는데, '<박쥐> 오디션 갔다 왔냐?'고 물으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안 친하다'고 이야기했다고 하니, 강호 형님이 '왜?!'라고 놀라셨어요. 그래서 제가 '솔직히 친한 건 아니잖아요'(웃음)라고 했죠. 형 마음은 알지만, 대배우인 강호 형님이랑 정말 세월이 많이 쌓여서 친한 사이가 된 건 아니니까요."

"<방황하는 칼날> VIP 시사회 때 내 옆에 이선균, 그 옆에 송강호 형님이 계셨어요. 셋이 나란히 영화를 보는데 전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겠더라고요. 영화 다 보시고 강호 형님이 '영화는 좋은데 어두워서 흥행은 모르겠다'고 문자 보내주셨어요." ⓒ 이정민


송강호 역시 끈질겼다. 이후에는 이나영과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 <하울링>에도 이성민을 추천했다. 그때는 송강호에게 "형, 이제 사람들이 형이랑 친하냐고 하면 친하다고 답해요"라고 했다고.

"일단 강호 형님은 본인이 출연하는 영화에 저를 추천해주세요. 사실 저 같은 무명의 배우에게는 정말 엄청나게 감사한 일이죠. <밀양>에서는 잠깐 나와서 강호 형님의 연기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없었는데, <하울링>에서는 가까이서 오래 지켜보게 됐어요. 보면서 '아,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굉장한 자극이었어요. 이번에 <방황하는 칼날>에서 정재영에게도 엄청 자극을 받았고요. '다 주인공하는 이유가 있구나' 알았습니다."

송강호는 후배들 사이에서 '인검달'로 통한다. 후배들의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정보를 꿰고 있는 달인이라 불리는 것. 이성민은 "강호 형은 같은 소속사 배우들의 스케줄을 다 알고 있다"며 "가끔 TV에 나오면 문자도 보내주신다"고 귀띔했다. 이어 "며칠 전에는 <관능의 법칙> 다운 받아 보셨다고 문자를 보내셨더라"라며 "뒤에 든든한 형이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고, 엄청난 선배이기 때문에 긴장도 된다"고 덧붙였다.

"사실 제가 영화 촬영 끝나면 여관에서 잠을 잘 못 자서 집에 올라와서 자는 편이라서, 강호 형님과 술자리를 함께 못하는 죄송함이 있었어요. 근데 <변호인> 때는 형이랑 좀 더 가까워져서 함께 술자리를 즐기기도 했죠. 사실 제가 사람을 쉽게 잘 못 사귀거든요. '형, 형' 그러면서 살갑게 구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냥 씩 웃고 말아서. 형님도 막 발랄한 분은 아니고요."

"일 년에 한 번씩은 연극 핑계로 선후배 얼굴 본다"


이성민은 이번 <방황하는 칼날>을 통해 얻은 후배 정재영에 대해 "저랑 비슷한 점이 제일 많은 후배로, 취미 없고 집에 있기 좋아하고 뭐든 빨리 싫증을 내서 유일하게 하고 있는 게 연기인 점이 똑같다"며 "차이가 있다면, 재영이는 저보다 좀 더 밝고, 술을 못하는 저와 달리 잘 마시고, 저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데, 재영이는 여럿이 같이 있는 걸 좋아한다"고 답했다.

"정재영은 심지가 곧고 우직한 사람입니다. 겉으로는 '칠렐레팔렐레' 팔랑팔랑 하고 다니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이에요. 저 같은 사람은 재영이 같은 사람을 만나면 너무 편하죠. 적극적으로 '형 같이 점심 먹자' 이렇게 이야기 해주고 먼저 다가와주니까 마음이 편해요. 저는 사회성이 없는 편이라서... 재영이 같은 사람이 좋아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기회가 온 것에 대해서. 아무리 스스로 자신감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회가 오지 않으면 배우는 표현하지 못 하니까요." ⓒ 이정민


이성민은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영화 <빅매치>의 촬영에도 한창이다. 또한, 하반기에는 기대작인 tvN 드라마 <미생>의 촬영에도 돌입한다. 스케줄이 꽉 차있음에도, 그는 극단 차이무의 연극 <마르고 닳도록> 공연에도 나선다. 이성민은 "일 년에 한 번씩은 연극을 한다"며 "연극한다는 핑계로 고향집에 가서 식구들을 만나는 기분으로 선배님들과 후배들을 다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단역으로 출연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이성민을 알아보고 좋아해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의 연기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있는 것. <방황하는 칼날>에서도 한층 단단해진 이성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성민은 정재영과 나란히 주연을 맡아 영화의 균형을 잡으며 극을 탄탄하게 이끌어나간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기회가 온 것에 대해서. 아무리 스스로 자신감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회가 오지 않으면 배우는 표현하지 못 하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뭐랄까, 오히려 더 많은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실 어떤 위치에 선 것에 대한 의무감에 대해 '내가 뭘, 내가 왜 그래야해' 부정했는데, 이제 정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을 하려고요. 좀 더 책임감 있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게 제가 할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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